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를 읽고 나서.....
한 해를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결심했고 도전했고 완성했다.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마음이 흔들리는 요즘이었다. 흔들리는 나에게 책 한 권이 다가왔다.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
"누구나 그 마음은 옳다. 행동이 옳지 않더라도 마음은 옳다."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남겨보는 한 줄 평이다. '마음은 옳다. 내 마음이 옳다는 것을 나부터 인정하자.'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인정해주라고. 흔들리더라도 괜찮다고. 늘 긍정적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다.
"당신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마음을 옳습니다. 나는 왜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인가 탓하지 마세요."
나조차 내 마음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큰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 나름 의미 있는 일을 했다. 그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마음이 흔들렸을 뿐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마음과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내 마음이 싸우고 있었다. 좀 더 의연하지 못한 나의 마음이 싫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내려놓기로 했다. 완벽하고 싶은 나의 욕심을.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의연하지 못하다고 나를 들볶지 말자. 최선을 다한 일의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은, 실패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은, 너무나 당연한 거야.'
그렇게 내 마음을 다독이게 되었다.
p21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처가 있다. 남보다 특별하게 예민한 구석도 있다. 거기에서 예외인 사람은 없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24시간 건강하게 살지 못하듯 노이로제가 있는 사람이라도 24시간 노이로제 환자로 살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다. 상처 입은 나를 나조차도 외면할 필요는 없다. 내 상처를 인정하자. 그리고 타인의 상처 역시 인정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의 모든 것이 이해되지는 않더라도 상처 받아 아픈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p38 "스타가 가장 완벽하게 빛나는 순간은 나를 너에게 완벽하게 맞추었을 때다. 내가 온전히 '너의 욕망 그 자체'일 때, 내가 '나'를 주장하지 않을 때, '나'가 사라졌을 때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내가 나 자신일 수 없다는 것. 최근에도 몇 명이나 아깝게 스러져간 생명들이 이해되었다. 그들은 대중들 앞에서 내가 사라짐과 동시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더 이상 예전의 '나'일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부모에게도 예전의 자식일 수가 없다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금만 짐작해볼 뿐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나 자신으로서 나를 인정했는가. 그냥 나를 인정해달라, 진짜 나를 보여준 적이 있는가. 나 스스로가 먼저 더 빛나는 다른 내가 되라고 등 떠밀지는 않았는가.
p45 "자기 존재가 집중받고 주목받은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확보한다. 그 안정감 속에서야 비로소 사람은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그렇다. 최근의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것도 이 것이었다. 내 존재를 인정받는 것. 무엇이 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는 누군가.
그래서 또 돌아본다. 나는 내 남편을, 내 아이들을, 내 주변인들을, 그 자체로 인정했는가. 나라는 사람은 모두 돌아보기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니까 우선 내 가족부터 돌아보기로 마음을 먹어본다. 내 남편을, 내 아이들을..... 그 존재 자체로 주목하고 인정해보자고.
행동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마음을 꺼내놓고 이해할 수 있는 아내이자 엄마가 되어보자고.
p53 "사람은 괜히 집을 나가지 않으며 괜히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하물며 괜히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없다. 그런 얘기를 꺼냈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백가지 이상은 찾아본 이후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 우선적으로 그 마음을 인정한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그러니 당신 마음은 옳다고. 다른 말은 모두 그 말 이후에 해야 마땅하다."
그 어떤 경우에도, 마음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마음의 문제는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다. 누군가의 흔들림을 인정해주는 순간 그것이 현실이 될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을 보지 못한 자의 두려움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p65 "역설적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영역에서 인간은 공평하게 허기진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다. 다들 그렇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나는 왜 계속해서 나를 증명하고 싶었는가. 왜 나는 그 욕심을 버릴 수 없는가. 거기에 대한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p87 "어차피 한 번은 직면하고 받아들여야 할 삶의 중요한 숙제를 계속 뒤로 미루다 보면 이자까지 붙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p94 "나가 위축되면 될수록, 나가 희미해질수록 사람은 더 크고 더 우뚝하고 더 강한 나를 구축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경우가 있다. 목숨을 걸 정도로.... 내 존재가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고 느끼면 자기 존재 증명을 위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일, 심지어는 폭력적인 행동도 불사한다."
자기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누군가는 자신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위험한 일이라도 불사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일부러 더 말썽을 피우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희미해지는 느낌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을 준다.
나는 그저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 그런 느낌을 받았던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p103 "남들은 다 나를 부러워하는데 내가 이러는 건 사치스러운 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은 불안하고 외로울 수 있다. 그럴 때 나는 괜찮은 건가 아닌가. 그때는 내 생각이 옳은가 아니면 내 감정이 옳은가. 감정이 항상 옳다"
모든 감정은 주관적이다. 남들이 사치스러운 투정이라고 말할 때 사람은 더 외로워진다. 남들이 보기에 부족한 것이 없어 보여도 그 마음은 아플 수 있다. 나와 너는 다르고,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다르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이는 괜찮지만 어떤 이는 아플 수 있다. 더 결정적으로, 내가 아닌 타인은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사치스러운 투정이 아닌가 싶을 때도 내 힘든 감정은 옳다.
p107 "자신의 고통에 진심으로 주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치유의 결정적 요인이다. 말이 아니라 내 고통을 공감하는 존재가 치유의 핵심이다. 자신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 사람은 지옥에서 빠져나올 힘을 얻는다."
정혜신 박사는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감을 받기만 한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p124 "감정적 반응 그 자체가 공감은 아니다. 한 존재가 또 다른 존재가 처한 상황과 상처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존재 자체에 대해 갖게 되는 통합적 정서와 사려 깊은 이해의 어울림이 공감이다. 그러므로 공감은 타고난 감각이나 능력이 아니다. 학습이 필요한 일이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학습이 필요하다.
p135 "그때 공감과 공감교육에 대해 정확하게 학부모에게 설명했더라면 부모가 설득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 말이나 논리로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 거란 전제다. 과연 그럴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교사보다 더 풍부한 논리와 언어로 학부모가 공감교육을 수용하도록 만들 수 있었을까. 아니다. 사람 마음은 그렇지 않다."
나도 그랬다. 잘 안다면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설득에 실패한 것은 내가 완벽히 알지 못해서
나의 언변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사람 마음은 원래 그렇지 않다. 지식을 기반으로 한 설득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p161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한 사람에게 어떻게 공감할 수 있나. 본인에게 그걸 알려주지 않으면 계속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겠는가.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내 공감을 포갤 곳은 그의 생각과 행동이 아니라 그의 마음, 즉 감정이다. 존재의 느낌이나 감정이 공감 과녁의 마지막 중심점이다."
공감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행동 말고, 그 마음에 공감하는 것이 시작이다. 아이들을 훈육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 말고 그 마음에 먼저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알려주었다. 아이가 아니라 성인인 나에게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내 옆의 누군가에게도 공감을 먼저 주어야 한다고.
p167 "사람의 감정은 늘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은 건 아니다. 별개다."
감정과 행동을 따로 떨어뜨려놓으면 공감이 조금 더 쉬워진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별개다. 감정을 이해한다고 행동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p217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는 건 좋은 일인가. 좋을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얼마든지 있다. 때론 위험하기도 하다. 긍정적 감정은 자기 합리화와 기만이 만들어내는 결과일 때도 있고 자기 성찰의 부재를 뜻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성찰이 깊고 스스로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 불안하고 흔들리게 된다. 상황을 더 깊고 입체적으로 보는 과정에서 만나는 불안은 불가피한 것이다. 깊은 성찰은 여러 갈래의 길과 전망을 보여준다. 복잡한 갈래 길들을 바라보며 인정하고 통합하는 과정은 불안을 전제로 진행되는 것이다."
요즘의 나는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긍정적이고 싶은데 왜 나는 그렇지 못하는가'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이 책이 말해주었다. 슬픈 날도 불안한 날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한 모든 순간을 긍정으로 덮는 것은 합리화나 자기기만일 수 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나는 괜찮지 않은 나에게 자꾸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기기만이었다. 내 불안을 인정해야 다시 다음 길을 잡을 수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메타인지가 좋은 사람이라고. 그때 그 말을 듣고 '나는 지나치게 생각을 여러 방면에서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평가를 받는가 보다' 생각했다. 이 책의 말을 빌리자면 남들보다 더 깊고 입체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도 조금 지나치다 싶을 만큼. 하지만 이제 그런 나를 인정해보기로 한다. 그래서 더 불안한 나의 감정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p264 "공감은 한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공감은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감정적 교류다. 공감은 둘 다 자유로워지고 홀가분해지는 황금분할 지점을 찾는 과정이다. 누구도 희생하지 않아야 제대로 된 공감이다."
공감은 너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도 괜찮아야 한다. 나를 지킬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짜 공감이다.
p265 " 공감에 대한 관념적이고 이론적 공부가 일상에 적용되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적절한 질문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궁금해야 질문이 나온다. 궁금하려면 내가 내린 진단과 판단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의 틈이 있어야 한다."
내 판단은 내 것이다. 나의 생각은 그저 나의 것이다. 타인에게 공감하고자 한다면 나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질문해야 한다. 내가 판단 내리지 말고 상대방에게 그 마음을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 그로부터 공감할 열쇠를 찾을 수 있다.
p274 "타인을 공감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을 공감하는 일이다. 자신이 공감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공감하는 일은 감정 노동이든 아니든 공감하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를 공감하는 일은 시늉할 수 없다. 남들은 몰라도 자기를 속일 방법은 없다."
자신을 공감하는 일. 내가 나에게 공감해주는 일. 어쩌면 남에게 공감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남에게는 너그러이 굴려고 노력하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너그럽지 못한 날이 많았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런 나를 공감해야 한다. 나 자신이기 때문에 더 인정해주기 어려운 마음이더라도 인정해야 한다. 나에게 공감받지 못한 마음은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안다.
p295 "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땐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충조평판의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나는 욕설에 찔려 넘어진 사람보다 바른말에 찔려 쓰러진 사람을 과장해서 한 만 배쯤은 더 많이 봤다. 사실이다."
충조평판.....
충고
조언
평가
판단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충조평판을 내놓은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반성해 본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나 역시 충조평판에 쓰러진 날이 많았다. 내가 그렇다면 남들 역시 그렇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p307 "나만 여러 생각과 걱정을 한다고 여긴다면 아이를 한 개별적 존재로 바라보지 않아서다. 나도 생각하고 아이도 생각한다. 아이도 나와 같은 한 개별적 존재다. 남편에게 하는 하얀 거짓말은 그다지 염려를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겐 강박적으로 거짓말을 절제하는 건 아이를 가르침의 대상으로만 여겨서다. 아이는 내가 가르치지 않으면 모른다고 믿고 있어서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점검하게 했던 대목이었다. 아이 역시 생각을 한다. 나만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 역시 하나의 개별적 존재이다. 아이의 마음에 구급차가 필요하다면 마음을 치료하는 것에 집중하자. 엄마의 하얀 거짓말은 필요할 때도 있다. 아이는 그러한 거짓말 앞에서 생각 없이 불로 뛰어들지 않는다.
이 책은 '감정은 옳다'는 전제를 알려준다. 어쩌면 그것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 책이 감동이 된 것은 '감정이 옳다'는 이야기를 나 자신에게 할 수 있게 되어서다.
누군가가 나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해주기만 해도, 어떤 일이 대해 슬퍼하는 것을 이해받기만 해도,, 괜찮아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인정하게 되었다.
꼭 이래야만 하는 감정은 없다.
나는 이대로도 옳다.
내 감정은 옳다.
그래서 나는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