[경제신문정리] 2023/01/18
WSJ '재편되는 세계화' 분석
中 대체할 새로운 생산기지 부상
베트남 젊고 풍부한 노동력 강점
日기업 "방글라데시 옷공장 확충"
中은 세금혜택 큰 멕시코로 이전
서방 규제 피해 러와 무역도 늘려
세계화는 죽지 않고, 변하고 있을 뿐이다. 재편에 따라 ‘세계의 공장’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각국은 멕시코와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으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기업까지 탈중국 흐름에 합류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거래는 줄었지만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멕시코 부상
미국의 통계청인 센서스뷰로에 따르면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2%에서 지난해 17%로 줄었다. 2007년 이전 10억달러 미만이던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 규모가 지난해 1200억달러로 대폭 늘었다. 멕시코의 대미 수출액은 2008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4000억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을 기반으로 한 자산관리·개발회사 ECV 홀딩스의 데이비드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베트남은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야망을 제외하고 기업들이 중국을 생산기지로 삼았던 배경 요소의 대부분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 생산인구만 약 1억 명에 달하는 데다 베트남 정부도 경제 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중국 기업들도 중국을 떠나기 시작했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는 멕시코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15년 일본 샤프로부터 멕시코 로사리토에 있는 TV 제조 공장을 인수했고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에 가전산업단지를 개발 중이다. WSJ에 따르면 하이센스는 멕시코 가전 공장에 2억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의 제재를 피하고 관세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70%를 유니클로에 납품하는 일본 의류제조기업 마쓰오카는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생산 비중을 현재 50%에서 2026년 71%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이를 위해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 87억엔을 들여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마쓰오카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력이 높지만 인건비가 올라 인력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베트남과 방글라데시에서 근로자를 모집하는 게 수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중국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피크 차이나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 경제가 향후 10년 이상 3%대 성장률에 머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며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 성장의 40%가량을 이끌어온 중국 경제의 급속한 냉각은 세계 경제에 위협 요인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올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중국의 성장 둔화를 지목하기도 했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조화 경향이 큰 한국에는 직접적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비중이 다소 줄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 수출의 25.3%(2021년 기준)와 수입의 2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1.6%포인트 떨어지고, 경제성장률(-0.5%포인트)도 타격받는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 저성장이 ‘뉴노멀’로 대두되는 만큼 줄어드는 수출을 만회할 수 있도록 아세안, 유럽연합(EU) 등으로 교역시장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무역 축소뿐 아니라 경제·안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수출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충격은 무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기업 부채와 부동산시장 거품, 금융시스템 불안 등 산재한 위험을 고성장으로 덮어왔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과 내부 체제 불만, 코로나19 확산 추세도 변수다. 이런 잠재적 위험이 저성장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전면적으로 불거지면 단순한 슬럼프가 아니라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제 무역과 금융시장의 연계가 높은 한국 경제로의 전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에서 공장과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한국에서도 유출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외환시장의 안전판을 강화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규제 철폐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투자 매력도를 높여 중국 경제와 차별화하는 일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