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캘리그래피
캘리그래피는 분명한 생활예술(生活藝術; 실생활의 일부분이 되는 예술. 즉 실생활에서 실용적인 가치와 기능을 갖는 예술을 이른다.)의 범주에 속한다. 영화, 방송, 인쇄매체, 각종 실생활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캘리 그런 전통서예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분들이 고스란히 베어 나온다.
며칠 전 동양화를 전공한 초년생 화백 한 사람이 저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며, 아무래도 그림을 주로 그리다 보니 글씨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못하겠다며 도움을 바란다는 짧은 단문의 편지였다.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주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했다. 아직도 그 해답은 찾지 못했다. 그림에 대한 글씨라! 글씨를 주로 쓰는 입장에서 난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뭐라 정확한 답변을 내리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생활예술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지로 동양화와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도 한글을 주 무기로 하는 캘리그래피와 동양화는 매우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뭐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기준을 섣불리 내리지 못한다는 게 생활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확한 답이다. 방식과 방법이 다르지만 뭔가 공감을 얻으려는 동양화가의 열정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요즘에는 캘리그래피의 범람으로 인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것도 그 가치의 척도를 잘못 인식한 채 난립함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중들과 친숙한 생활예술의 좋은 점을 악용함으로써 처해지는 또 하나의 폐단이 아닌가 싶어 염려가 된다.
접근성 부분에서 어느 예술분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친근감과 대중성이 함께 공유되고 있다는 점에서 글씨를 쓰는 입장에서는 환영하지만, 지극히 상업 과밀로 인해 시장 자체를 뒤흔드는 상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캘리그래피 자체가 생활인 나라... 일본!
흔히 볼 수 있는 술병이나 차(茶) 패키지에 쓰인 알록달록한 글씨에서부터 각종 인쇄물에 쓰인 특유의 일본말, 원목 간판 위에 힘 있게 쓰인 글씨, 전각 느낌을 주려고 건물 공간을 약간 이탈한 다양한 글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일본은 캘리그래피 천국이다. 그들은 이미 생활 속에 캘리그래피 시장이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왔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정착하고 자생하는 일본의 캘리그래피 문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마땅히 본받아야 할 당면과제로 남아 있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한글을 가지고 독창적이고 보다 아름답게 표현하고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캘리그래피...,
오늘 난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