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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서체, 로열티의 비밀

by 캘리그래피 석산

로열티(Royalty)란 특정한 권리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 지불하는 대가를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권리는 지적재산권에 속하는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등을 말한다. 특허권자의 경우 자신의 특허발명을 스스로 실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를 희망하는 자와 계약하여 타인에게 실시하게 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특허의 실시허락을 특허 라이선스라고 하고 실시계약에 있어서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지급할 금액, 즉 특허 사용료를 로열티라고 한다.


이러한 로열티의 개념이 확대되어 저작권의 인세나 연극 ・ 예술작품의 상연료, 광산 ・ 광구의 사용료 등을 로열티라고 일컫는 경우도 있다. 산업 및 기술이 발달하고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로열티의 규모도 천문학적 수준이 되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증대해 기업, 국가 간 로열티 수입을 위한 특허 경쟁과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로열티의 대상 품목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원천 기술뿐만 아니라 응용분야의 신약개발, 농산물이나 화훼의 종자에서부터 각종 서비스 산업까지 로열티 경쟁이 늘고 있다. [출처: 해외투자용어사전]



2012년 크리스마스를 20여 일 앞두고 출시된 갤럭시 S3 노트 시리즈 하드케이스에 주요 석산 캘리 작품이 제품화된 적이 있었다.


대한민국 하드케이스 시장에서 3번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구의 한 업체와 손잡고 시작한 캘리그래피 하드케이스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비롯해, 한국의 사계 캘리 사진 글씨, 독도 글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포함되었다.

‘갤럭시 S3 노트 시리즈’에 제품화된 석산체 하드케이스

처음부터 무리하게 수익창출은 기대하지 않았다. 캘리그래피 전용 하드케이스는 일부 마니아층에서만 소비가 이루어지다 보니 보편적이고 꾸준한 수익창출에는 한계가 있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석산체가 새겨진 스마트폰 하드케이스를 들고 다니며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과 캘리그래피 입문 2년 차에 접어든 시점의 일이었고, 수많은 하드케이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알아보는 잣대가 되었다.


석산체에 대한 서체 로열티는 그 당시에 처음 경험한 시기였다. 캘리그래피 작가로 활동하면서 글씨를 통해 로열티를 받는다는 것은 음원시장에서 가수의 노래와 작사, 작곡의 음원료를 받는 것과 흡사하다.

그뿐만 아니다. 책을 저술 해 출판사로부터 매월 들어오는 인세 수입과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모든 서체가 로열티를 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 캘리그래피 작가 중에는 자신의 서체를 폰트 화하여 필요로 하는 일반인들에게 일정의 비용을 받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통업체와의 크고 작은 계약상의 로열티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본인의 경우, 일반인들이 자주 찾는 일일 소비되는 소비재에 한하여 서체 로열티를 받는다. 물론 서체에 대한 저작권료를 포함한 작품료의 총 제작비 일부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는 유통업체와의 협의사항에 의해 이루어진다.


평소 유일하게 존경했던 서예가인 성공회대 故 신영복 교수가 썼던 '처음처럼' 소주 상표 로고에 대한 괴담은 아직까지도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소주 한 병이 팔릴 때마다 몇십 원씩 로열티로 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에서 보는 관점은 두산 측에서 신영복 선생께 서체 사용료를 지급하려 했으나, 선생은 성공회대에 장학금으로 1억 원을 기탁하고 서체를 두산 측에 제공했고, 지금은 로고 상표권이 롯데에 위임되었다는 기사 (2013년 2월 문화일보 기사)를 접했다.


지난 2017년 8월 음원 저작권료 시행령 발효로 15평 이상의 사업 매장에서는 음원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음원을 사용할 경우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현실이 도래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달라지는 것 중의 하나가 되었다.


몇 해 전부터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실종되었다. 커피전문점, 호프집에서도 음악이 사라졌다. 원인은 음원 저작권료 때문이다. 문화의 퇴보다. 창작자의 권리면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왠지 돈의 권력 앞에서 삭막해지는 환경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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