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진실을 들어라!

스타트업 창업백서 2

by 정명훈

"고객 인터뷰 50번 했습니다. 다들 좋다고 하던데요?"


멘토링 자리에서 만난 한 창업가의 말이었다. 나는 그의 인터뷰 스크립트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질문 첫 번째가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사용하시겠어요?"였다.

이건 인터뷰가 아니라 칭찬 수집이었다.


나도 그랬다

내 첫 스타트업 때, 나는 30명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28명이 "오, 좋은데요?"라고 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개발에 들어갔다. 6개월 후 출시했을 때, 그 28명 중 실제로 가입한 사람은 2명이었다. 결제한 사람은 0명.


뭐가 잘못됐을까? 나는 그들에게 가설을 검증받은 게 아니라 동의를 구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착하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더 착하다. 누가 열심히 설명하면 "좋네요"라고 해준다. 하지만 그건 예의지, 구매 의사가 아니다.



고객 인터뷰에서 가장 위험한 질문들


1. "이런 제품이 있으면 쓰시겠어요?"

이 질문의 문제는,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운동 앱 쓰시겠어요?" "네!" 하지만 헬스장 1월 등록자의 90%는 2월엔 안 간다.

대신 이렇게 물어라: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뭘 하고 있나요?" 현재 행동이 미래 행동을 예측한다.


2. "이 기능이 있으면 좋을까요?"

"좋을 것 같아요"는 가장 쓸모없는 답변이다. 나는 한때 설문조사에서 "매우 필요함" 80%를 받고 기뻐했다. 출시 후 실제 사용률은 12%였다.

대신 이렇게 물어라: "이 문제 때문에 지난주에 얼마나 불편하셨나요?" 구체적인 경험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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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 아이디어 어떠세요?"

절대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먼저 설명하지 마라. 설명하는 순간, 상대방은 비평가가 아니라 응원자가 된다. 당신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진짜 인사이트를 얻는 질문법


"지난주에..." 시리즈

"지난주에 이 문제 때문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지난주에 이걸 해결하려고 뭘 해보셨나요?"

"지난주에 이것 때문에 시간이나 돈을 얼마나 썼나요?"


"지난주"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추상적인 의견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을 끌어낸다.


나는 한 B2B 서비스를 준비할 때, "업무 효율화가 필요하세요?"라고 물었더니 100% "네"였다. 하지만 "지난주에 비효율 때문에 야근하신 적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60%가 "아니요"였다. 진짜 pain은 40%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지불하고 계세요?"

"지금 이걸 해결하려고 어떤 도구/서비스를 쓰고 계세요?"

"거기에 한 달에 얼마를 내고 계세요?"

"불편한데 왜 계속 쓰고 계세요?"


현재 지불하고 있는 금액과 시간이, 그들의 pain level이다. 무료 툴만 쓰고 있다면? pain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최악의 경험" 시리즈

"이 문제 때문에 가장 화났던/곤란했던 경험을 말씀해주시겠어요?"

"그때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그 경험 이후에 뭔가 바꾸셨나요?"


감정이 실린 구체적인 스토리가 나오면, 그게 진짜 문제다. 나는 한 스타트업 준비할 때, 한 디자이너가 파일 관리 실수로 3일 작업을 날린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말하며 손을 떨었다. 그 떨림이, 우리 제품의 핵심 가치가 되었다.



인터뷰 중 놓치지 말아야 할 신호들


긍정 신호 (진짜 관심)

"지금 당장 베타 써볼 수 있나요?"

"이거 언제 나와요? 꼭 알려주세요"

"우리 팀 사람들한테도 소개해줄게요"

인터뷰 중에 자기 경험을 30분 넘게 이야기한다

인터뷰 끝나고 명함 달라고 한다



위험 신호 (사회적 동의)

"좋은 아이디어네요"

"잘 되길 바랄게요"

"시장성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질문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나중에 나오면 한번 써볼게요"


두 번째가 더 많다면? 당신은 인터뷰가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배운 인터뷰의 황금률


1. 80:20 법칙

당신이 말하는 시간 20%, 듣는 시간 80%. 나는 타이머를 켜놓고 인터뷰한다. 내가 5분 말하면, 상대방은 20분 말해야 한다. 이게 안 지켜지면 인터뷰를 재설계한다.


2. "왜"를 세 번 물어라

"이 기능이 불편해요" → "왜 불편하세요?" → "시간이 오래 걸려서요" → "왜 시간이 중요한가요?" → "마감이 촉박해서요" → "왜 마감이 촉박한가요?" → "클라이언트가 갑자기 요구사항을 바꿔서요"

세 번째 "왜"에서 진짜 문제가 나온다. 이 경우, 문제는 "기능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변동사항 대응"이었다.


3. 침묵을 두려워하지 마라

질문하고 나서 참아라. 한국인은 침묵을 불편해한다. 10초 정도 기다리면, 상대방이 더 깊은 이야기를 한다. 나는 처음엔 3초도 못 참았다. 지금은 20초도 참는다. 가장 좋은 인사이트는 그 침묵 뒤에 나온다.


4. 돈 이야기를 피하지 마라

한국 사람들은 돈 이야기를 꺼린다. 하지만 당신은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인터뷰 말미에 항상 묻는다:


"만약 이게 내일 출시된다면, 얼마 정도면 써보시겠어요?"


머뭇거리거나 "글쎄요..."라고 하면, pain이 약한 것이다. 즉답으로 금액을 말하면, 그게 당신의 가격 상한선이다.



인터뷰 후 해야 할 일

인터뷰 노트 정리는 24시간 내

기억은 빠르게 왜곡된다. 나는 인터뷰 직후 카페에 앉아서 30분간 노트를 정리한다. 특히 이 세 가지를 기록한다.

감정이 실린 표현들 (따옴표로)

구체적인 숫자들 (비용, 시간, 빈도)

예상 밖의 발견들


패턴 찾기

10명 인터뷰하면, 5명 이상이 비슷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각자 다른 문제를 말한다면? 타겟이 너무 넓거나, 문제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엑셀에 인터뷰이별로 문제를 나열하고, 중복되는 키워드를 찾는다. 3번 이상 나온 문제가 내가 풀어야 할 문제다.


반론자를 찾아라

"안 쓸 것 같아요"라고 한 사람들을 다시 만나라. 그들이 당신의 가장 좋은 스승이다. "왜 안 쓰실 것 같은가요?"를 파고들면, 당신 아이디어의 치명적 결함이 보인다.



당신에게 숙제

이 글을 읽고 나서, 오늘 당장 3명에게 연락하라. 당신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이렇게 물어라.


"제가 창업 준비 중인데, 30분만 이야기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품 소개가 아니라, 그냥 당신의 경험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80% 듣고, 20%만 말하라.


"이런 서비스 어때요?"라는 질문은 절대 하지 마라.

"지난주에 어땠어요?"를 물어라.


그 세 번의 대화가, 당신의 PPT 100장보다 더 가치 있을 것이다.

진짜 인사이트는 회의실이 아니라, 고객의 입에서 나온다.


나가서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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