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그래서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은 뭐든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떡볶이. 떡볶이 마니아인 엄마 영향인지 떡볶이만은 좋았다. 하지만 매운걸 못 먹는 사람의 떡볶이 사랑은 참 어려운 일이다. 밖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떡볶이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그 고민이 해결되었다. 남편이 떡볶이를 맛있게 만드는 능력자였던 것이다. 심지어 마트에서 사 온 간편 떡볶이도 남편이 만들면 더 맛있었다.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마다 남편에게 주문했다. 그리고는 맛있다며 흥분하곤 했다. 친구들에게도 자랑했다. 남편이 떡볶이를 신기하게 잘 만든다고.
어느 날 친정 엄마가 왔다. 냉동실에 넣어놓은 동네 맛집 떡볶이가 생각났다. 떡과 소스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엄마, 내가 떡볶이 해줄게." 하고는 한 팩을 꺼내 열심히 끓였다. 어딘가 모르게 2프로 부족한 듯했지만 일단은 맛있게 먹었다.
그 날 저녁, 남편에게 그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이 물었다. "그래? 맛 괜찮았어?" "응, 근데 뭔가 오빠가 해줬던 거랑 달랐어. 좀 더 매운 것도 같고....." 내 말에 남편이 답했다. "거기에 올리고당을 넣어야 해."
"응? 뭐라고? 올리고당?" 나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남편은 심지어 올리고당 조금이 아니고 듬뿍 넣는 거라고 말했다. 내가 그동안 맛있게 먹은 떡볶이는 올리고당으로 맛을 낸 떡볶이였던 것이다. 놀라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그거 다들 아는 건데."라고.....
이 글을 읽는 다른 이들도 올리고당에 놀라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떡볶이의 올리고당이 왜 그리 놀랄 일이야?' 싶을 수도... 하지만 내가 놀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나는 '요알못'이다. 그래. 난 요리를 알지 못한다. 올리고당이 맛을 내는데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2. 나는 간이 강한 음식을 싫어한다. 회사 식당의 환자용 저염식을 즐겨먹었을 정도다. 음식에 사용되는 설탕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하는 요리에는 모든 조미료가 가능한 한 적게 들어간다. 내 입맛이 그걸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게 건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모가 정상적인 사람에게는 나트륨이 필요하다며 소금 간 한 음식을 먹으라고 했을 정도이다.
3. '요알못'인 나의 요리 세상은 이유식에서 시작되었다. 음식과 관련한 나의 모든 지식은 이유식과 유아식에 멈춰있다. 소금, 설탕... 그러니까 올리고당도 나에게는, 쓰지 않거나 필요하면 극소량 사용하는 그런 재료였다. 사실 조금만 많이 넣어도 큰일 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평소 "올리고당 같은 당분은 적게 적게"를 외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남편에게 "떡볶이 더 맛있게, 맛있게"라고 주문한 것이 "올리고당 더 많이 많이"와 같은 말이었다니.. 내가 떡볶이를 먹을 때만큼은 나의 자발적 의지로 올리고당을 양껏 섭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떡볶이에는 이미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딱 그만큼과 타협한 것이지 굳이 더 얹어먹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순간 그 맛있는 떡볶이에게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다. 요알못에 미각마저 예민하지 않은 탓에 눈치채지 못한 건 나의 탓이지만......
그리고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각종 조미료가 존재하는 이유를..... 하나 더 넣는 것만으로 이렇게 맛있어지다니. 다른 떡볶이는 차치하더라도 시판 떡볶이의 맛 차이는 올리고당 유무로밖에 설명할 수는 없으니. 백종원의 레시피도 설탕 없이는 말할 수 없다더니. 아이들이 아빠의 요리만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음식에 설탕과 간장과 소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내 맘대로 줄이지 않고 레시피가 말하는 만큼. 누군가에게는 '고작' 올리고당에 불과할지 모른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았기에 떡볶이와 올리고당은 내 요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여전히 간을 맞추는 건 세상 제일 어렵지만 이제는 좀 세상의 음식들과 비슷한 맛이 난다. 내가 만든 국을 먹더니 소금을 가져다가 뿌리던 남편을 이제는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