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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Jul 25. 2024

히히히

그저 웃음만 나온다.


뾰족한 수가 없으니 웃음만 나온다.

ㅋ이러다 미친?이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지 싶다.

뇌가 정지된다.

갱년기가 맞물려서 그런가, 몸이 불덩이다.

불을 내뿜는 용처럼 숨결에 불기운이 느껴진다.

밤새 틀어놓은 에어컨과 선풍기 때문에 잠도 설치고, 몸이 천근만근이다.

타이레놀 한 알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진정시켜 본다.

일이 들어와도 반갑지가 않다.

심심풀이로 사놓은 주가시세는 시퍼렇게 파란색 . 

여행을 가야지 먹었던 맘도 벌건 땡볕에 사그라들어 버렸다.

아침저녁 천변 걷기도 베란다에 빠지지 않은 열기로, 밖의 날씨가 어림 잡아지니 나서기가 꺼려진다.

좋아하는 수영도, 센터까지 걸어가려니 싸놓았던 수영가방을 미뤄놓게 된다.


잠을 설치고 일어난 김에 몇일치 먹을 거를 해놓는다.

새벽배송으로 시켜놓은 재료들 때문에 더운 날 장 볼 필요가 없으니 세상 참 좋다. 근처에 오일장이 서는 게 좋기는 하지만 여름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나설 엄두가 나질 않는다.


병아리콩에 푹 빠져, 밥(이름을 다 꾈 수도 없이 많은 잡곡들)이 주인지, 콩이 주인지도 모를 잡곡밥을 한 솥 해서 소분한다.(가스불에 압력밥솥으로 하니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감자가 숭덩숭덩 씹히는 카레를 좋아해서 야채는 큼직하게 썰어 넣은 카레는, 처음 시작한 의도와는 다르게 두 냄비가 되었다. 제발 카레밥이 물리지만 않기를 바란다.(다른 때 같으면 카레면, 카레스파게티, 돈가스를 튀겨 소스로 먹을 텐데, 가스불을 쓰기가 겁난다)

개운한 게 당길 때 먹을 김칫국도 끓인다.

묵은 김치를 들기름에 볶아 밥 짓고 나 온 뽀얀 쌀뜨물을 넣는다. 두부를 굵직하게 채 썰어 넣고, 붉은 김칫국물로 간을 한다. 마늘과 파를 넣으면 더 맛있겠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맛있다.

최소한의 옷만 걸치고^^ 2시간가량(그나마 손이 빠르니 다행) 가스불 앞에서 사우나를 하고 배분해서 용기에 덜어 놓고, 쌓인 설거지를 끝내고 나면 냉탕이 간절해진다.

행주로 싱크대의 물기를 제거하고 빨아 널며 손을 터는 것으로 마무으으리이~~

차가운 물줄기가 이렇게 좋을 줄이야. 물세만 없으면 하루종일 이러고 있을 수 있겠다.

난 환경지킴이가 되긴 글렀다. 물부족이다 에너지부족이다, 노력은 하는데 쉽지가 않으니 말이다.


오늘은 일이 없는 날.

후다닥~ 카레에 밥을 비벼먹고 눈뜨기도 힘겨운 작렬하는 태양아래로 나선다.

이른 시간부터 작정하고 한동안 먹을거리를 처리했으니, 카페에 오픈런을 할 참이다.

에어컨 빵빵한 시원한 카페에 앉아 얼음땀을 흘리는 션한 아이스카페라테 한 잔과 찜해 놓았던 책을 읽노라면, 최고의 휴가가 된다.


끊임없이 흐르는 땀으로 끈적거리고 숨쉬기조차 버거워 벌컥벌컥 얼음물을 들이키며 배탈이 나도, 일이 있어 감사하다.

일을 마무리하고 짬짬이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주가가 올라가면 팔아서 여행 갈 생각을 하니 신난다.


히히히~~ 잠시 힘들어도 미치지 말자.


https://youtu.be/atgg7HI_x_M?si=y9WKkGsX6iM_a_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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