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행이 늦어서 실패하더라고요.”
JSS Academy 정명훈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220여 개 창업지원기관에서 9만 명이 넘는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정부지원사업 평가위원으로, IR 멘토로, 사업계획서 강의를 하며, 때로는 심야에 카페에서 긴 상담을 하며 말이죠.
그러면서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게 있습니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를 너무 잘 만든다는 것
정말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아이디어는 괜찮은데, 시장조사가 덜 됐다는 이유로. 브랜딩이 아직 미흡하다는 이유로. 자금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예상 고객 리스트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그렇게 시작을 미루는 창업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실제로 시장에서 살아남은 창업자들을 보면,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더라고요. 대신 불완전하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실행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시작한 사람이 오히려 더 빨리 성장하고, 더 견고한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오랜 기간 수많은 팀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패턴이 보이더라고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사업계획서를 완벽하게 쓰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공고문을 분석하고, 정책 자료를 연구하고, 시장조사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몇 달을 씁니다. PPT 100장을 만들어서 보여주면 정말 그럴싸합니다. 문서로는 완벽하죠.
그런데 정작 고객을 한 명도 만나지 않았더라고요. 제품은 아직 존재하지 않고, 시장에는 단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비즈니스가 돼버리는 거죠.
자료는 부족하지만, 일단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던져보는 사람들입니다. 70% 완성도로 출시하고, 고객 반응을 보면서 나머지 30%를 채워갑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무반응'을 더 두려워합니다. 이런 창업자들은 첫 고객의 피드백을 빠르게 얻고, 그걸 바로 개선으로 연결합니다. 3개월 후에 보면 벌써 버전 2.0, 3.0을 거쳐서 시장에 맞는 제품으로 진화해 있더라고요.
실행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사람들입니다. 시장 반응을 매주 기록하고, 숫자로 개선 과정을 관리합니다.
"이번 주에 고객 인터뷰 15건 했고, 그중 8명이 이 기능을 원했습니다. 전환율이 3%에서 7%로 올랐습니다."
이들은 투자자를 만날 때 "계획"이 아니라 "증거"를 보여줍니다. 결국, 이 유형이 투자도 받고, 오래 갑니다.
한 번은 두 팀을 동시에 멘토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팀은 사업계획서를 완벽하게 만들겠다며 PPT를 50장 넘게 작성했습니다. 시장 분석도 치밀했고, 경쟁사 분석도 훌륭했습니다. 매주 만날 때마다 "거의 다 됐어요, 다음 주면 완성입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다른 팀은 70% 완성된 MVP(최소기능제품)를 들고 왔습니다. 디자인도 투박하고, 버그도 좀 있었어요. 그런데 이 팀은 "일단 고객 10명한테 보여주고 반응 보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3개월 후 결과가 어땠을까요?
첫 번째 팀은 여전히 "곧 출시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계획서는 완벽해졌지만, 여전히 고객은 없었어요.
두 번째 팀은 이미 첫 결제 고객을 확보하고, 피드백 데이터를 50건 넘게 쌓고 있더라고요. 제품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미 이 제품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확신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계획이 아니라 반응이 답이다."
창업자들이 자주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지금은 시기가 아니야." "조금만 더 준비하면 완벽할 것 같아요."
하지만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좋은 아이템이 시장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미완성이어도 먼저 나간 팀이 시장의 기준을 만들어버리죠. 제가 멘토링했던 어느 팀은 "경쟁사가 먼저 나왔으니 우리는 더 완벽하게 만들겠다"며 6개월을 더 준비했습니다. 그 사이 경쟁사는 이미 고객 1,000명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버렸더라고요. 나중에 더 좋은 제품으로 출시했지만, 이미 게임은 끝나 있었습니다.
여기서, 팁 하나!
'출시'라는 단어 대신 '테스트'로 바꿔 생각하세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이 줄고, "시작이라도 해야겠다"는 동력이 생깁니다. 출시는 무겁지만, 테스트는 가볍습니다.
"이번 주에 10명한테 테스트해봐야지"라고 생각하면, 일단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많은 창업자들이 시장조사를 어렵게 생각합니다. 리서치 업체에 의뢰해야 하나, 설문조사를 몇백 명한테 돌려야 하나, 통계 분석을 해야 하나 고민하죠.
아닙니다. 시장조사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구글 리서치보다, 내 고객 10명의 말이 더 정확합니다.
그들이 왜 내 제품을 쓰지 않았는지, 왜 결제하지 않았는지를 직접 들으면 그 안에 모든 개선 포인트가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컨설팅했던 한 팀은 고객 인터뷰 20건을 하고 나서 제품 컨셉을 180도 바꿨습니다.
원래는 "모든 기능을 담은 올인원 솔루션"을 만들려고 했는데, 고객들은 "딱 한 가지만 잘해주면 된다"고 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기능을 80% 덜어내고 핵심 하나만 남겼더니, 오히려 전환율이 5배 올랐습니다.
첫 고객 10명에게 "솔직히 이거 사시겠어요?"라고 물어보세요.
망설이면서 "음... 좋긴 한데..."라고 하면, 그건 안 산다는 뜻입니다. 진짜 필요한 사람은 "이거 언제 나와요? 지금 쓰고 싶은데요"라고 먼저 묻습니다. 그 대답을 기록하세요. 그게 바로 '시장 데이터'입니다. 수백 페이지 리포트보다 훨씬 정확합니다.
투자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창업자는, 계획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 대신 "직접 해봤습니다"로 시작하죠.
"저희가 테스트해본 결과,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A를 했는데 실패했고, B로 바꿨더니 이렇게 됐습니다."
그 한 문장이 계획서 100장보다 더 강력한 설득이 됩니다. 실제로 IR 피칭을 심사할 때 가장 임팩트 있었던 팀은, PPT 10장으로 끝냈는데 그중 8장이 "실제 데이터"였던 팀이었습니다. "우리 MVP를 50명한테 보여줬고, 15명이 결제했습니다. 그중 12명이 2주 뒤에도 사용 중입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쓴 기능은 이거였고, 가장 불편해한 부분은 이거였습니다."
그 팀은 당연히 투자를 받았습니다.
계획서를 다 쓰기 전에, MVP를 보여주세요.
"우리 고객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데이터는 최고의 투자 스토리입니다. 투자자는 당신의 예상이 아니라, 시장의 반응을 보고 싶어 합니다.
수많은 현장에서 느낀 건 단순합니다.
창업은 준비의 결과가 아니라, 실행의 과정이다.
계획에 오래 머무는 사람일수록 결국 시장에 늦게 진입하더라고요. 그 사이 트렌드는 바뀌고, 경쟁사는 먼저 나가고, 고객의 니즈는 달라집니다.
반면, 불완전하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한 사람은 시장의 피드백을 통해 진짜 창업가로 성장했습니다. 실패도 빨리 하고, 개선도 빨리 하고, 결국 성공도 빨리 하더라고요.
완벽한 내일을 기다리지 마세요.
불완전한 오늘을 시작하는 사람이 결국 완벽에 가까워집니다.
스타트업은, 이대로만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JSS ACADEMY
정명훈 대표의 브런치를 구독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와 자료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 강의/강연/컨설팅 문의
- 주제 : 사업계획서/정부지원사업/유통판매전략/상품기획/사업전략/비즈니스모델 등
jssacademy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