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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 오늘 난

by 최태경

평안하다.

살아보니 이런 시간이 내게로 와주었다.


전날 기타 동호회 연말모임도 제끼고, 큰돈은 안되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소소한 돈벌이 작업을 끝내고 노곤한 아침을 시작한다.


https://youtu.be/5zjTR7BVVBY?si=LdPjsNjzdUQIh85z

미나 오카베의 <에브리 세컨즈>를 들으며 뜨거운 물로 기분 좋게 샤워를 하고, 배고픔을 달래기보다, 움직일 기력을 찾기 위해 누룽지를 끓여 아점으로 때우고, 빛깔 좋은 귤 하나를 까먹으며 가방을 챙긴다.


며칠 전 산 따끈한 책과,

필기도구와 함께 일기장을 챙기고,

오후에 들릴까 하는 온천족욕장(근처에 있는 무료 노천족욕장)에서 쓸 매트와 손수건도 챙겨본다.

요사이 부쩍 입술이 마르고 트니 립글로스도 챙긴다.

일본여행 중에 데려가달라고 추파를 보낸 그린익룡이 매달린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싸늘하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다독이듯 맑은 햇살이 내리비치는 천변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는다.


이보다 더 근사할 수 있을까!

이처럼 내일이 기대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빨간 머리 앤이라도 된 것처럼 발걸음이 신이 난다.


글을 쓰기 위해 매일아침 카페에 간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비길 수는 없지만 때때로 맘속을 끄집어내 끄적인다. 책을 내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이 이뤄지지 않을지언정 쓰기를 즐긴다.

욕심을 내려놓고 그저, 생각을 글로 쓸 수 있음에 행복할 뿐이다.


https://youtu.be/l1yae4-XvM4

책 읽으려고 자주 들리는 집 근처 카페를 들어서자, 좋아하는 (맘마미아에서 도나가 바다가 보이는 절벽에서 부르던 <The winners takes lt all>) 노래가 피아노연주곡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명확한 가사도 모르면서 흥얼흥얼 허밍으로 따라 부른다.


길가가 내다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책을 꺼내고,

샤프를 집어, 일기장을 편다.


뜨거운 커피 한 모금.

그리고 거리를 본다.


따순 커피가 목을 타고 넘어간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행복감에 젖어 있는 이 시간.

슬픈 사고소식(무안비행장 사고)을 들었다.

핸드폰에는 온통 사고특보가 떠있다.

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말문이 막힌다.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불행한 시간이라는 것이 참으로 슬프다.

지금 이 시간들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맘을 다스려본다.


햇살도 슬픈지 숨어버렸다ㅜㅜ


https://youtu.be/8mT4RoI2b4g?si=_98d2IR3OBdS-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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