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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Sep 29. 2021

해장용 '김치뜸벙수제비'

아부지… 수제비 떠드리고 싶다

하늘에 계신 울 아버지 그곳에서도 모임 만들어 밤마다 약주하시려나.

한 달에 모임이 18개 포함해서 기타 등등 잦은 술자리. 밤늦은 시간 거나하게 약주를 하시고 들어오셔서는 꼭 드시는 게 있다.

‘김치뜸벙수제비


푹익은 김치 썰어 넣고, 밀가루 찰지게 치대서, 열 손가락 쫙~ 쫘아악 펴가며 뜸벙 뜸벙 떼어 끓는 김칫국물에 수제비를 떼어 넣는다. 나중에야 콩나물을 넣었지만 그때는 잘 익은 김치에 밀가루가 다였다. MSG 살짝 첨가해 간을 봐서, 양껏 한 대접 퍼서 반찬도 필요 없는 상을 봐드린다.

평소에는 가부장적인지라 대놓고 이뻐라시지도 못하던 분이 술김에

“아이고~우리 딸내미가 최고여~”

세상 둘도 없는 이쁜 고명딸내미가 된다.

그새 거친 수염이 올라온 술내 나는 까실한 얼굴을 비벼대며, 아빠도 나도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용돈을 주셨는지 안 주셨는지는 모르겠다. 그럴 때 용돈을 달라했으면 평소에는 잘 열리지 않는 아빠의 주머니를 열 수 있었는데, 아쉽구리.

지금도 셈에는 영 흐리멍텅한데 그때라고 영특했겠나.


약 때문에 입이 껄끄러워지거나, 기운이 없고 입맛이 떨어질 때면 의례 김치뜸벙수제비가 고프다.

이리 좋아라 하며 가끔씩 해 먹었으니, 내손에서 자란 아이들도 쌤쌤이다.

하루는 다이어트하는 딸아이 생각도 못하고 콩나물 듬뿍 넣어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냄새에 못 참겠다며 다이어트 계획은 무산되었다.

그냥 먹을 때는 몰랐는데, 요리 용기로 파란색 계열은 영아닌갑다. 맛깔남을 감소시킨다

날궂어 비가 오는 날이면 얼큰한 김치뜸벙수제비가 고파진다.


아부지 어찌 그리 일찍 가셨데요.

성격도 불같이 급하시더니 뭐가 그리 급하다고…

기다리세요. 내가 가거들랑 솥에 하나 가득해서, 거기 모임 멤버분들한테 한 턱 쏠랑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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