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의 낭만

- 눈을 감은 내 환자, 눈을 뜬 내 환자

by 그린 green

일을 시작하고 환자를 처음 만나면 환자에게 처음 건네는 말이 있다.


안녕하세요 담당간호사 그린입니다. 00시까지 000님을 담당할 거예요.
어디 불편하신데 있으세요?


그러나 중환자실은 의식이 명료한 분들이 드문 곳이기에,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화답을 받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오늘은 mental이 stupor (통증자극에만 반응하는 수준)까지 쳐지고 EKG 상 맥박 있는 VTach(심실빈맥)이 수차례 지나가 제세동기를 keep 해둔 환자를 담당했다.

소리자극에 반응이 없지만 인사는 빼먹을 수 없어서 다가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환자분 안녕하세요. 담당간호사 그린 입니다. 의식이 어서 회복돼서 눈 맞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내세요


다음날, 또 같은 환자분을 돌보게 되었다. 오늘은 눈도 또랑또랑 뜨고 계시고 힘차게 물도 달라고 얘기하고 계셨다. 다가가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000님!
담당간호사 그린입니다.
간호사가 바뀌어서 인사드려요.


이번엔 포뇨를 닮은 얼굴로 밝게 웃으시면서 화답해 주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느 간호사의 낭만의 순간이었다.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간호사의 낭만이라면 낭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