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캘리그래피 석산의 스토리 북

혼을 담는 글씨

by 캘리그래피 석산
R1280x0.jpg 영화 '취화선'의 한 장면 (출처: 티움 프로젝트)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이 최후를 맞이하는 마지막 장면이 오늘 불연 듯 생각이 난다.

평생 떠돌이 환쟁이로 살다가 가마터에 이르러 깨달음을 얻은 뒤 홀연히 불길 속으로 뛰어들면서 영화는 끝이 나는데... 어쩌면 클라이맥스를 고조시키기 위한 감독의 의도된 연출일 수도 있겠지만, ‘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혼을 담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열정을 쏟는다’ ‘내 일에 미치다’ 뭐.. 이런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열정.jpg 캘리그래피 '그대 열정을 멈추지 마오'

몇 해 전 우연찮게 읽었던 책 중에 이면우 교수가 집필한 ‘신사고 이론 20’ 중에 ‘미친놈 이론’이 있다. 우리는 흔히 무슨 일에 미쳤다는 말을 가끔씩 들을 때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가 하는 일에 미쳐 있다는 점과 누가 극구 떠밀지 않더라도 오직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몰두하고 부딪히면서 자기 일에 대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거나 성공한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미쳤다는 말을 하는데...,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에 혼을 담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일명! 쟁이.., 예술가라고 하는 사람들...,

끊임없이 창작하고 열정을 쏟아가며 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한 분야에서 한 길만을 꿋꿋이 고집하는 예술가들을 존경하는 것도 모두가 이 때문이 아닐까?


“미친 예술가”


무엇인가에 취하지 않고, 미치지 않으면, 자기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하기 어려울 만큼

힘겨워하는 독특한 부류다. 어쩌면 본인에게도 이 부분에서 늘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과연 ‘나‘라는 존재가 위에서 언급한 쟁이 기질에 얼마나 부합될 수 있는지...,


글씨를 쓴다는 것!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고,

봄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으며,

가을에 곡식을 걷어 들이는 것과 같다.


발효의 시간들을 철저히 지켜 만든 술에서 나오는 깊은 맛과 향기, 오래 우려낸 사골국을 진국으로 만들어 내는 것.. 혼을 담아 써 내려가는 글씨에서 명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두고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글씨 맛을 보기 위해 오늘도 붓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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