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캘리그래피 석산의 스토리 북

마음으로 풀고 답하라

by 캘리그래피 석산

종종 우리 주변에서 캘리그래피에 대한 평가를 매길 때 말(言)로 만리장성을 쌓는 이들이 더러 있다.

“이 글씨는 별로야!” “저 글씨는 아니야.” “이걸 글씨라고 쓴 거야.”..., 한마디로 글씨 자체를 논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같은 말을 해도 “이 글씨는 별로지만 나름의 개성이 있네.” “저 글씨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숙련된 연습을 하면 좋은 글씨로 태어나겠네.” “이걸 글씨라고 쓴 거야” 가 아니라 글씨지만, 글씨다운 면모를 갖추지 못했어.” 이렇게 순화된 말의 표현으로 바뀐다면 아무 죄 없는 글씨에 대한 모독죄는 무죄가 되지 않을까?

꼭! 내가 글씨를 쓰는 입장에서 대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흔히 말하는 폼새에서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을 한다.

글씨를 평가하고 직역할 때 위에서 말하는 삐 뚫어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석산의 주요작품.jpg 캘리그래피 석산작가의 주요 작품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담고 있는 언어의 대한 표현방식은 자유지만, 정작 작품을 평가하는 호인들은 마음으로 풀고 답한다.


분명!

정통 색채를 띄는 서예와 우리의 생활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 캘리그래피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본인도 1년에 한두 번쯤 서예전에 둘러볼 기회가 생길 때면 내가 알지 못하는 한자를 봤을 때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서예가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해석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캘리그래피는 한글을 주 메뉴로 작품화하기 때문에 문맹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공감하고 느낌을 바로바로 전달받을 수가 있다.


그러므로 말(言)에 대한 지나친 언사는 피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내가 쓰고 평가하는 글씨 중에는 맘에 드는 글씨보다 맘에 들지 않는 글씨들이 더 많다. 얼마나 표현에 대한 자유로움이 도를 지나칠 수 있는 사안인가? 글씨라는 게 내 맘 내키는 대로 쓰인다면 그 가치는 아마 예전에 땅에 떨어지고 그 가치와 존재는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글씨를 쓰면서도 평가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쓰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에게도 뭇사람들이 느끼는 감정표현이 다르다 할 수 없다. 글씨를 엇박자 나게 써 내려갈 때는 그대로 멈추면서 ‘왜 이렇게 내가 생각한 대로 안 되는 걸까?’라는 고민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토록 오랜 시간 글씨를 쓰고 있지만, 만족이라는 단어는 어느 순간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군가는 세상의 모든 언어는 그 나라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라고 했던가?

언어를 생성시키고 발전시키는 배경에는 기나긴 시간적 배경을 지닌 것도 있을 것이고, 최근 시대적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언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평가 해석을 위해서는 각자가 한 번 더 신중한 태도와 마음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글씨라는 형상에 비친 말(言)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늘도 난! 여전히 글씨와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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