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 백서 5편
카페에서 대학 후배를 만났다. 눈이 반짝였다.
"선배, 저 창업하려고요. 아이디어도 있고, 기술도 있어요. 근데 혼자 하기엔 좀 불안해서... 누구랑 같이 하면 좋을까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물었다.
"같이 창업할 사람, 벌써 생각해둔 사람 있어?"
"네! 동아리 친구 한 명이요. 걔도 창업 관심 있대요."
"얼마나 친해?"
"음... 1년 정도 알았어요. 술도 가끔 먹고."
"걔가 새벽 3시에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면 어떡할 건데?"
후배는 멈칫했다. 그런 상황은 생각해본 적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동창업자 때문에 망한 첫 번째 스타트업. 그리고 공동창업자 덕분에 살아난 두 번째 스타트업. 같은 '공동창업자'인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혼자 하면 안 되는 이유
처음엔 혼자 하고 싶었다. 의사결정 빠르고, 지분 100%, 책임도 명확하고. 완벽해 보였다.
실제로 2주간은 좋았다. 내 페이스로 일하고, 내 맘대로 결정하고, 누구 눈치도 안 보고.
3주차부터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개발하다가 막히면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혼자 구글링하면서 3시간을 날렸다. 옆에 누군가 있었다면 10분 만에 해결됐을 문제를.
디자인을 하는데 이게 맞는지 확신이 안 섰다. "이거 괜찮아?"라고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결국 3번 갈아엎었다. 처음이 제일 나았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4주차, 나는 번아웃이 왔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혼자. 대화는 편의점 알바와 "봉투 주세요" 하는 게 전부였다. 사람이 그리웠다. 동료가 그리웠다.
5주차, 나는 카페에 앉아서 울었다. 이유도 모르고. 그냥 너무 외로웠다.
혼자 창업하면 두 배 빠를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혼자 하면 외롭고, 느리고, 망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스타트업은 마라톤이 아니라 산악 등반이다. 혼자 에베레스트 오르는 사람 없다. 로프 잡아줄 사람, 길 찾아줄 사람, "조금만 더"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나와 하면 더 빨리 망하는 이유
그래서 나는 공동창업자를 찾았다. 대학 동기 중 한 명. 술 자주 먹고, 같이 여행도 다녀온 친구. 성격도 잘 맞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의기투합했다. "형, 같이 한번 해보자!" 술 취한 채로 악수했다. 다음 날 법인 설립했다. 지분은 50대 50. 완벽해 보였다.
3개월까지는 정말 좋았다. 같이 일하니까 외롭지 않았고, 서로 응원하면서 밤 새워 일했다. "우리 대박 날 거야!" 매일 이런 말을 했다.
4개월째,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기능은 이렇게 만들어야 해." 내가 말했다. "아니야, 이렇게 하는 게 맞아." 그가 반박했다.
처음엔 가볍게 토론했다.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둘 다 자기 방식대로 따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합치려니 안 맞았다. 일주일치 작업이 날아갔다.
5개월째,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그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오전 6시 출근, 오후 3시 퇴근. 나는 올빼미형이었다. 오전 11시 출근, 밤 10시 퇴근. 처음엔 "각자 편한 시간에 일하자"고 했다. 하지만 겹치는 시간이 4시간밖에 안 됐다. 소통이 안 됐다. 내가 오후에 만든 걸 다음 날 아침에 그가 보고 수정하면, 나는 그걸 또 저녁에 보고 수정했다. 핑퐁 게임이었다.
6개월째, 결정적 사건이 일어났다.
"형, 나 결혼하기로 했어." "...축하해. 근데 갑자기?" "응. 그래서 안정적인 게 필요할 것 같아. 미안한데, 나 취직 준비 좀 할게."
그는 일주일 뒤 나갔다. 50%의 지분을 가지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나는 배신감을 느꼈다. 동시에 내 자신이 한심했다. 왜 미리 이런 상황을 대비하지 못했을까. 왜 서류 한 장 제대로 안 썼을까.
친구는 잃었고, 회사는 무너졌다. 둘 다 잃었다.
좋은 공동창업자의 조건
두 번째 스타트업을 준비할 때, 나는 신중했다. 6개월간 공동창업자를 찾지 않았다. 혼자 고객 인터뷰하고, 혼자 프로토타입 만들었다. 외로웠지만 성급하게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사람이 있었다. 스타트업 밋업에서. 우리는 같은 문제에 관심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통했다.
"한번 같이 프로젝트 해볼까요?"
우리는 일단 3개월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정식 창업이 아니라 "시험 기간" 같은 거였다. 급여는 없고, 주말에만 만나서 일했다. 계약서도 없었다. 그냥 "같이 한번 해보자"였다.
3개월 동안 나는 그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도 나를 관찰했을 것이다. 일하는 방식 그는 나처럼 밤늦게까지 일하진 않았다. 하지만 약속한 건 정확히 지켰다. "이번 주까지 이거 만들어올게"라고 하면, 정말로 만들어왔다. 때로는 내 것보다 더 잘 만들어왔다.
위기 대응 한번은 프로토타입이 완전히 날아갔다. 내 실수였다. 나는 패닉했다. 그는 침착했다. "괜찮아요. 이번 기회에 더 잘 만들어봐요." 그리고 자기 주말을 다 써서 같이 복구했다. 나무라지 않았다.
솔직함 "이 아이디어, 솔직히 별로인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처음엔 기분 나빴다. 하지만 그는 대안을 가져왔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그리고 그게 더 나았다. 나는 인정했다.
가치관 "돈 많이 버는 것보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게 우선이에요." 그의 말이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건 중요했다. 나중에 방향 결정할 때 같은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3개월 후, 나는 그에게 물었다.
"정식으로 같이 할래요?"
그는 하루 고민하더니 답했다. "네. 하고 싶어요. 근데 계약서 써요. 제대로."
계약서 없이 시작하지 마라
우리는 일주일간 변호사와 상담하며 계약서를 만들었다. 친구 사이에 이런 거 쓰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서로 믿는데 왜 이런 게 필요한가 싶었다. 하지만 첫 번째 실패가 떠올랐다. 믿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가 계약서에 넣은 것들:
지분 배분 처음엔 50대 50으로 하려 했다. 하지만 변호사가 말했다. "그건 나중에 문제될 수 있어요. 누가 캐스팅보트를 쥐나요?"
우리는 고민 끝에 60대 40으로 했다. 내가 60. 왜냐면 아이디어를 내고 6개월 먼저 시작했으니까. 그는 흔쾌히 동의했다. "당연하죠. 형이 먼저 시작하셨잖아요."
베스팅(Vesting) 4년간 매년 25%씩 지분을 받는다. 만약 1년 안에 나가면 0%. 2년에 나가면 25%만. 이게 중요했다. 초반에 나가면서 지분 다 가져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클리프(Cliff) 1년은 무조건 있어야 지분을 받기 시작한다. 6개월 만에 나가면 아무것도 못 가져간다. 이건 서로를 위한 안전장치였다.
역할 분담 나: CEO, 제품 개발, 고객 관리 그: COO, 운영, 재무, 법무
명확하게 나눴다. 겹치는 부분은 같이 결정하되, 각자 영역은 존중한다.
의사결정
일상적 결정: 각자 알아서
중요한 결정(채용, 큰 지출, 방향 전환): 둘 다 동의
최종 결정권: CEO(나)
처음엔 이게 불편했다. "우리 친구인데 이렇게까지?"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 계약서가 우리를 살렸다. 의견 충돌할 때마다 계약서를 봤다. "이건 내 영역이네" "이건 같이 결정해야 하네"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함께 일하면서 배운 것들
첫 6개월: 허니문
모든 게 신났다. "우리 대박 날 거야!" 매일 이런 말을 했다. 작은 성과에도 같이 기뻐했다. 첫 고객, 첫 매출, 첫 긍정적 리뷰. 둘이서 치킨 먹으며 축하했다.
이때는 쉬웠다. 아직 큰 갈등이 없었으니까.
7개월~1년: 현실
첫 갈등이 왔다. 제품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였다.
나: "B2C로 가야 해. 시장이 크잖아." 그: "B2B가 낫지 않아요? 매출 확실하잖아요."
우리는 일주일간 토론했다. 때로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첫 번째 창업 때와 달랐다. 우리는 데이터로 싸웠다.
각자 1주일간 리서치했다. 나는 B2C 시장 자료를, 그는 B2B 사례를 가져왔다. 테이블에 놓고 같이 분석했다.
결론은 "일단 B2B로 시작, 나중에 B2C"였다. 내가 졌다. 하지만 승복했다. 데이터가 그쪽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1년~2년: 위기
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매출은 더디고, 투자는 안 들어오고. 런웨이 2개월.
"형, 나 이번 달 월급 못 받아도 괜찮아요."
그가 먼저 말했다. 나는 눈물이 났다.
"나도 안 받을게. 같이 버티자."
우리는 3개월간 무급으로 일했다. 동시에 프리랜싱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서로의 프리랜싱 일을 도와줬다. "형 일 먼저 하세요. 제 건 나중에." "아니야, 네 거 먼저 해. 마감이 더 급하잖아."
이 시기에 우리는 진짜 동료가 됐다. 좋을 때만 함께한 게 아니라, 최악의 순간을 함께 견뎠으니까.
2년 이후: 성숙
지금은 말을 안 해도 안다. 눈빛만 봐도 뭘 생각하는지. 회의할 때도 "아, 그거"라고만 해도 통한다.
싸울 때도 요령이 생겼다. 화나면 일단 30분 산책하고 온다. 돌아와서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아까는 화가 났는데, 생각해보니까..."
우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가족이다. 좋은 의미로.
공동창업자를 찾는 법
후배들이 자주 묻는다. "공동창업자 어디서 찾아요?"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가 추천하는 방법들:
1. 먼저 작은 프로젝트를 함께 하라
곧바로 창업하지 마라. 먼저 사이드 프로젝트를 3개월 해봐라. 돈도 안 걸리고, 계약서도 필요 없다. 그냥 "한번 같이 만들어볼까?"
그 3개월 동안 관찰하라:
약속을 지키나?
책임감이 있나?
위기에 어떻게 반응하나?
솔직하게 이야기하나?
가치관이 맞나?
3개월 후에도 "이 사람과 계속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라.
2.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활용하라
친구나 지인 중에서만 찾지 마라. 범위가 너무 좁다.
내가 활용한 곳들:
스타트업 밋업
해커톤
창업 동아리
온라인 커뮤니티(디스콰이엇, 아웃스탠딩 등)
낯선 사람과 시작하는 게 오히려 나을 때가 있다. 개인적 관계가 없으니,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다.
3. 보완적인 사람을 찾아라
나와 똑같은 사람을 찾지 마라. 나와 다른 사람을 찾아라.
나는 개발자다. 그래서 비개발자를 찾았다. 나는 아이디어가 많지만 실행이 약하다. 그래서 실행력 강한 사람을 찾았다. 나는 낙관적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사람을 찾았다.
결과? 우리는 완벽하게 보완했다. 내가 약한 부분을 그가 채우고, 그가 약한 부분을 내가 채웠다.
4. 급하게 정하지 마라
"다음 주에 법인 설립하고 싶은데, 일단 누구라도..."
이러면 99% 망한다.
공동창업자는 배우자 고르는 것만큼 중요하다. 어쩌면 더 중요하다. 매일 8시간 이상 같이 있을 사람이다. 스트레스 많은 환경에서. 쉽게 정하지 마라.
차라리 6개월 더 혼자 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람을 찾아라.
함께 하면 안 되는 사람
이런 사람과는 절대 창업하지 마라. 내가 경험으로 배운 레드 플래그들:
"아이디어만 내는 사람" "나는 아이디어 내고 방향 잡을게. 너는 개발 해." 이런 사람은 공동창업자가 아니라 고객이다. 아이디어는 실행의 1%다. 99%는 땀이다.
"조건부 헌신"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나갈게." 창업은 올인이다. 반쪽 마음으로 하면 반쪽 결과만 나온다.
"결정을 못 내리는 사람" "음... 둘 다 좋은 것 같은데... 형이 알아서 해." 스타트업은 매일 수십 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결정 못 내리는 사람은 짐이 된다.
"책임 떠넘기는 사람" "내가 말했잖아,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I told you so. 이 말 하는 순간 팀은 무너진다. 책임을 나누는 게 아니라 떠넘긴다.
"비전이 다른 사람" "난 빨리 엑싯하고 싶어." "난 이 문제를 10년 동안 풀고 싶어." 이건 안 맞는다. 나중에 100% 갈라선다.
지금 공동창업자와 갈등 중이라면
이미 시작했는데 문제가 생겼다면?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선택 1: 대화
대부분의 갈등은 소통 부족에서 온다. 일단 진솔하게 이야기해봐라.
"요즘 우리 뭔가 안 맞는 것 같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조용한 곳에서, 술 없이, 긴 시간 이야기하라. 서로의 불만, 기대, 걱정을 다 꺼내놔라.
나는 한번 공동창업자와 5시간 대화했다. 처음 2시간은 서로 불만 토로. 다음 2시간은 상대방 입장 이해. 마지막 1시간은 해결책 모색.
그날 이후 우리는 더 강해졌다.
선택 2: 역할 재조정
문제가 역할 때문일 수 있다. 애매하게 겹치니까 충돌한다.
명확히 나눠라. "이건 네 영역, 이건 내 영역. 서로 존중하자."
우리는 한번 이렇게 했다:
제품: 내가 최종 결정권
운영: 그가 최종 결정권
전략: 같이 결정
명확해지니까 싸울 일이 줄었다.
선택 3: 헤어지기
대화해도 안 되고, 조정해도 안 되면? 헤어져야 한다.
이혼보다 나쁜 건 나쁜 결혼 유지하는 것이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깔끔하게 정리하라:
지분 정산 (계약서대로)
역할 인수인계
고객에게 설명
법적 서류 정리
감정적으로 하지 마라. 비즈니스로 처리하라. 나중에 길에서 마주쳐도 인사할 수 있게.
마지막으로, 후배에게
카페에서 만난 후배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했다.
"선배...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해요? 그 친구랑 하는 게 맞을까요?"
나는 대답했다.
"모르겠어. 네가 판단해야지. 다만 이것만 물어봐. 그 친구와 3년 후에도 같이 일하고 싶어? 최악의 상황에서도?"
후배는 고민에 빠졌다.
"음... 잘 모르겠어요."
"그럼 아직 아니야.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려. 혼자 하는 게 잘못된 사람과 하는 것보다 낫거든."
3개월 후,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선배, 다른 사람 찾았어요. 해커톤에서 만났는데, 3개월 프로젝트 같이 했거든요. 이 사람이랑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잘했어. 계약서는?"
"이번 주에 변호사 만나요."
나는 웃었다. 이 친구는 제대로 시작하는 거다.
공동창업자는 스타트업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다.
혼자 하지 마라. 외롭고, 힘들고, 한계가 온다.
하지만 아무나와 하지도 마라. 잘못된 동료는 혼자보다 더 나쁘다.
시간을 들여라. 관찰하라. 작은 프로젝트로 테스트하라. 그리고 확신이 들면, 그때 계약서를 쓰고 시작하라.
좋은 공동창업자는 당신의 약점을 채우고, 강점을 배가시키고, 최악의 순간에 함께 버텨준다.
그런 사람을 찾을 때까지, 조급해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