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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 Aug 08. 2022

정어리는 패션이다

피게이라 다 포즈(Figueira da foz)

 비린내나는 물고기조차 예술이 되는 곳, 그곳은 포르투갈이다. 


 물고기가 팬시하고 팝아틱한 분위기의 훌륭한 패션으로 탈바꿈하는 곳, 포르투갈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흔히 리스본이나 포르투에서 한 번 쯤은 이곳을 방문할 것이다. 가게의 이름 조차 팝아틱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무려, '포르투갈 정어리의 환상적 세계(O Mundo Fantástico da Sardinha Portuguesa)' 이다. 이 가게에 들어서면 정어리가 수백가지 레시피의 통조림으로 진열되어 있는데, 그보다 더 컬러풀한 통조림 디자인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흡사 카지노 같아 보이는 장소에서 물고기 통조림이 이렇게도 팔린다는 사실에 충격이 들 때 쯤되면 그제서야 먹기 위해 통조림을 사는 게 아니라, 통조림이 예뻐서 산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가게 점원도 맛있다는 것을 어필하기보다 얼마냐 아름다운지를 역설하는 느낌이다. 이미 우리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를 예술이라고 인정한 이상, 이 가게와 이 가게의 아이덴티티도 그에 못지 않은 예술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포르투갈에서는 정어리도 예술이다.


 포르투갈에서 바깔랴우와 더불어 영혼의 음식이라고 불리는 정어리는 뭐니뭐니해도 구워먹는 것이 첫째다. 굵은 소금을 뿌리고 숯불에 구워먹는 정어리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데 특히 6월에 포르투갈을 방문한다면 성 안토니오 축제를 비롯해 성 주앙, 성 뻬드루까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정어리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축제가 열리면 음악이 흐르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정어리 냄새가 진동한다. 나는 정어리를 먹기 위해 리스본과 포르투 사이에 있는 해안도시, 피게이라 다 포쓰(Figueira da Foz)로 가고 있다.


모래사장에서는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피게이라 다 포즈는 무화과 나무라는 의미다. 오래전 어부들이 배를 정박했던 부두에 무화과나무가 있었고 그것이 바로 이 도시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사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거의 방문하지 않는 조용한 해안도시다. 리스본처럼 도회적이지도, 포르투처럼 특유의 젊은 느낌도 없다. 카지노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관광지도 없다. 어느 나라를 가도 있을 법한 그저 그런 회색도시라면 지나친 평가절하일까. 어찌되었든, 그럼에도 나는 이곳을 이따금 방문하는데, 그 이유는 리스본이나 포르투 같은 대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대서양 특유의 높은 파고를 감상하며 해변을 산책하기에는 포르투갈에서 이만한 도시가 없기 때문이다. 


Figuiera da Foz 해변에는 어쩐지 쓸쓸한 구석이 있다


 다른 도시와 비슷하게 6월이 되면 성 주앙 축제가 열리는, 이 곳은 단 5유로에 다섯 마리의 정어리와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철판에 직화로 구워낸 조그만 정어리를 두 손으로 조심히 들고 먹기 시작한다. 생선의 가시는 아주 얇아 그냥 씹어 먹을 수 있는 정도다. 시쳇말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느끼하지 않고 살도 퍽퍽하지 않아 입에 부담이 없다. 맛에는 정어리 특유의 부담스럽지 않은 고소함이 있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정어리를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정어리는 흔한 음식이다. 패션도 그와 같다.  그리고 팝아트는 흔한 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포르투갈에서 정어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팝아트에 다름아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포르투갈에서 정어리는, 예술이다.


Figueira da f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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