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 작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서체를 쓰고 있지만 그 증에 인쇄매체로 분류되는 책에 대한 표지 제목 글씨는 늘 새롭게 느껴진다. 움직이는 동적인 분야에 들어가는 서체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만, 책은 늘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있어서 더 정감이 가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2012년도는 ‘청춘’이라는 화두가 무엇보다 강하게 눈에 띄었던 해였다. 출판사 미다스 북스와의 전략적 제휴 일환으로 책에 캘리그래피 제목이 왕성하게 투영되었던 그 해 어느 날.. 김유나 작가의 ‘색에 미친 청춘’에 대한 책 제목이 의뢰가 들어왔고 미다스 북스 마포 사무실을 쉴 새 없이 오가며 미팅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을, 패션 디자이너로 꿈을 품고 뉴욕으로, 자아의 색을 찾아 또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던 김유나 작가는 그야말로 색을 찾아다녔던 ‘색에 미친 청춘’이었다.
생활터전의 변화로 겪게 되는 정체성의 변화는 색을 찾아 떠나는 모티브가 되었고 머나먼 시공간을 뚫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천연염색을 알면서 찾아가는 자아, 그녀의 색에 대한 열정과 몸부림이야말로 붉은 불꽃처럼 격정적으로 타올랐다. 땅에서 얻은 천연의 색을 보고 자신도 자연임을 절감하며, 자연으로 회귀하는 영혼처럼 가볍게 이 땅에 내려 앉았다.
2009년 우연히 ‘나주 천연염색 문화관’에서 기획 연재한 웹툰 ‘색으로 말하다’를 보고 천연염색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김유나 작가는 전국 곳곳을 다니며 천연염색 전문가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하고 직접 기술을 배워 본인의 디자인에 적용하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색에 미친 청춘’의 서체 방향은 ‘색’에서 사람 형상을 한 ‘ㅐ’ 자는 색을 붙잡고 놓지 않고 있다. 색에 강렬한 느낌은 오방색의 한 부분이었다. 그로 인해 ‘색에 미친 청춘’의 열정으로 꽃이 핀다는 콘셉트였다.
무엇인가를 위해 나를 버릴 수 있는 용기, 나를 태워 거름을 만들고 자양분으로 큰 열매를 맺으려 했던 김유나 작가의 천연염색에 대한 집착과 워크홀릭은 나에게 큰 감응을 줬다.
“저 청한 하늘, 저 구름 위로 청춘의 꿈을 꿔라!”
“한 번뿐인 우리들의 삶! 붉은 심장의 열정의 꽃으로 피어나라!”
“색깔아 골고루 들어라, 색깔아 빛나라, 아름답게 빛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