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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Jul 23. 2023

제1편_ 처음 그 마음으로

처음부터 서각을 해야지? 가 아니었다. 글자를 쓰면서 새로운 것을 찾다 보니 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영역까지 오게 됐다. 내가 쓴 글씨를 종이가 아닌 나무에 옮겨 글자를 완성시키는 과정이 그저 자연스럽게 펼쳐졌을 뿐이다.    

 

서각의 기본 재료도 없이 시작한 나무에 글자 길 내기는 녹록지 않았다. 예전에 아호를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전각(수정과 옥도장은 고대에는 손으로 깎아 만들었으나, 오늘날에는 금강사로 깎아내므로 전각이라 한다. 진의 통일 후 황제의 도장을 새라 하고, 관청이나 개인의 것을 인이라고 했으며 한·위진시대의 도장은 한인이라 한다. 당·송대 이후에 도장학이 발달하였고 수대에 이르러서야 관인이 커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전각이 출현한 시기는 도장이 사용되기 시작한 고려시대라고 볼 수 있으며, 조선으로 전승되어 동인·철인 등이 만들었다. 숙종 때의 허목이 유명하다. 출처: 다음 백과사전) 칼을 구입해 놓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 사용하게 됐다. 한 동안 전각 칼을 사용하다 보니 서각 칼의 필요성을 느꼈고 기본적인 서각의 종류에 대해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서각의 종류 중 첫 번째는 음각(陰刻)이다. 나무 표면에서 글자 골격을 파내는 형태를 말하는데 문자를 음(陰)으로 표현하는 방법에는 음선각(陰船刻) , 음평각(陰平刻)이 있다. 두 번째로 양각(陽刻)으로 음각과 반대로 문자 즉, 글씨를 새길 때 사용한다. 전체적인 나무 표면을 깎아 글자가 돌출되게 하는 형태로 양평각(陽平刻), 양변각(陽邊가변 刻), 양환각(陽丸刻), 양음환각(陽陰丸刻), 음양각(陰陽刻)으로 나뉜다.


새해 첫날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떠오르는 해돋이를 바라보며 새날의 소망을 기원한다. 한 해 동안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하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펼쳐나가기를 기원하면서 신년을 맞이한다. 물론 처음에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지만 대부분 초심을 지켜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초심의 역사는 수 차례 지켜내지 못하고 후회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섬 집 서실 한편에 눈을 뜨면 볼 수 있게 '처음 그 마음으로' 서각 작업했던 작품이 걸려있기도 하다. 바닷물에 절이고 저린 폐목은 미생물 자체도 살 수 없는 규화목(화산폭발과 지각변동에 의해 광물질을 함유한 규토:SIO2 성분들이 나무에 스며들어 복잡한 화학작용을 화석으로 변한 것을 말한다.) 같은 나무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서각의 순서는 먼저 폐목에 새길 글자를 나무 사이즈에 맞게 종이에 프린트를 해서 목재용 테이프로 고정시키고 칼로 글자를 오려내는 작업이 진행된다. 그림이든 글자든 서각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과정인 셈이다. 다음으로 서각 칼로 글자의 원형을 어느 정도 깊이에 맞게 파내는 작업이 이루어지면 사포를 이용해 지저분한 부분들을 매끈하게 처리한다. 색 입히기 전 오일스테인(썩음 방지용 방부제)을 나뉘어 2회 정도를 발라준다. 그다음으로 페인트나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색 입히기를 하게 된다. 고유의 색깔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코팅처리를 한다. 물론 실내에 거치할 경우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안되지만, 실외에 거치하는 경우 색의 변색을 최대한 막아보자는데 의미를 둔다.     

                   

                       '처음 그 마음으로'     

글자 속에 내포된 단어는 참 어려운 숙제를 안고 시작한 서각작업이었다. 처음 내가 마음먹고 변함없이 실천하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지켜낸다는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런 무거운 마음의 짐을 안고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파낸 나무 결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특히, 서각에서 가장 기본 기법 음각으로 작업을 하면서 나무 표면에서 글자 속의 깊이 사이즈를 몇 미리, 몇 센티에 맞춰 작업을 해야 할지도 가늠이 안 됐다. 광주의 한 서각작가의 고견을 통해 하나둘씩 서각의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더라도 '배운다'는 자세가 더욱더 겸손해지게 만들었던 서각의 첫 작업 "처음 그 마음으로"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서각 비하인드>>

1. 자연 폐목의 경우, 나무 결 자체가 오랜 풍화작용이나 침식작용으로 인해 매끄럽게 정리되어 별도로 가공할 필요는 없지만 나무 상태에 따라 가공여부를 결정한다.


2. 가공 처리는 일반 사포를 사용해서 최대한 나무가 부드럽게 한다. (가공 처리는 모두 글자를 새긴 후 색 입히기 전에 해야 된다.)


3. 글자 수에 비례해서 나무의 좌, 우 여백을 두고 글자를 새겨야 전체를 봤을 때 답답함을 피할 수 있다.


4. 글자는 파일화(JPG) 작업을 거친 후 나무 길이에 맞게 사이즈를 선택해 출력한다.


5. 출력한 글자를 나무에 배치한 후 서각 목재용 종이테이프를 이용해 고정시킨 후 일반 칼이나 작업용 칼로 글자를 오려 낸다.


6. 보통의 경우 칼로 오려낸 부분이 선명하게 잘 보이면 바로 작업을 하고, 글자가 잘 보이지 않을 경우 칼로 파낸 글자에 연필로 다시 한번 써서 작업 후 연필 자국은 지우개로 지우면 된다.


7. 이제는 서각 망치(나무망치, 쇠망치 중 알아서 선택)와 서각 칼을 이용해 글자를 파 내는 작업을 하되, 음평각의 경우 글자 깊이

몇 mm정도 파낼 것인지? 양각의 경우는 돌출부위를  몇 mm정도로 돌출되게 할 것인지에 대해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8. 모든 글자를 파내는 작업과 나무 평면을 파서 글자가 돌출된 양각작업이 끝나면 색 입히기를 하게 되는데 보통의 경우 페인트와 아크릴 물감 두 종류로 색을 입힌다.


9. 개인적으로 페인트는 비추하고 싶다. 한번 개봉한 페인트는 아무리 진공처리를 잘한다고 해도 개봉, 재개봉하다 보면 산소 유입으로 빨리 굳어버리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불편함이 따르고, 글씨에 색 입히기를 할 때 적당량의 신너를 타서 글자를 쓰거나 색 입히기를 해야 해서 이 또한 불편하다.


10. 아크릴 물감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별도의 너를 탈 필요도 없고 필요한 양만 덜어서 색 입히기 작업이 끝날 때까지 굳지 않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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