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캘리그래피 석산의 스토리 북

한방 샴푸

by 캘리그래피 석산
'경' 한방 샴푸 프리미엄 캘리그래피

빛나다, 환하다, 행실이 청백하고 맑다, 빛 외 다양하게 풀이되는 한자 빛날 '경'(耿)이다.


캘리그래피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예전에 느끼지 못한 일들이 몰려들었다. 본인의 서체가 브랜드로 론칭되는 수많은 제품들을 직접 써보고, 먹고, 입고, 뽐내는 호사(豪奢)를 누리고 있다는 것에 늘 감사를 드린다. 이 제품 역시, 2년 넘게 쓰고 있지만 제품력보다는 내 서체의 대한 자부심 덕분에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경’ 자를 써달라고...,

대부분 브랜드 명을 비롯한 모든 서체는 전화 의뢰가 대부분이었지만, 위 제품은 이메일로 상세한 내용과 함께 접수가 되었다.


“발명특허 제 10-1085948호.. 두피는 건강하게, 모발은 탄력 있게.. ‘경 한방 샴푸 프리미엄’은 동의학에 근거해 하수오 및 한방 식물에서 핵심성분을 추출, 정제, 농축한 원액을 함유한 독특한 복합처방으로 엄격한 품질관리하에 제조되었다” 는 주요 성분 외 빽빽한 내용으로 들어와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의뢰 내용은 대략 A4 한 장 분량이었지만, 의뢰 글씨는 단 한 글자 ‘경’이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정도였다. 보통 본인의 경우는 글자 수와 상관없이 한 작품당 작품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한 자가 되었던 열 자가 되었던 작품료 적용범위는 크게 차이가 없다.


“보통 작품료를 얼마 받냐고요?”

“그건 비밀입니다.”


‘경’ 글씨를 빛나게...?

한 글자를 가지고 한방샴푸에 맞는 콘셉트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한방에, 한 번에., 콘셉트에 딱! 맞아야 하는 동전 양면과도 같은 도박 아닌 도박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글은 하나의 글자를 쓰는 것보다 여러 글자를 쓸 때가 조화를 이루고 글씨의 맛이다. 그만큼 한 자를 가지고 제품 브랜드의 이미지와 콘셉트를 잡고 나가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본인이 쓴 ‘경’이라는 서체가 과연 의뢰자에게 얼마나 만족을 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뢰자의 맘에 안 들면 브랜드 서체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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