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 사수해야 하는 것

by 쏘냐 정

아이가 18개월이 되던 2015년 3월,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많은 이들이 물었다.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고 회사까지 그만두더니 어린이집에는 왜 보내냐고.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나는 하루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든 엄마가 되기 싫어서 회사를 그만둔 거야. 일정 시간 기관에 맡기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사실 처음에 어린이집에 신청을 했던 건 당장 보내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어린이집 대기가 길다더라, 미리 대기를 걸어두지 않으면 보내고 싶을 때 보낼 수 없다더라. 그런 말들에 휘둘려 일단 대기를 걸었다. 생각보다 빨리 입소 가능 연락이 왔다. 이번엔 또 주변에서 "한번 입소 연락이 왔을 때 입소시키지 않으면 무한정으로 밀려난다"는 얘기를 했다. 체력도 약했고, 곧 둘째도 계획하고 있으니 그래 일단 보내보자 싶었다. 그렇게 18개월이던 첫째는 어린이집에 입소를 했다.


처음에는 하루 두어 시간만 보내볼 생각이었다. 우리 아이는 낮잠은 자지 않을 거라며 낮잠이불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둘째 날이던가 하원 픽업하러 가려는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첫째가 친구 이불 위에 올라가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틀 사흘 지나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축복이 어머님, 그냥 축복이 낮잠 이불 하나 보내주세요." 자꾸 친구 이불에 올라가 잠이 들어버리니 선생님도 곤란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첫째의 어린이집 생활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입소가 확정되자마자 나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티 인스트럭터' 강의를 신청했다. 전부터 차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보다 그저 회사에서의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했으니 지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 번 해보자 싶었다. 이왕이면 언젠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하고 싶은 일과 연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티소믈리에'라는 직업은 어떨까 생각하며 각종 교육기관을 찾아봤는데 대부분 강의료가 너무 비쌌다. 그러던 중 검색 끝에 찾은 평생교육원 강의. 이 강의는 합리적인 가격에 자격증 취득까지 가능한데 심지어 교육장이 집에서 가깝기까지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나를 채우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두 학기 수강에 자격증을 따고 세 번째 학기에는 조교 봉사까지 이어나갔다.




건강한 육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 주체인 엄마의 감정적 안정이다. 엄마와 아이는 끊임없이 교감한다. 아이는 끊임없이 엄마의 사랑과 상호작용을 구한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밀접할 수밖에 없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엄마 감정의 안정과 행복이 중요하다는 말이 쉽게 이해된다. 엄마가 행복해야 행복한 마음을 아이에게 흘려보낼 수 있다. 육아 초기라면 행복한 엄마가 아이와의 애착을 잘 형성할 수 있고 그 이후라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에게 행복한 삶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육아로부터 분리되어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얼떨결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지만 그 덕분에 나는 건강한 육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시간이 확보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엄마가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액션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티 인스트럭터' 강의를 찾은 것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교육들은 돈이 많이 들지 않나 생각할 수 있는데 잘 찾아보면 꽤 합리적인 가격에 들을 수 있는 강의들이 많다. 예를 들어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 과정을 살펴보면 보석같은 교육프로그램들을 찾을 수 있다. 사실 난 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다. 나의 자존감 회복은 내면을 채우는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는 중이다. 지금 진행 중인 나만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피아노든, 바이올린이든 악기를 하나 시작하고 싶다. 친구로부터 집 근처 문화센터에 좋은 강사님이 있다는 추천을 받아두었다. 예전부터 계획하고 있는 일 중에 방송통신대학에서 새로운 전공을 하나 해보는 것도 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노어노문학을 부전공한 나는, 경영학을 해보고 싶은 날도 있고 중국어를 해보고 싶은 날도 있다. 요즘은 심리학을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1, 2년 내에 입학을 하는 것이 목표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또 있다. 끊임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니는 것. 남편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스킬을 이용해 꼭 가고 싶은 음악회는 사수한다. 낮 시간을 이용해 미술관에도 간다. 독서도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집안일 할 것이 산더미 같은데 너는 어떻게 애 둘 키우면서 그런 취미활동까지 해?"

답은 간단하다. 집안일을 내려놓는 거다. 모든 것을 다 끌어안고는 엄마의 행복을 찾기 힘들다. 그게 나의 결론이다. 가끔은 내려놓아야 한다.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자. 집안일 하루 이틀 미룬다고 해서 큰일 나지 않는다. 육아는 감정노동이다. 감정노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이 중요하다. 그것이 내가 엄마의 행복을 부르짖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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