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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장대한 붓놀림 속에서 길을 찾다

by 캘리그래피 석산

퍼포먼스(performance)란 무엇일까?

"관중들에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관념이나 내용을 신체 그 자체를 이용하거나 도구를 빌어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예술 행위"라 정의한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2017년 5월, 한강둔치 운동장에서 퍼포먼스를 펼쳐보이고 있는 석산 진성영 작가 모습

퍼포먼스의 출발은 미술보다는 연극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붓을 활용해 작가의 심성을 도화지에 그려 넣는 순학적이고 계산된 정렬적인 이공법적 순서에 맞춰 그려내는 회화보다는 극의 전개가 비연속적이고, 때로는 우발적이며 즉흥성이 강한 연극에서의 극적 효과는 관객들을 홀릭 상태로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가 미술에 비해 더 자극적이라는 점에서 퍼포먼스의 태동은 연극에서부터 기원(起源)을 찾을 수 있다.


본인이 추구했던 '장대한 붓놀림: 석산 퍼포먼스'는 무엇을 위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시작했을까? 석산 퍼포먼스는 주로 TV 프로그램이나 기업, 단체행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시초는 2012년 제2회 제주 사이버 농업인 전진대회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감귤, 한라봉 농가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글씨 형식에 그 날 행사의 극적 각인효과를 보여 주는 취지에서 펼친 무모하고도 겁 없는 첫 시도였다.


제주 서귀포시 농업기술원 로비에서 진행된 퍼포먼스는 천연염색을 하고 있는 업체의 도움으로 붓과 함께 협연할 가로 1 m×세로 10m의 광목천이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모든 대형 천에 대한 이해와 먹물의 합(合)을 미리 숙지하고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처음 시작한 퍼포먼스에서 알게 되었다.


퍼포먼스 재료로 쓰이는 종류의 원단에 덮음, 도장, 피복 가공들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우팅이 된 원단에는 먹물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흡수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그 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날 행사에서 사용한 광목천은 풀을 먹여 덮음 처리가 되어 있어서 먹물이 광목천에 흡수시키는데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2013년 8월, 수원화성 앞마당에서 가로 3 m×세로 15m 시티천 위에 쓰인 ‘의궤 8일간의 축제’ 정조대왕의 과거 시제를 시연하게 되었다. 더욱이 한글이 아닌 한자를 쓰는 자리였다. 육중한 대형 붓으로 한자를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붓의 손잡이 부분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붓의 허리를 이은 이음새 부분이 풀려 시연이 끝나는 동안 붓에 힘을 줄 수가 없어 원하는 느낌의 퍼포먼스를 실현시키지 못한 점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던 2017년 5월, 한강둔치 운동장에서 펼쳐진 진도 조도 재향 우회 한마음 축제에서 가로 2 m×세로 10m의 텐트천 위에서의 붓놀림은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붓의 선택과 먹물이 뿌려지는 대형천의 재질을 미리 체크하고 리허설을 끝낸 후 퍼포먼스 시연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이렇듯 석산 퍼포먼스의 첫 담굼질은 철저하리만큼 불안정하게 시작되었지만, 과정에서의 경계와 공부는 나의 행로(行路)에 큰 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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