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바다 불로초'를 깨는 삶이 좋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_ 어민 박진우 편)

by 작가 석산

1960년대 초여름 보리가 수확되기 전까지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며 울고 넘었던 보릿고개가 있었다. 이를 경험한 바닷가 사람들의 구황식품이었던 '톳'은 곡식과 섞어 톳밥을 만들어 허기진 배를 채웠던 암울한 시대의 기억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톳이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비상의 날개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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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톳을 말할 때 '산삼, 녹용보다 질병치료에 더 좋은 효과를 본다'라고 해서 '바다의 불로초'라 부르기도 한다. 톳의 모양이 '사슴 꼬리와 닮았다' 해서 한자어로는 '녹미채(鹿尾菜)'라 한다.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에 의해 양식줄을 탈피해 해안가로 떠밀려 온 톳을 '풍랑초(風浪草)'라고 하며, 지방에 따라 '톳나물(경상도)', '톨(제주)', '따시래기(전북 고창)'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인들은 밥상에 늘 빠지지 않는 톳나물 요리라 하여 '히지키(ひじき)'라고 부른다.

진도 조도 해역의 톳은 빠르면 4월에서 6월 중순까지 두 달 남짓 짧은 기간 동안 비 내리는 날을 제외하고 채취와 자연건조 작업을 동시에 거친다. 수협 수매의 요건을 충족하면 생 톳을 건조한 건 톳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톳과의 전쟁은 정오가 넘은 시간까지 계속된다. 채취선들이 바다를 오가며 톳을 실어 나르고 섬 아낙들은 생 톳을 엷게 펴 널면서 톳 속에 들어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허리를 펴지 못한다. 톳 생산량에 비해 한정된 자연 건조장이 턱없이 부족해 차량이 다니는 한쪽 도로변까지 자연 건조장으로 사용하면서 '검정 페인트 칠'을 해 놓은 듯 진풍경이 펼쳐진다.


조도 해역의 톳 연간 생산량은 1250t(52억 상당)으로 전국 톳 생산량의 50%를 육박한 수치다. 건 톳은 100% 일본에 전량 수출 길에 오른다.

톳양식.jpg 양식 톳을 채취하고 있는 박진우 씨

서울에서 인쇄업에 종사하다가 고향 섬마을로 귀어 10년 차에 접어든다는 박진우 씨는 "직장생활의 압박감에서 해방되니 너무 좋고, 무엇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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