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전.
회의 중에 택배 도착 문자가 왔다. 부재중이라 문 앞에 두고 갔다는 내용이었다. 회의 끝나고 문 열었더니 박스 위에 포스트잇이 하나 붙어있었다.
"햇빛 드는 쪽이라 박스 옆으로 세워뒀습니다. 내용물 확인해보세요. 감사합니다."
손으로 쓴 글씨였다.
잠깐 멍했다.
택배기사가 하루에 몇 개를 돌리는지 안다. 많게는 200개. 한 집 한 집 붙잡고 메모 쓸 시간이 어디 있겠나. 근데 이 사람은 박스를 내려놓으면서, 햇빛 방향을 봤다. 내용물이 상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메모를 썼다.
30초도 안 걸렸을 그 행동이, 나는 하루 종일 생각났다.
나는 강의할 때 자주 이런 질문을 한다.
"여러분 브랜드가 고객에게 기억되는 이유가 뭔가요?"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품질이요. 가격이요. 마케팅이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사람들이 진짜 기억하는 건 대부분 그런 게 아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받은 작은 배려. 그게 브랜드가 된다.
2만 원짜리 물건 배송하면서 남긴 포스트잇 한 장.
그 택배기사는 그게 마케팅인지도 몰랐을 거다. 브랜딩인지도, 고객 경험인지도. 그냥 신경 쓰였으니까 쓴 거다.
근데 나는 그 택배 업체 이름을 다시 봤다. 다음에 보내는 사람이 택배사 선택권이 있다면, 나는 그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요즘 스타트업들이 퍼포먼스 마케팅에 수천만 원을 쓴다.
클릭률, 전환율, ROAS. 숫자를 쫓는다. 물론 중요하다. 근데 포스트잇 한 장이 만들어낸 팬심을 광고비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고객이 자발적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것.
그게 가장 싸고, 가장 오래 가는 마케팅이다.
기업가정신은 직책에 있지 않다.
택배기사도, 알바생도, 국밥집 아주머니도 가질 수 있다.
내가 지금 하는 이 일이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걸 아는 것.
그 인식 하나가,
포스트잇 한 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