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많은 일회용품과 마주하는 일
병원에 입사를 하니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내가 왜 고기를 먹지 않는지 설명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엔 “환경을 위해서요! 평소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아서 재활용 열심히 하고 텀블러를 들고 다녔는데, 그러다 알게 됐어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환경운동이 채식이라고 하더라고요.”
길게도 말했었다. 가장 귀담아 들어준 건 뜻밖에도 수간호사 선생님이었다.
그 외에 분들에게는 환경을 위해서요!라고 얘기하고 이야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만하면 너 얘길 다 들었다는 표정과 리액션, 그리고 매번 다시 왜 고기를 먹지 않는지 물어보곤 했다. 정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럴싸한 핑계를 댄다고 생각하려나.
병원에서는 비건인에게 많은 위기가 찾아온다. 매일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op 가운과 장갑, 일회용 플라스틱컵, 종이컵들. 그리고 수많은 간식과 식사들에 육류, 가금류, 유제품, 물살들이 식탁 위에 올랐다.
텀블러에 커피를 마시면 된다며 카페음료를 에둘러서 거절하고, 애써 눈감으며 비건식만 골라먹기도 벌써 5개월 째이다.
병원에서 매일 마주하는 식탁은 나에게 너무 폭력적이라 자주 무력해진다. 그렇기에 일상에서는 더욱 힘차게 비건식을 차려먹는다.
오늘 나의 식사로 인해 오존층이 보존되며, 수많은 삼림이 죽지 않을 것이며, 그 외의 동식물들이 더욱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서.
내일 세상이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매일 죽음을 향해가는 환경 앞에서 나는 채식을 정갈하게 차려먹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