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캘리그래피, 산고(産苦) 속에서 태어난다

by 캘리그래피 석산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산고(産苦)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

물론, 나도 알 수가 없다.

애지중지 키우는 재미에 행복감도 있겠지만, 아이가 커 가는 동안 아프기도 하고 때로는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 마음속에 묻는 경우도 있다.

#1 캘리그래피 산고(産苦)속에서 태어난다 이미지.jpg 아이와 소통하는 임산부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캘리그래피도 마찬가지다.


글씨를 쓰기 위한 준비과정 중 자양분 역할을 하는 ‘먹’,

먹을 가는 동안 농도 조절에 따라 글씨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고, 글씨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또, ‘붓’은 어떠한가! 다음 작업을 위해 쓰고 나면 반드시 깨끗한 물로 잘 씻어서 서늘한 응달에 말려야 한다. 특수 붓도 마찬가지로 크게 다르지 않다.


글씨를 최종적인 완성단계의 바탕이 되는 재료 ‘종이’다.

글씨 종류에 따라 한지, 일반 종이, 특수 종이에 이르기까지 쓰이게 되는데 이마저도 선택을 잘 해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종이의 두께, 질감에 따라 퍼져나가는 먹물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쓰인 글씨, 아무리 써도 느낌이 없는 글씨, 본인은 만족하지만 대중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글씨, 대중성은 인정받았지만 필자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글씨... 이런 글씨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사장(死藏)되고 만다.


글씨를 쓴다는 것!


직접 체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누구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예측할 수는 없다.

필자가 쓰려고 하는 글씨의 방향, 의도, 느낌, 표현, 전달 과정에서 나름에 행복감도 있겠지만, 산고(産苦)의 고통만큼이나 아픔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반인들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글씨라는 게..., 쉬운 글씨도 있고 어려운 글씨도 있는데, 본인의 경우 쉽게 쓰는 글씨보다는 대체적으로 어렵게 쓴 글씨들이 많다. 한글 특유 받침 문화가 전제되어 있어서인지 힘들게 태어난 글씨에는 왠지 모르게 정감이 느껴지고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아 있어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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