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를 잘 쓰는 방법을 물어보면 대부분 이런 답이 돌아온다.
시장 규모를 크게 잡아라. 수익 모델을 구체적으로 써라. 경쟁사 분석을 철저히 해라.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먼저인 게 있다.
심사위원으로 3,000건 이상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면서 반복적으로 목격한 장면이 있다. 첫 페이지를 읽다가 펜을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읽는 순간이다. 숫자가 인상적일 때가 아니었다. 시장 분석이 정교할 때도 아니었다. 이 사람이 왜 이 사업을 하는지가 단 몇 줄에서 선명하게 느껴질 때였다.
창업동기다.
평가표 어디에도 창업동기 항목은 따로 없다. 그런데 창업동기가 없거나 흐릿한 사업계획서는 끝까지 읽어도 뭔가 허전하다. 반대로 창업동기가 살아 있는 사업계획서는 첫 페이지에서 이미 심사위원의 태도가 달라진다. 이후 내용을 읽는 눈이 달라진다. 같은 숫자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사업계획서는 앞에서 임팩트가 생겨야 전체가 산다. 첫 인상이 좋으면 이후 내용의 허점도 관대하게 넘어간다. 첫 인상이 흐리면 이후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계속 의심하면서 읽는다. 심사위원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창업동기는 그 첫 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창업동기를 단순히 "시작한 계기"로 생각하면 안 된다.
창업동기는 사업계획서의 뼈대다. 모든 항목이 창업동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제 인식은 창업동기에서 나와야 하고, 솔루션은 그 동기에서 비롯된 고민이어야 하고, 팀 구성은 그 동기를 실행하기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이 연결이 살아 있는 사업계획서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반면 창업동기가 공허한 사업계획서는 각 항목이 따로 논다. 문제 인식은 시장 데이터를 베낀 것처럼 보이고, 솔루션은 기획서처럼 보이고, 팀 소개는 이력서처럼 보인다. 내용은 있는데 사람이 없는 느낌이다.
심사위원이 가장 경계하는 게 그 느낌이다. 이 창업자가 진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지, 아니면 지원금을 받으려고 아이템을 끼워 맞춘 건지를 첫 페이지에서 이미 감지한다. 그 감지는 정확하다. 현장에서 수백 개를 보다 보면 진짜와 가짜가 느껴진다.
진짜 창업동기가 있는 사람은 문제를 설명하는 방식이 다르다. 데이터를 인용하기 전에 자기 경험이 먼저 나온다. "시장 조사 결과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가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이 문제를 겪었고, 그때 이 해결책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로 시작한다. 그 차이가 사업계획서 전체의 온도를 바꾼다.
창업동기를 잘 쓰는 데는 공식이 있다.
경험, 발견, 확신의 세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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