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변화를 맞이하다
소소한 습관이 나를 변화시켰다
'나를 이대로 낭비해도 되는 걸까'
드디어 둘째가 24개월, 3월 신학기. 어린이집에 입소했다. 적응 기간이 꽤 길었던 어린이집의 적응 3주 차. 아이를 어린이집에 3시간을 맡긴 지 3일째 되는 날,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다 문득 든 생각이다. 아마도 정신없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던 2년의 세월 끝에 갑자기 찾아든 여유 때문이었겠지. 어쩌면 여유에 익숙해지면 다시는 하지 않게 될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참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참으로 자신만만했었다. 엄마가 되기 전까진 사기가 꺾인 일은 있었지만 참으로 열심히 달렸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그냥 이대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냥 이대로도 의미 있는 매일매일을 보냈다. 그런데 또다시 갈등이 찾아왔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더 있을 텐데 난 내 삶을 이리 허비해도 되는 것일까. 무엇이 정답일까.
그래서 일단 북카페를 찾았다. 둘째가 없다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책 읽기라도 해보자 싶어서... 비록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서 돌볼 아이는 없었지만 이 날의 독서를 위해 나는 완벽함을 한 번 더 내려놓아야 했다. 아이들이 없는 동안 집을 깨끗이 치우고 반찬을 할 수 있는 주부로서의 완벽함. 완벽함을 버리면 내가 더 풍요로워진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완벽함 내려놓기.
아이를 보내고 무작정 책을 읽다 보니 이제 움직이고 싶어 졌다. 무언가 찾아보자. 사실 그전부터 기웃기웃 궁금했던 강의가 있었다. SNS를 통해 만난 "21일 만에 매력 습관 만들기" 음, 이건 뭐지.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으니까 일단 이거 한번 들어볼까? 그런 생각으로 신청을 했다. 그냥 무작정, 정확히 뭘 배울지도 모르면서 아직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 끝나지 않은 3월 넷째 주, 난 "21일 만에 매력 습관 만들기" 란 강의를 하는 강의장에 앉아있었다.
강의를 통해서 나를 돌아봤고 내가 바라는 모습도 그려보았다. 그리고 매일매일 내가 습관으로 만들어나가고 싶은 일들을 직접 적었다. 사실 그런 주문 앞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독서와 글쓰기가 그 목록에 들어갔다. 그 외에 필수로 해야 할 것이 매일 스케줄 리뷰와 주변 정리였다.
사실 그날 강의가 끝나고 와서는 기분이 썩 상쾌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21일 뭐가 그리 달라질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평소에 책을 안 읽는 사람도 아니었고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책 읽기도 글쓰기도 꾸준하지 않을 뿐. 그걸 꾸준히 하면 뭐가 달라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21일 뒤 나는 놀라운 것을 깨달았다. 꾸준히 했더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변화를 눈에 보이는 성과로 말하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의 변화였다. 내가 결심한 무언가를 매일매일 꾸준히 하고 나니 묘한 자신감 같은 것이 생겼다. 독서도 들쑥날쑥 할 때보다 머릿속에 구조화되어 잘 정리되는 느낌. 글도 매일 쓰다 보니 하루하루 나아지는 느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무언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그 생각은 내 시간을 더 알차게 만들었다. 그래서 권해보고 싶다.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매일 30분이라도 꾸준히 독서하는 목표를 만들어보라고. 꾸준히 하다 보면 작은 습관이 근육이 되어 나를 더 높은 경지로 끌어가 준다.
돌아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24개월은 길었다. 그 시간 동안 무언가를 실천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간 비어 있었던 독서나 글쓰기를 다시 정비하기엔 매일의 습관이 참으로 중요했다. 그리고 나의 의지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 의지를 다지는 것은 실천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일. 이 강의를 통해 함께 으쌰 으쌰 인증하며 매일 지속해가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 얼마나 큰 힘인가를 깨달았다. 내 의지의 허약함을 깨달았지만 새로운 방법을 알았으니 슬프기보다는 뿌듯했다.
하루 십분, 하루 열 페이지. 이런 작은 습관이 나를 바꾸었다. 사실 그 덕분에 지금 이런 글도 쓰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불을 지핀 것도 이 작은 습관에서 시작이 됐으니까. 사소해도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꾸준함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고, 시스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얻은 것이 참 많았다.
이렇게 나는 변화를 꿈꾸기 시작했고, 변화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어디로 나아갈까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성취를 소중히 하게 되었고, 작은 성취를 칭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여유가 생긴 그 순간, 그저 눌러앉지 않고 움직였던 나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꼭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그게 중요한 거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소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