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세상은 끊임없이 숨 쉬고 살아있다.
들숨날숨 동물의 호흡이 아니더라도, 식물은 조용히 끊임없이 살아내기 위해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과일 씨앗 키우기.
아보카도, 레몬, 메로골드자몽, 천리향, 하귤. 귤 속과일에 속하는 녀석들은 싹을 틔우고 명패를 달아주지 않으면 비슷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어렵다.
망고는 싹 틔우고 바빠서 흙으로 옮겨 심는 시기를 놓쳤다.
흔한 포도, 사과나 배, 감은 궁금해서 싹 틔워도 심어 키울 공간을 감당할 수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한다.
볕 잘 드는 산비탈을 사서 과수원을 일궈야 할랑갑다.ㅎ
알탕을 해 먹으려 야채 손질을 하면서, 미나리는 밑동을 잘라 물꽂이를 할 참으로 한쪽에 모아놓았다. 양파나 무는 예전에 싹 틔워 꽃까지 봤으니 꽁다리는 아쉬워도 미련 없이 패스.
팽이버섯의 밑동을 잘라 내다가 칼끝에서 툭 떨어지는 버섯균이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육수는 끓고 있는데 불을 줄여놓고,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호기심은 배고픔도 잊게 한다. 병이 맞다.ㅋ
마땅한 용기가 없어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으로 들고 온 일회용 컵에 키친타월로 팽이버섯균을 감싸 용기에 넣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건 있어서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 주려 까만 비닐봉지에 넣고 숨 쉴 수 있게 살짝만 여미어 자리 찾아 놓고야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이상하지. 배가 다시 고파진다.
졸아진 육수야 물을 더 넣고 끓이면 되고, 호기심의 결과를 생각하니 설렘으로 알탕은 먹기도 전에 맛이 난다.
시간 날 때마다 마르지 않게 분무해주기를 여러 날, 몽글몽글 뭔가가 생기는 것 같더니 옴마나~ 진짜 버섯이 올라오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댕강 잘려서 쓰레기통에 버려질 녀석.
신통방통하게 살아내 주었다.
새삼 느낀다. 생명은 참으로 신기하도다.
저걸 어찌 묵노~
그럼에도 손가락은 쿠0 장바구니에 알탕재료를 담는다.
딸냄, 주말에 쏘주 사 갖고 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