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만 살아

by 최태경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

"전화 좀 받아라. 넌 왜 톡이든, 전화든 다 씹냐."

대뜸 된소리부터 질러 댄다.

"나 디스크 터졌다."

어쩌다가? 그래서 수술한 거야? 어느 병원에서? 나 거기 원장 아는데? 친구 동생이거든? 그래서 걸어는 다녀? 그랬음 나한테 연락을 했어야지.

답 할 사이도 없이 물음표 물음표 물음표...

답을 다해줬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 사이 손오공처럼 근두운 타고 온갖 평지풍파 헤치고, 홍길동 마냥 공사다망한지라 지인들한테 연락 끊고 살다 보니 도시 속 자연인이다.

잊지 않고 연락해주고 늦게라도 알고 걱정을 해주니 싫지는 않다.

은근히 정이 고팠나 보다.

주저리 주저리 수다를 풀더니 언제 한 번 들리겠다고 한다.

"나중이란 없다. 진짜 걱정되고 보고 싶으면 생각났을 때 바로 보러 오는 거야. 너나 나나 오늘 갈지~내일 갈지~ 모르는데 이 나이에 무슨 나중을 찾아. 나한테 나중은 없다."

쓰리고 아팠던 이제 간신히 딱지가 생기기 시작한 상처.

결국 딱지는 떨어지겠지. 하지만 그 자리에 남은 흉터는 아팠던 기억으로 쳐다만 봐도 욱신거릴 것이다.

아니다 요즘 성형술이 있구나?

흉터 성형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다고 완전히 잊혀지려나.

여하튼 해보지도 않고 미뤄 걱정하는 버릇도 병이라면 병이다.

'시나브로'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조금씩 옅어지겠지.

그래서 저 단어가 위로가 된다. 요즘같이 빠른~ 빠른~~ 하는 시대에 얼마나 근사한 단어인가.

그랬다.

나에겐 어찌 될지 모르는 내일보다는 오늘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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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and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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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닿는 여기저기에 부적처럼 붙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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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다음에... 언젠가는 되겠지... 하면서 바보같이 존재감마저 소멸시키고 반백년을 살고서야 터득한 한 줄이다.

예전 같으면 '다음에 꼭 보자'하는 친구한테 '그래 다음에 보자'라고 말했을 것이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얼마를 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렸으니 다행이지 싶다.

저녁에 잠자리에 누워 나에게

'오늘 하루도 잘살아냈어. 잘했어.'

쓰담~쓰담~~

자다 깨다 했어도 날은 밝는다.

묵직한 몸을 곧추세워서 허리보호대를 찬다.

어김없이 걷기 위해 나선다. 예전엔 걷는 게 좋아서 걸었지만 요즘엔 건강하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고자 걷는다.

덥고, 일어나기 힘들어 나가기 싫어진다.


'약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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