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 폴더폰
가뜩이나 구식이 되어가는 몸을 아껴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써먹었더니 대반란을 일으켰다. 올해 들면서 앉아서 하는 작업이 버겁다 싶더니 벚꽃 흩날리는 도로를 정신줄 놓고 헤집으며 바이크를 타는데 시트 위 얌전히 앉아 있어야 할 엉덩이가 불편하고 달리는 바이크 위에서 허리 트위스트를 춰야 할 정도로 아프다 했다
ㅜㅜ
급기야 쓰지 않는 폴더폰처럼 접히더니 두 동강이 내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으로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디스크가 터졌단다.
급하게 수술을 하고 나와 회복실에서 다시 수술실로 실려 들어가는 거사를 치르고 나서는 지루하고 잔인한 시간들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허용된 동선이란 먹고... 자고... 눕고... 잠시 걷는 것.
맡아놓은 디자인 일거리 때문에 앉아 작업을 시작하려 하면 아이디어를 쥐어짜도 머리는 따라주질 않고 허리에서 다리로 오는 통증은
'에라~이눔아~~'
보호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쓰지 말라고 성화를 부려 얼마 하지도 못하고 드러누워 환자 코스프레다ㅜㅜ
진짜 둑을 맛이다.
ㅋ하지도 않는 연애가 하고 싶어 질 정도다.
무료함과 답답함에 병자 히스테릭이 극에 달하는 불안정한 시간들을 영화와 음악들이 유일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덕분에 시작된 장르를 넘나드는 영화 관람이 폭식을 하게 되었다.
ㅋ실은 주책도 없이 반세기를 살아왔건만 로맨스가 젤 달달하니 좋더라. 그래서 그런 걸까 잠자던 연애세포들이 요동을 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나같이 매력 넘치는 선남선녀의 러브신은 뒷목을 간질거리게 한다. 으히히히히~~~ 꼴깍~!!
폭식이 나쁜 건만은 아니다
뭐든 가려서 먹어야지 탈이 나질 않겠지만, 먹어봐야 가릴 줄 알게 되지 않을까. 나름의 주관적 객관적 기호도 생길 것이고, 매도 맞아봐야 요령이 생기듯이, 많이 봐야 견해도 생긴다.
건강도 챙겨가며 잘 먹어대는 먹깨비 지인은 이것저것 안 가리고 잘 먹어대는데 죽어도 목 넘김을 못하겠는 게 오이랑 조개ㆍ굴이란다. 나는 없어 못 먹는 것들 이건만 이해 문제가 아닌 인정이 필요 한 부분이다.
그걸 왜 못 먹어?
냄새도 식감도 최악이자너. 웩~
헐랭~ 자기 입맛 정말 이상해.
이러다 보면 맘 상할 일 생긴다.
그렇듯 영화 폭식을 함에 있어서 예고 플레이 버튼마저도 못 누르겠는 게 바로 호러 장르다.
된장 할 호러.
요즘같이 비가 잦은 시기에 더더욱 끔찍하다.
스탠드 불빛에 어른거리는 천정 실루엣에도 섬뜩하니 나이를 먹으면 좀 나아진다는데 내 나이는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음악은 편식을 안 한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맘가는데로 잘 흘러 다니기 때문에 무한한 폭식에도 탈이 없다.
다만, 빌어먹을 감성 동굴에 접어들게 되면 돌아 올 생각은 못하고 한없이 쳐들어가는 바람에 잠시 푹 빠진 감성에서 허덕여야 된다는 게 힘들다면 힘든 것이겠지.
여행이던지 음악이던지 영화던지 탈 나지 않게 배부르면 세상이 달라진다.
음~~~ 이제부터는
어떤 영화를 봐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