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울산광역시 남구 남부경찰서 근교 먹자골목 내 수제 순대전문점 ‘미소국밥’ 집 간판이 올라갔다. 간판 의뢰는 2015년 12월 초쯤 의뢰가 들어온 걸로 기억이 된다.
미소국밥 사장님은 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해를 맞아 호칭부터 웃음 짓게 만드는 ‘병신’년과 ‘미소국밥’이 조화만 잘 이루어지면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또한, 항간에는 적색과 원숭이가 잘 어우러지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타난다는 소문을 들어서 미소국밥 집을 2016년 1월 1일 날 오픈을 하려고 하니 석산체 기(氣)를 최대한 모아서 서체로 완성해 달라는 요구사항도 잊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주문 의뢰는 작가로서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작업에 들어간다.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민족사관학교 수업의 일부 중 정신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붓글씨 쓰기와 기(氣) 운동이 있다고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서체에 기(氣)를 넣는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한 글자 한 글자를 써 내려갈 때 혼신의 힘을 다해 쓴다는 표현이 어느 정도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실 예로 2013년 KBS ‘의궤 8일간의 축제’ 촬영 현장에서 대형 붓을 이용해 길이 20미터가 넘는 광목천 위에 써 내려갔던 글씨의 경우, 속된 말로 쓰고 난 후 기(氣)가 허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온 힘을 다해 열정을 쏟아부었던 기억.., 그리고 1주일 넘게 몸살을 알았던 기억이 아마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던 ‘미소국밥’은 그런 사연을 안고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