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벤져스

by 최태경


핸드폰 갤러리에 '삼대 모녀'라는 폴더가 있다.

엄마ㆍ나ㆍ딸아이 세대가 달라도 똑 닮은 여자 셋.



만나면 밥도 먹고, 헤어질 때까지 몇 시간이고 카페에서 놀다 헤어진다.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모녀 상어~ 뚜루루뚜루~~



그중 제일은 셀카놀이다. 엄마는 무료한 시간들을 찍어 놓은 사진을 들여다보는 낙으로 사신단다.



칠순이 넘은 엄마는 아직도 소녀다. 세기를 살았으면서도 하고 싶은 게 많은 나는 철없는 어린애. 스물한 살인 딸이 어떤 때는 더 철이 든 거 같기도 하다.


ㅡ 횡단보도에 있을 때는 인도 안쪽에 서 있어

ㅡ 밥에 김치 쪼가리가 뭐야. 좀 잘 챙겨 먹어

몸도 안 좋은데 그만 좀 치우고 살어

먹을 걸 집어 입에 넣어주며

ㅡ 몸 생각해서라도 많이 드셈~

ㅡ 아프면 제발 병원 좀

가끔 쓰는 글에 분명 내 딴에는 '시끌벅적'이라고 썼고 재차 첨삭을 위해 읽어봤는데도 마지막 관문인 딸아이의 읽힘에서 딱 걸린다.

ㅡ 엄마도 이제 다 됐나 보네

시끌벌쩍'으로 써놓고 오타를 찾아내지 못한다.

칠순 노모의 문자에서나 느꼈을 법한 일인데...

ㅡ 이건 이렇게 쓰는 거거든

ㅜㅜ시험도 아닌데...

그래 나 서운하다. 딸냄.

내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별거 아닌 게 서운한 거였다.


미안해 엄마.


내가 자식한테 당해보니 이제 알겠어.

꽃다운 43살에 지아비를 잃고 시부모를 비롯한 대식구를 건사하느라, 긴 세월 마디마디 뼈를 삭혀가며 버거웠을 텐데, 가끔 비수처럼 날 선 말들을 했다.

소중한 엄마기에 남들 앞에서 기죽는 게 싫어서, 남들에게 이쁜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괜스레 잔소리를 한다.

남에게 보이는 게 뭔 대수라고ㅜㅜ

세상 제일 가까운 딸이어서 서운했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혼자서 뭐든 잘 해내 주는 고마운 딸아이는 중년이 되어 문내 나기 시작하는 엄마가 미덥지 않은가 보다.

사랑 없이 하는 말이 아닌지 안다.

아끼고, 안쓰럽고, 어찌 살았는지, 인생의 고비마다 얼마나 눈물 흘리고, 속이 썩어 문드러진 알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본인을 챙기지 않는 미련함에 속상해서 하는 말들이다.

내가 내 엄마에게 그랬듯 이제 성년이 된 딸아이가 쓴소리를 그대로 한다.

되로 주고 말로 받고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정의 잔소리.

나도 이제 그 잔소리를 듣고 있다.


이랬든 저랬든 그거 아니?

이 엄마의 바램은

원치 않는 여장부가 되어 질곡의 삶을 살아낸 외할머니(엄니~ 사랑해요♡)나, 뜻하지 않는 풍랑 속에 난파선을 부여잡고 살아 나온 내 삶을

절대로...

절대로...

닮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명심해라.


네 뒤에는 너를 위해 언제든 출동할 마더벤져스ㅎ가 너를 지키고 있음을...

마더벤져스

출동 준비 완료~~~



Mother of mine(나의 어머니)
ㅡ Jimmy_Osmond

https://youtu.be/zkB-SIldY8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