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당해봅시다

엄마의 가치를 말하다

by 쏘냐 정

아들을 하나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 친구가 말했다.

"요즘 나는 벌지도 않는데 남편이 벌어온 돈을 쓰자니 너무 눈치가 보여."

아이를 낳기 전까지 일을 하던 친구였다. 나름 본인 업계에서는 인정받으며 일했고 월급도 꽤 많이 받았었다. 그런 친구가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고 전업 엄마가 되었는데 돈을 쓰는 게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되물었다.

"왜? 도대체 왜 눈치가 보이는데? 집에서 노는 것도 아니고, 일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눈치를 봐야 해?


나라고 엄마의 자존감 문제를 겪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남편 앞에서만은 당당했다. 물론 맞벌이가 외벌이가 되다 보니 수입이 줄어들었고, 당연히 더 아껴야만 했다. 그건 필요에 의해 아끼는 거지, 내가 벌어온 돈이 아니기 때문에 눈치를 봐서 못 쓰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일이다.


참 이상하다.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내가 놀았던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업무가 육아로 바뀌었을 뿐. 그리고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에 업무라고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을 뿐. 이것은 엄연한 일이다. 나는 놀기 위해 그만둔 것이 아니다. 육아를 해야 하기에 그만둔 것이다. 돈을 벌 수 없어서 못 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결혼 전엔, 아이를 낳기 전엔 본인 밥벌이는 하던 사람들. 다만 지금은 남편과 나 중 육아를 하기에 나 쪽이 더 적합하거나 수월하기 때문에 내가 그만두었을 뿐이다. 남편이 밖에 나가 벌어오는 돈은 그냥 남편 월급이 아니다. 그건 나와 남편의 월급이다. 남편이 밖에서 일하고, 내가 집에서 일하는 노동에 상응하는 대가.


물론 육아는 내 아이를 사랑하는 데서 시작한다. 엄마에겐 원래부터 보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들 생각지 못할 뿐이다. 육아는 일임에 분명하며, 최고의 상전을 모시고 해 나가는 극도의 감정노동이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단지 정량적인 방법으로 환산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조사자료를 한번 살펴보자.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에서 2008년에 '전업주부, 연봉을 찾아라'라는 자료를 발표했는데, 전업주부 (초등 1 딸, 3살 아들)의 가사노동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371만 원, 연봉으로 계산하면 4,452만 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살펴보면 우리가 돈을 벌지 않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충분히 당당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극한 사랑을 마음속에 품고 이렇게나 최선을 다하여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엄마가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일 아닌가. 그 일을 오롯이 해내고 있는 나의 가치를 내가 먼저 인정해보자. 내가 먼저 당당해져 보자. 언제나 그렇듯 당연하게 박탈당한 권리는 내가 쟁취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러한 엄마로서의 가치는 워킹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일과 육아 두 가지를 병행해가며 얼마나 고단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지 전업맘으로 산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럴 자신이 없어 워킹맘의 길을 버린 나이기에 더더욱 쉽게 논할 수가 없다. 낮에 일터에 나가 있는다고 해서 퇴근 후 육아를 외면할 수는 없을 터. 그 한정된 시간 안에 사랑을 주고자, 현실적인 육아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애쓰는 그들 역시 시간의 부족함에 미안함을 느낄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 자신을 칭찬해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엄마니까. 그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힘이 되는 그런 존재니까. 그렇지만 우리가 결코 그저 있어주는 것만으로 머물고 있지는 않으니까. 우리 스스로를 칭찬해보자.



이전 05화나 같은 와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