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도수(Lindoso)
포르투갈은 유럽의 시골이다
시골 풍경을 좋아한다. 언젠가 어떤 제목의 책이었는지 이젠 기억나진 않지만, 그 책에서 나는 '포르투갈은 유럽의 시골이다'라는 다소 과감한 표현을 본 적이 있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이미지의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국토의 대부분이 산인데다 농업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유럽 대륙의 먼 서쪽에 박혀있어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포르투갈은 오래되고 낡은 시골마을에 가깝다는 것이다. 언뜻 비하하는 말로 들려 눈쌀이 찌푸려지지만 사실 그것은 칭찬에 가까운 소개였다. 그러니까, 아직 사람들에게 파헤쳐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같은 곳들이 많다는 의미였다. 물론 화려함과 거리가 먼 곳들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시골 마을이라는 표현의 실제 의미를 페네다-제레스(Peneda-Gerês) 국립공원에서 조우한 적이 있다. 다름아닌, 국립공원 속 린도수(Lindoso)라는 시골마을에서였다.
페네다-제레스(Peneda-Gerês) 국립공원은 포르투갈 북동부에서 스페인과 맞닿아 있으며, 험준한 산맥과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수많은 포르투갈인들과 유럽인들이 캠핑을 하러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도 그곳에서 캠핑을 해보기로 결정했는데, 나는 사실 국립공원에 대한 이런저런 멋진 수사들보다 그곳이 포르투갈에서 유일한 국립공원이라는 사실 자체에 끌렸다. 그러니까, 내가 페네다 제레스 국립공원을 캠핑지로 정한 이유는 순전히 그곳이 포르투갈의 유일한 국립공원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캠핑장을 나와 국립공원의 어느 곳을 자동차로 무작정 헤매다 우연히 린도수를 만났다. 나는 당시 린도수라는 마을의 존재조차 몰랐지만, 마을에 들어서자 어느 순간 길이 나를 그곳으로 인도해준 느낌이었다. 때로 여행에는 정해둔 목적지가 필요없는 것이다. 린도수라는 마을의 이름은 limitosum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는 '제한된'이라는 의미인데, 'lindo'는 공교롭게도 포르투갈어로는 아름답다는 의미이니, 마을은 두 가지 의미가 섞여 오묘한 뜻을 자아낸다.
이곳의 백미는 이곳에서 쉬피게이로(Espigueiro)라고 불리는 곡물창고다. 곡물창고를 처음 마주하면 머리 위로 물음표가 뜬다. 마치 어떤 가축의 집을 연상시키기도, 혹은 십자가가 올려진 탓에 종교적 건축물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곡물창고는 하나 같이 자물쇠를 물고 있다. 그리고 이 창고들은 마을 전체에 펼쳐져 있고, 작은 건물처럼 군집을 이루고 있어 멀리서보면 어떤 미니어처 도시처럼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는 창고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창고들은 모두 다리 위에 올려져있으며, 창고를 지탱하는 다리 끝에는 둥근 원반을 두었다. 아마도 쥐와 같은 동물이 창고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일 것이다. 인간의 놀라운 지혜이다.
마을에는 대낮임에도 주민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관광객 몇명이 멀리 린도수 성에 오르고 있었다. 훈풍이 불었고, 평온했으며 마을에는 조그만 분란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평화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을을 이리저리 거닐다 마을에 있는 방문객 센터에 들러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린도수는 '포르투갈 7대 아름다운 마을' 중 보호지역 분야에서 Rio de onor와 함께 최종 후보였다고 한다. 내가 Rio de onor를 방문했다고 하자, 안내원은 흥미롭다며 내게 어디가 더 좋은지 물었다. 나는 웃으며 둘은 비교할 수 없이 모두 아름답다고 말했다. 사실 우승 마을은 Rio de Onor가 차지했다고 하지만, 마을의 아름다움에 우위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는 센터를 나와 다시 성큼성큼 풍경으로 들어간다. 곡물창고가 있는 풍경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Lindo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