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옐로 Mar 16. 2022

고양이를 찾습니다

칼다스 다 펠구에이라(Caldas da felgueira)

 늦은 겨울, 이른 봄. 포르투갈의 가장 높은 곳, 별의 산맥(Serra da Estrela)에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딸아이를 데리고 오전내내 눈 속에서 썰매를 탔고, 집으로 돌아오던 오후 졸음을 몰아낼 겸 우리는 이름모를 작은 마을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낡고 허름한 카페에서 내가 시킨 디카페인은 그저 쓸 뿐 맛은 없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마을을 조금 둘러보다가  마을의 이름이 그제야 Caldas da felgueira이고, 조금의 검색 후에는 물과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자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서는 독일 난민들이 이곳에 정착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하지만 마을에는 어쩐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좁은 도로를 인도처럼 거닐다가, 아무도 없이 외롭게 거리를 지키고 있는 버스정류장에 들어가본다.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있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그것은 어쩐지 광고라기보다 시에 가까운 언어로 쓰여 있다. 나른한 오후, 졸음이 만들어 낸 환각이었을까? 나는 디카페인을 마셨으므로 화학적으로는 잠에서 깨지 않았을 것이다. 문득 정류장에서 나와 고양이가 혹시 주변에 있을까하며 한참을 찾아본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어쩐지 허탈한 마음으로 차로 돌아가던 길, 나는 이제 고양이 주인 수잔처럼 그녀의 고양이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그렇게 사랑받던 고양이는 대체 무슨 이유로 집을 떠났을까? 짧은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쩐지 한번도 보지 못한 수잔의 마음이 내게 쑥 들어온다. 그녀의 광고에는 어슴푸레 체념이 담겨 있었고, 돌아보니,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그녀의 마음처럼 버스정류장에서는 햇빛이, 그늘에 지고 있었다.


 



우리 고양이는 어디에 있나요?


그녀의 이름은 루즈(빛)예요. 우리는 그녀를 무척 그리워하죠. 


그녀의 왼쪽 눈에는 염증이 있어요. 그러니까 치료가 필요한 아이랍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알아요. 그리고 보통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죠.


당신이 그녀를 본다면, 그녀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더라도, 혹시 저에게 전화주실 수 있나요?


정말 고마워요


수잔










칼다스 다 펠구에이라(Caldas da felgueira)

포르투갈 중부 비제우 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Aldeia)로 앞으로는 몬데구(Mondego) 강이 흐르고, 물과 온천이 유명하다. 특히, 이곳의 물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포르투갈 최고의 약수로 꼽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