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냐 정 Aug 22. 2023

팔이 부러지면 깁스를 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내 아들의 사고를 예감하는 엄마들에게...

엑스레이에 선명하게 드러난 골절. 그냥 골절 아니고 또각 부러져서 어긋난 버린 뼈. 수술을 해야 한다는 예상하지 못한 소식. 경험해보지 않아 무지했다. 골절에는 그저 깁스면 되는 건 줄 알았다. 언젠가는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내 아들의 골절이, 수술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허둥지둥 수술 전문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대학병원 응급실로 갈 수도 있지만, 이렇게 확실한 상황에서 응급실은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았다. 분명 처음부터 다시 막내 의사부터 시작해 위로위로 올라가며 아이의 팔을 비틀고, 기다리고, 검사하고, 다시 기다리고.. 그럴 테지. 가까운 곳에 있는, 언젠가 나도 내원한 적이 있는 적당히 큰 병원을 골랐다. 언젠가 폐렴으로 입원했던 것도 경험이면 경험이라고, 이왕이면 시설이 좋은 곳이어야 수술하고 입원하는 과정이 덜 힘들 거란 계산도 했다.


바로 전화해서 물었더니, 30분 이내에 와야 접수가 가능하단다. 퇴근시간이 겹쳐 밀리는 길을 초조하게 지나 마감 10분 전 병원에 도착했다. 영상 가지고 온 게 있냐길래, 복사해 온 엑스레이 CD를 내밀었다. 엑스레이 복사본을 신청한 나를 칭찬하면서. 사실 첫 병원에서 아이는 정말 힘겹게 엑스레이를 찍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아픈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찍어야 했고, 나는 그걸 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진료기록을 가지고 가도 어차피 그 병원에서 새로 찍어야 할 거라는 말을 듣고서도 "그래도" 달라고 한 건. 덕분에 의사 선생님을 만난 지 1분도 되지 않아 바로 이런 명쾌한 진단을 들을 수 있었다.


"수술합시다."


"이건 바로 수술해야 해요. 다른 방법으로 맞추려고 하다가는 신경까지 다칠 수 있어요." 혹시라도 수술을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 무용한 것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찌나 명료하던지 고민마저 사라졌다. "그래. 수술." 머릿속이 단순해졌다. "오늘 입원하고 내일 오전에 수술합시다. 제가 자세히 내부를 보면서 뼈를 맞추고 핀으로 고정을 할 거예요." 핀으로 고정이라고?? "그럼 그다음 단계는 어떻게 되나요?" "핀을 꽂아두고 6주 후쯤 핀을 제거할 겁니다." "핀 제거는 힘들지 않나요?" "핀 제거는 간단한 거예요. 처치실에서 그냥 쑥 빼는 거라 10초면 돼요." 하하, 복잡하면 어떠하고 간단하면 어떠하리. 어차피 지금 저 팔은 수술을 해야 다시 곧아질 수 있는 것이거늘.


진료실에서 나오자마자 입원 상담. 오늘 당장 입원하라는데, 아이는 아직도 도복을 입은 상태고, 나는 무방비상태로 있다가 5분 만에 옷만 입고 뛰쳐나간 상태 그대로. 밤을 보내려면 씻을 것도 필요하고 당장 입원실 저녁식사도 끝난 상태라 아이 밥도 먹여야 하고. 한 시간만 집에 다녀오겠다는 허락을 받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십 분 만에 밥을 먹이고 배낭에 입원짐을 싸고, 병원으로 출발. 그렇게 밤 8시쯤 우리는 어느 입원실에 도착했다.


그래도 반깁스로 고정한 덕분인지 이제 팔을 잡아줄 필요는 없어 걷는 건 조금 편해졌지만, 여전히 혼자서는 눕지도 앉지도 침대에 오르지도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맞은 입원 첫날밤. 


수술을 위해 입원하고 보니 아이의 시련은 단지 수술만이 아니었다. 첫 시련은 항생제 알러지 검사. "항생제 알러지 검사를 해야 해요."라는 간호사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내 얼굴이 먼저 찌푸려졌다. 그걸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세상 어떤 주사보다 아팠던 그것. 그렇지만 얼른 표정을 정비했다. 아이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꿈이야, 지금 이거 주사 맞아야 돼. 한 번만 딱 할 건데 아파도 절대 움직이면 안 돼. 만약 움직이면 주삿바늘이 꿈이 팔을 더 아프게 할 거야." 바늘을 찔렀고, 찌르고 바로 나오지 않는 바늘에 아이는 뭔가 쎄함을 눈치챘고, 그와 동시에 아마도 통증이 느껴졌을 테고, 울면서 몸을 뒤틀었고, 나는 "움직이면 더 아파져."를 반복했고, 그리고.. 끝났다.


그리고 간호사는 말했다. 링거 바늘은 내일 꽂는 걸로 할게요. "아, 링거는 얼마 전에도 독감에 걸려서 맞아본 적이 있어요. 그때도 잘했었어요." 그랬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 눈치를 보며 아이에게는 들리지 않게 조용히 말한다. "어머니, 이건 수술용 링거라서 바늘이 많이 굵어요. 이런 아이들은 세 명 정도는 잡을 준비를 하고 꽂아야 하는데 지금은 늦어서, 내일 아침에 간호과장님 오시면 그때 할게요. 아니면 지금 어머니가 잡아주셔야 하는데 보통 어머니들이 우시더라고요." "아, 사실 저는 우느라 못 잡진 않을 거 같은데, 아이가 힘이 좀 세서 제가 못 버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내일 할게요."


지금부터 금식


어느새 시간은 9시를 향해 가고 다치고 아프고 우느라 지친 아이는 재워줄 겨를도 없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12시부터 금식. 수술 예정" 딱지가 침대 옆에 걸려있었다. 자기 전에 뭐라도 좀 먹여서 재워야지 했는데, 이미 잠들어버린 아이는 7시 반쯤 먹은 저녁밥 조금을 마지막으로 금식을 시작한 것이다. 새벽 두 시쯤. 아이가 잠에서 깼다. "엄마 나 화장실 갈래." 얼른 데리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목이 타서 물을 한 모금 마셨는데, 아이도 목이 마르단다. "엄마, 나 물 좀." "응. 여기 있어." 얼른 한 모금을 줬더니 더 달라는 아이. 다시 한 모금을 기울여 넘겨주다가 갑자기 금식이 떠올랐다. 얼른 물병을 거두며 말했다. "안 돼. 너 지금 이거 마시면 안 돼." "아, 엄마. 금식? 어쩌지? 나 어떡해? 수술시간을 미루자고 해야 할까?" "아냐. 아직 2시고 물 한 모금뿐이니까 괜찮을 거야. 내일 엄마가 선생님한테 이야기할게."


나는 어쩌자고 금식을 잊고 말았나. '아냐. 괜찮을 거야. 이 정도는 상관없겠지.' 하다가 언젠가의 매우 단호했던 병원 관계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음, 아냐. 이번엔 괜찮을 거야.' 그렇게 되뇌며 아이 옆에 누워 다시 잠이 들었다.


7살이지만 7살 같지 않은 키를 가졌기에 어린이용 병원복은 들어가지도 않아 상의는 어른용 병원복으로, 사진은, 수술 후의 꿈이.


* 이 글이 두 번째인데, 아직 수술날이 밝지도 못했네요. 수술날 이야기는 내일 이어갈게요. 이 글은 아래 링크의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혹시 아직 안 읽으셨다면 읽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https://brunch.co.kr/@jsrsoda/16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