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KBS1 힐링다큐 '나무야 나무야' 시즌3 캘리그래피 제작 의뢰는 첫 방송 하루 남겨 둔 전날 오후 4시쯤 제작진으로부터 역시나 다를까.. 다급한 김 PD의 목소리로 "선생님! 지금 문자로 서브 타이틀 서체 의뢰 보냈드렸으니 확인하시고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통화를 끝으로 시간싸움에 들어갔다.
방송 날짜ㆍ시간도 확인도 못한 채 글씨 작업에 들어가면서 "나무야 나무야" 뉴스면을 검색해 봤다. 2월 12일(화)~2월 15일(목) 까지 3부작으로 밤 9시 40분 KBS1을 통해 방송된다고 이미 기사화가 되고 있었다.
2017년 설특집으로 처음 방송된 "나무야 나무야"는 그 해 추석특집 시즌2가 방송되었고, 이번 년 설특집 시즌3으로 다시 돌아왔다. 여배우와 함께 떠나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나무, 숲 이야기는 김미숙 씨만이 유일하게 시즌1에서 시즌3까지 고정 출연이었다.
내가 쓴 다큐멘터리 타이틀 서체 중 매년 설날, 추석 시즌에 맞춰 시리즈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나무야 나무야'가 처음이다. 어떻게 보면 "참! 운이 좋은 놈"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그만큼 '나무야 나무야'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고,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반증인 듯 싶었다.
이번 '나무야 나무야' 3부작 "1부. 순천 불일암, 스승의 나무, 2부. 겨울에 피는 꽃 -제주 남원 동백나무숲, 3부. 소리를 품은 숲 -제주 한경 곶자왈 숲"은 평소에 비해 작업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오타가 2번이나 나는 바람에 새벽 3시까지 수정을 해줘야 했다. '제1부. 순천 불일암'을 '불임 암'으로 작업해서 오타 수정을 해줘야 했고,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제작진으로부터 또 한 번의 문자가 날아왔다. '제2부. 겨울에 피는 꽃- 제주 남원 동백나무숲'을 '동백나무 꽃'으로 표기가 되었다고 제차 오타 수정 요구가 들어왔다. 나에게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 본 일이었다. 김 PD가 보내온 최초 서브타이틀 제목이 적혀 있는 문자를 제차 확인하고 수정된 글씨를 한번 더 꼼꼼히 체크한 후 파일 전송을 했다. 그때 시간이 새벽 4시를 행하고 있었다.
모든 작업을 끝내고 잠을 청하려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아마 내가 쓴 글씨가 내일 방송으로 나온다는 설렘이 집중력을 분산시켰고 두번씩 실수를 범하게 된 게 아닌가 싶어 제작진에게 유감을 표시했고, 앞으로는 절대 망동하지 말아야겠다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번 글씨 작품 콘셉트는 '힐링'과 '쉼'이 핵심이었다. 당당 PD 또한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 이외 별다른 추가 사항은 없었다. 1년 넘게 같은 프로그램 작업을 하면서 그만큼 '신뢰'적인 측면을 먼저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