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벼랑 끝에서 찾은 희망

(경남 진해시_ 여성 용접사 김인순 편)

by 작가 석산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운 굉음소리와 함께 푸른 불꽃이 용솟음치는 조선소 한쪽에 남성 용접사들 사이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있는 여성 용접사가 있다. 용접일이 힘이 들 법도 한데, 오히려 '하루하루가 재밉고 신명 난다'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는 그녀. 인순 씨의 유쾌한 하루를 따라가 봤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인해 쓰러지면서부터 그녀의 인생은 막다른 곳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힘든 시절, 눈물로 얼룩진 시간들을 뒤로한 채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인순 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폴리텍대학에서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여성특수용접 전문가 과정을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당시만 해도 그것이 그녀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될 줄 몰랐었다. 용접도, 아파트 높이만큼 거대한 초대형 선박도 모를뿐더러 펜을 놓은 지도 오래됐지만 여러 가지 따질 입장이 아니었던 그녀는 당장 지원해 여성특수용접 전문가 과정 1기 수료생이 될 수 있었다.

5278.jpg 조선소 블록에서 CO2 용접을 하고 있는 김인순 씨

그녀의 꿈과 희망은 한국폴리텍대학에서 특수용접 과정을 수료한 후 진해의 한 조선소에 취직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동안 갈고닦은 용접 기술을 남김없이 발휘하는 것은 물론, 주변 분위기마저 환하게 만드는 인순 씨만의 유쾌함과 성실함이 그녀의 거침없는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푸른 불꽃이 튀는 조선소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철을 녹이는 열혈 용접사 김인순 씨. 작업을 하다가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즉각 질문하는 배움 정신과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함에 이미 조선소 내 인순 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용접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인순 씨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포기하려고만 하지요.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다시 희망 찾기를 시도하지 않으려고만 해요. 벼랑 끝에 떨어지면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잖아요. 포기만 안 한다면 다시 올라가지 않을까요."


어떤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해 밝은 웃음을 지을 줄 아는 진정한 승자! 여성 용접사 김인순 씨.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다는 그녀의 자신감속에 시들었던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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