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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Jul 23. 2023

제2편_  새봄마중

섬마을의 3월은 아직 봄을 맞이하기에는 이르다.

그래도 절기상 봄이라서 여기저기에서 봄기운을 재촉하는 꽃들이 하나 둘 싹을 틔운다.               

폐목 수집은 1톤이 조금 안 되는 소형 어장 관리선을 타고 섬마을과 인접 무인도를 오가며 자연 그대로의 조각된 폐목들을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바다 날씨는 오전과 오후시간대별로 변동 폭이 심해 조용하고 바람이 없는 날을 선택해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폐목 수집을 위해 무인도에 정박 중인 어  

         바다를 떠돌다가 뭍에 안착한 폐목들  

             

첫 봄을 알리는 꽃으로 매화를 생각해 봤다. 먼저 폐목의 앞과 뒤의 상태를 살폈다. 오랫동안 바다에서 유영하다 보니 수많은 풍파에 시달린 흔적들이 그대로 나무에 남아 있었다. 굴껍데기가 나무사이사이에 박혀있는가 하면 까만 기름덩어리도 군데군데 묻어 나오기도 했다.        

봄을 상징하는 작품을 작업하기 위해 폐목을 면밀하게 분석해 나갔다. 봄을 맞이하는 문구를 정한 다음 작업실에서 "새봄마중"이라는 글자를 새기기로 했다. 나무의 앞면과 뒤면에 검정 락카를 이용해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탈바꿈시켰다. 매화의 색이 흰색이라는 점을 감안해 나무의 배경색을 검은색으로 잡은 후 글자와 꽃이미지는 흰색과 노란색을 선택해 서로 조화를 이뤘다. 폐목 원형 흰색을 전체 검은색으로 칠한 후 작업화했다.  

             

*서각 비하인드>>

1. '새봄마중' 작품의 폐목은 흰색이었으나 전체적으로 칠이 부분적으로 묻어있어 검정 락카칠을 했다. 이 역시 글자를 새기고 난 후 색 입히기 전에 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 세로형 글자가 들어가는 경우, 상ㆍ하 높낮이 여백을 생각하면서 작업한다.


3. 폐목 재질에 따라 락카의 농도와 상관없이 흡수력이 좋은 폐목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글씨의 느낌에 따라 색농도를 조절해서 사용해야 한다.


4. 아크릴 물감으로 글자 색 입히기가 끝나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투명 락카로 2회 정도 글자와 폐목 전체에 뿌려준다. 뿌리는 시점은 1시간 내지 2시간 정도 시간 텀을 주고 뿌려준다. 투명 락카는 광택제로 글자와 폐목을 보다 멋지고 빛나게 해 준다.


5. 폐목이다 보니 서각 칼로 길을 내는 동안 나무 상태가 단단한 부분도 있고 푸석한 부분도 있다. 단단한 부분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푸석한 부분은 약간의 힘을 가해도 글자를 넘어서 나무가 깨지는 경우도 있으니 작업대 주변엔 목재용 본드나 강력 본드를 비치해 글자 탈피했을 때 바로바로 복원처리를 하면서 글자 새김 작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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