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의 진실: 왜 당신의 첫 제품은 형편없어야 하는가

스타트업 창업백서 3

by 정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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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출신 공동창업자의 말이었다. 우리는 이미 8개월을 썼다. 그리고 아직도 베타도 못 냈다. 매일 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고, 매일 아침 "거의 다 됐다"는 말을 들었다.


1년 2개월 후, 우리는 '완벽한' 제품을 출시했다. 첫 주 가입자 14명. 두 번째 주 가입자 3명. 세 번째 주, 우리는 문을 닫았다. 완벽한 제품으로 완벽하게 망했다.



MVP를 오해하는 방식들


오해 1: "Minimum = 기능이 적은"

많은 사람들이 MVP를 '기능 축소판'으로 생각한다. 아니다. MVP는 최소한의 기능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다. 나는 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초기 멤버였을 때, 6개월간 플랫폼을 개발했다. 동영상 강의, 퀴즈, 진도 관리, 커뮤니티, 결제 시스템... 다 넣었다.


알고 보니 고객들이 원한 건 단 하나, **"좋은 강의 콘텐츠"**였다. 나머지는 다 부차적이었다. 우리는 유튜브 링크 모음집으로 시작했어도 됐다. 아니, 그랬어야 했다.



오해 2: "Viable = 팔 수 있는"

"출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함정에 빠진다. 당신의 기준과 고객의 기준은 다르다.

내 친구는 디자인 툴 스타트업을 준비하면서 1년간 UI/UX를 갈고 닦았다. "디자이너 대상 제품인데 디자인이 형편없으면 안 되잖아."


출시했을 때, 사용자 피드백 1위는 "디자인은 예쁜데, 기능이 불편해요"였다. 그는 중요하지 않은 걸 완벽하게 만드는 데 1년을 썼다.



오해 3: "Product = 소프트웨어"

MVP는 앱이나 웹사이트일 필요가 없다.

내가 가장 성공적이었던 MVP는 엑셀 파일이었다. 우리는 B2B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준비했는데, 3개월간 개발하는 대신, 고객의 데이터를 받아서 수동으로 분석해주고 엑셀로 보고서를 보냈다.


첫 달 고객 5개사. 두 번째 달 12개사. 세 번째 달, 우리는 어떤 기능을 자동화해야 할지 정확히 알았다. 개발은 그때 시작했다.



진짜 MVP는 이렇게 생겼다

사례 1: Dropbox

드류 휴스턴은 제품을 만들기 전에 3분짜리 데모 영상을 만들었다. 실제 작동하는 제품이 아니라,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

하룻밤 사이 베타 신청자 75,000명. 제품은 없었지만, 수요는 검증됐다. 그제야 개발에 들어갔다.



사례 2: Zappos

신발 온라인 쇼핑몰 Zappos의 창업자는 재고도, 물류 시스템도 없이 시작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근처 신발 가게에 가서 사서, 직접 배송했다.


미친 짓처럼 보였지만, 이게 MVP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신발을 살까?"라는 가설을 최소 비용으로 검증한 것이다. 답은 "Yes"였다. 그제야 시스템을 구축했다.



MVP를 만드는 4단계


1단계: 검증하고 싶은 가설을 명확히 하라

"이 제품이 성공할까?"는 가설이 아니다. 너무 크다.


쪼개라: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낼까?"

"이 방식의 솔루션을 선호할까?"

"우리가 타겟한 고객군이 맞을까?"

"이 가격에 구매할까?"


한 번에 하나씩 검증하라. 나는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어서 우선순위를 정한다. 가장 위험한 가설(틀렸을 때 모든 게 무너지는 것)부터 검증한다.



2단계: 가장 빠르고 저렴한 검증 방법을 찾아라

코딩은 항상 마지막 수단이다.


검증 방법 우선순위:

고객 인터뷰 (비용: 0원, 시간: 1주)

랜딩 페이지 + 이메일 수집 (비용: 10만원, 시간: 3일)

수동 서비스 제공 (비용: 시간만, 시간: 2주)

프로토타입/목업 (비용: 50만원, 시간: 2주)

간단한 웹사이트 (비용: 500만원, 시간: 1달)

풀 개발 (비용: ???, 시간: ???)


대부분의 가설은 1~3번으로 검증 가능하다. 나는 지금도 새 아이디어가 생기면 먼저 Notion 페이지에 설명 적고, 링크를 10명에게 보낸다. 3명 이상이 "베타 쓰고 싶다"고 하면, 그때 다음 단계로 간다.



3단계: 완벽함을 버려라

당신의 첫 버전은 부끄러워야 정상이다. LinkedIn 창업자 리드 호프만의 말


"If you're not embarrassed by the first version of your product, you've launched too late."


내가 두 번째 스타트업 때 만든 첫 MVP는:

디자인: 부트스트랩 기본 템플릿

로고: 무료 폰트로 5분 만에 제작

결제: 계좌이체 수동 확인

고객지원: 내 개인 카톡


예뻤나? 아니다. 부끄러웠나? 매우. 작동했나? 완벽하게.

첫 달 사용자 37명. 그들의 피드백으로 2.0 버전을 만들었다. 그 버전은 덜 부끄러웠다.



4단계: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버려라

MVP의 목표는 완성이 아니라 학습이다.

나는 매주 금요일마다 "배운 것 / 버릴 것" 회의를 했다:


이번 주 배운 것 3가지

이번 주 틀린 가설 2가지

다음 주 버릴 기능 1개

다음 주 추가할 기능 1개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어렵다. 하지만 MVP 단계에서는 버리는 게 핵심이다. 쓸데없는 걸 빼야, 중요한 게 보인다.



내가 배운 MVP의 원칙들


원칙 1: 10명의 열광보다 100명의 만족

100명이 "나쁘지 않네요"라고 하는 제품보다, 10명이 "이거 없으면 못 살아요"라고 하는 제품이 낫다.

초기에는 넓게 가지 마라. 좁고 깊게 파라. 10명을 미치게 만들어라. 그 10명이 당신의 에반젤리스트가 된다.



원칙 2: 수동으로 할 수 있는 건 자동화하지 마라

"나중에 자동화할 건데 지금 수동으로 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창피한 게 아니라 현명한 것이다.


나는 한 서비스에서 처음 3개월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고객들에게 맞춤 뉴스레터를 수동으로 만들어 보냈다. 고객 50명. 미친 짓 같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웠다.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어떤 형식이 클릭을 유도하는지

어떤 시간대에 열어보는지


3개월 후 자동화했을 때, 우리는 정확히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알았다. 오픈율 68%. 처음부터 자동화했으면 아마 20%였을 것이다.



원칙 3: "No"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라

MVP 단계에서 가장 큰 적은 feature creep(기능 비대화)다.

"이 기능도 있으면 좋겠어요" "경쟁사는 이것도 있던데요" "이거 없으면 안 쓸 것 같아요"


초기 사용자들은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대부분 듣지 마라.

나는 이제 이렇게 답한다: "좋은 의견이네요. 100명이 되면 만들겠습니다. 지금은 핵심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핵심을 지켜라. 나머지는 나중에.



원칙 4: 실패를 빨리, 자주 하라

MVP는 실패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이 가설이 틀렸다"를 빨리 알수록, 빨리 피벗할 수 있다. 1년 개발하고 "틀렸네"보다, 1주일 테스트하고 "틀렸네"가 백만 배 낫다.


나는 지금까지 7개의 MVP를 만들었다. 그 중 5개는 버렸다. 그리고 그 5번의 실패가 나를 지금의 자리에 오게 했다. 각각의 실패에서 배운 것들이 쌓여서, 결국 되는 것을 만들게 됐다.



당신이 내일 할 수 있는 것

MVP를 6개월 후에 시작하겠다고? 아니다. 내일 시작할 수 있다.


내일 할 수 있는 MVP들:


아이디어가 앱이라면:

Figma로 화면 3개만 그려서 10명에게 보여줘라

"이거 있으면 쓰겠어요?"가 아니라 "지금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해요?"를 물어라


아이디어가 서비스라면:

구글폼으로 신청 받고, 처음 5명에게 수동으로 서비스 제공해라

그들의 반응이 "감사합니다" 수준이면 접어라. "대박이에요"면 계속해라


아이디어가 마켓플레이스라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하나 파고, 공급자 5명 수요자 5명 모아라

일주일간 직접 중개해라. 수수료는 나중에


아이디어가 하드웨어라면:

3D 렌더링 이미지와 설명으로 크라우드펀딩 페이지 만들어라

100명이 "사고 싶다" 눌러야 만들 가치가 있다




마지막 고백

나는 아직도 가끔 완벽주의의 유혹에 빠진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이것만 추가하면..."


그럴 때마다 첫 스타트업의 1년 2개월을 떠올린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서 완벽하게 실패한 그때를.


그리고 노트북을 닫고, 고객에게 전화한다.


"아직 엉망이지만, 한번 써보시겠어요?"


가장 무서운 질문이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당신의 MVP는 부끄러울 것이다. 그게 정상이다. 부끄러움을 견뎌라.


완벽함을 기다리는 순간, 당신은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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