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평범함과 비범함의 차이

by 캘리그래피 석산
소뼈글씨.jpg 소뼈에 쓴 세필 캘리그래피

생활 속에서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캘리그래피의 도구가 되고 재료가 된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궁이에 우족(牛足)을 끓이기 위해 불을 지폈다. 장장 4시간 넘게 끓인 우족은 뽀얀 우윳빛으로 다시 태어나 나의 몸을 이롭게 했다. 그리고, 소임을 다한 소뼈 중 모양이 예쁜 녀석을 잘 다듬어 캘리그래피 세필 글씨(細筆; 글씨를 잘게 씀. 또는 그 글씨)[출처: 다음 백과사전] 재료로 사용하기로 했다.


기름이 빠진 소뼈에 글씨를 써보면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은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한번 더 깨끗한 물로 뼈를 잘 닦은 후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평범한 종이 위에 쓰는 글씨와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금껏 작가로서의 길은 평범함을 거부한 채 비범하게 살아왔다. 비범함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상식적이고 일상적인 사고와 통찰력과는 사뭇 다른 세계관을 갖는다. 보고 느끼는 것이 일반인과 같다면 이미 나는 작가로서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평범함과 비범함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생각의 틀을 조금만 바꾸면 평범함은 비범함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뭔가를 위해서 복잡하게 머리를 싸매고 이것을 해야겠다" 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뭔가를 하면서 그 위에 하나의 덤을 얹어주는 것"'이야말로 한 끝 차이나는 비범함의 진수다.


작가가 되었으니, 전시회도 해야 되겠지만 그런 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똑같이 행해지고 쓰이는 그런 일상의 테두리를 못 이긴 척 자행하고 누군가의 의해서 충동적인 행동의 단추를 다는 것도 내게는 허락할 수 없다.


오늘도 난 우족의 자양분으로 한 끼를 해결했다.


그리고, 이름 없는 소의 뼈에 새긴 글씨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나에게 '소(牛)는 동물의 제일 우두머리인 한 인간에게 잊히지 않는 특별한 선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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