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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길고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저녁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바람이 너무 반가워 가족과 함께 한강으로 산책을 나갔어요.
처음엔 신이 나서 재잘대던 아이도 점점 지치고, 남편은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갈 타이밍을 엿보기 시작했죠. 그래서 우리는 공원 한쪽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남편과 아이는 금세 핸드폰에 빠져들었고, 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 공원의 한쪽에서 젊은 청년들이 모여 갑자기 무리 지어 뛰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낯설고 흥미로운 그 장면에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 84가 마라톤을 준비하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러너스 클럽 사람들과 함께 정해진 구간을 달리던 그 모습이요.
또 한편으로는 팔로우하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떠올랐습니다. 새벽마다 달리기 영상을 올리더니, 어느 날부터 러닝 메이트를 구해 함께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정해진 장소에서 모여 구간을 달린 후, 뒤풀이 없이 각자 흩어지는, 오로지 '달리기'만을 위한 그 모임이 참 신선했어요.
우리 세대의 등산 모임이나 골프 모임처럼 뒤풀이가 중심이 된 풍경과는 참 다르죠. 외로움을 느끼지만 깊은 관계는 부담스러워하는 MZ세대에게, 이런 모임이 관계를 이어가는 새로운 방식일지도 모르겠어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지만 그 외로움을 말할 곳조차 없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요즘은 10명 중 5명 이상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스마트폰 하나면 산속에서도, 섬에서도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데, 왜 우리는 더 많은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요?
기술적으로는 누구보다 연결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된 듯해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경쟁 속에서 살아온 우리는 SNS에서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좋아요' 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 경험을 인증받으려고 애쓰죠.
물론 SNS에서 '좋아요'를 받거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예요. 하지만 더 자주 마주하는 현실은, 내가 원한 만큼의 '좋아요'가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글도 어쩌면 한 명도 읽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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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제 아이는 친구를 좋아하지만,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아요. 몇몇 친구들과는 아주 잘 지내지만, 모든 친구와 잘 지내지는 못하죠. 저는 아이가 누구와도 잘 어울리길 바라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위로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요. "친구와 있을 땐 사이좋게 잘 어울려 놀고, 혼자 있을 때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야."
결국,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될 때, 외로움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진정한 인간관계는 내가 나를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의 연결보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온전히 나를 지킬 수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나를 돌보는 방법을 배워야 하죠. 진정한 관계란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자신을 깊이 이해할 때, 비로소 타인과도 더 진실하게 연결될 준비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 자신과 친구가 되어갈 때, 외로움은 더 이상 두려운 감정이 아닌, 나를 더 깊이 알아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