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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Dec 14. 2023

[팩트체크] 한국 은둔 청년 54만 명?

1. 2023년 12월 13일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국가차원의 첫 지원 방안이라고 하는데요. 19~34세 청년층 가운데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사람이 최대 54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단 정부 대책에 대해 살펴보죠.

-정부 대책은 크게 4가지 주요 과제로 이뤄지는데요. ①발굴: 고립·은둔 조기 발굴체계 마련, ②전담지원체계: 2024년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시범사업 실시 ③예방: 학령기, 취업, 직장초기 일상 속 안전망 강화 ④관리·제도화: 지역사회 내 자원연계, 법적근거 마련. 이런 것들입니다. 찾아내서 지원하고, 미리 예방하고 제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거죠. 이 은둔자들은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에 자가진단 및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계획입니다. 시범사업은 내년 4개 시도에 (가칭) 청년미래센터를 설립해 은둔청년들을 도와주는 사업인데요. 처음에는 상담과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게 해 주고, 일상회복 활동을 시도하게 돕습니다. 다음 단계로 가족관계와 대인관계를 회복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요. 궁극적으로는 일 경험으로 나가게 되는 거죠.

      

2. 좋습니다. 여태까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해 정부 주도로 뭘 하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최대 54만 명 어떻게 나온 숫자입니까?

-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있었고요, 지자체별로 운둔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은 곳도 있기는 했었는데요. 정부 차원에서 운둔청년에 대해 대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죠. 잘 되면 좋겠습니다.

고립 ·은둔 청년이 최대 54만 명이라는 숫자는 통계청 사회조사의 원자료를 분석해 나온 추정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은둔' 청년 만을 헤아린 숫자는 아닙니다. '은둔'이 포함된 '고립' 청년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사회적 고립 인구는 타인과의 유의미한 사회적 관계 부재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지체계가 결핍된 사람을 말하는데요. 이 조사에서 응답자가 “타인과의 교류 없음”과 “생활·경제, 정서적 곤란을 겪을 때 도움을 받을 사람 없음”이라고 응답한 경우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다고 봅니다. 만 19~34세 사이의 고립 청년은 2019년 3.1%에서 2021년에는 5.0%로 증가했는데요. 이 규모를 인구총조사에 적용하면 고립 청년은 2019년 약 34만 명이었으나 2021년에는 54만 명 정도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최근 조사 결과가 공개된 2023 사회조사 통계를 직접 가공해서 고립 청년 인원수를 산출해 봤는데요. 48만 7253명으로 나타납니다.  고립이 심해져 외출을 하지 않는 상황에 이를 때 '은둔'이라고 부릅니다. 


3. 청년이 아니지만 고립·은둔 상태인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네 전체 인구로 보면 2021년 기준 6.0%가 사회적 고립상태라고 추정됩니다. 숫자로는 280만 명 정도가 됩니다. 대구광역시 인구가 240만 정도니까.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고립상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직 청년에 도달하지 못한 19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엔 고립·은둔 상태면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것이고요. 요즘에 나이를 가리지 않고 고독사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보도가 되고 있는데요. 이런 분들도 고립·은둔 상태였던 걸로 볼 수 있는 거죠.

13세부터 19세 미만인 고립은둔 청소년은 1만 8797명으로 집계됐고요. 60세 이상 고립은둔자는 100만 명 정도 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고립된 학교밖 청소년과 노인들을 위한 대책은 여러 가지 진행되는 게 있는데 고립 은둔 청년에 관한 대책은 여태껏 없었다고 합니다.     


4. 고립은둔자들은 왜 고립 또는 은둔하게 된 것일까요? 계기가 뭘까요?

- 이번에는 고립은둔자 2만 1360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고립 또는 은둔 이유를 물었습니다. 취업준비, 실직, 퇴직 등 직업 관련 어려움(24.1%), 친구 직장 동료 등 대인관계 어려움(23.5%), 관계 악화, 이혼, 사망 등 가족관계 어려움(12.4%), 신체 건강, 정신 건강 등 건강 상의 어려움(12.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립 또는 은둔이 시작된 연령은 20대가 60.5%로 가장 많았고 10대 23.8%, 30대 15.7%였습니다.      

5. 고립은둔자들은 어찌 보면 스스로 선택한 거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왜 도와야 하는 물음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사위를 던지는데 주사위 눈금이 모두 1, 2 밖에 없는 주사위였다고 가정해 볼까요. 그런데 3 이상 나와야 득점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하면요. 주사위 던진 사람이 3 이상을 획득하지 못한 것은 그 사람의 불운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은둔형 외톨이는 다양한 삶의 장면에서 실패 경험을 누적하고 지지체계에 의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방과 같은 물리적으로 제한되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 자신을 가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립 은둔자를 지속적으로 방치할 경우 빈곤 문제가 부각되고, 복지비용이 증가하며 가족해체, 중증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른 청년 고립·은둔을 지속 방치할 경우 사회적 비용손실이 연간 약 7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고요. 제때 효율적으로 지원해 이들을 일반청년과 같은 경제활동 인구로 전환할 경우 소득, 지역소비,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 등 많은 사회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6. 고립·은둔 청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주로 하는 활동을 물었는데요. 동영상 시청(23.2%), 온라인 활동(15.6%), PC/모바일 게임(13%) 등을 많이 응답했는데요. 주로 돈이 안 들면서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일상생활도 굉장히 불안 불안한데요. 하루 1~3끼 규칙적으로 먹는다는 응답은 27.6%에 그쳤습니다. 매번 식사 시 혼자 먹는다는 응답은 80.3%,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람은 52.3%였습니다. 위생관리도 잘 안 되고 있었는데요. 1주일에 한번 이하로 옷을 갈아입는다는 응답은 15.8%, 목욕 및 샤워를 1주일에 한번 이하로 하는 경우는 10.5%, 세수나 양치를 일주일에 한 번 이하로 하는 경우가 4.5%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2명 중 1명 이상은 신체건강,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었고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66.3%, 대인접촉이 두렵다 47.8%, 지인 대면이 두렵다 44.2%였습니다.


조사대상 고립은둔 청년 가운데 75.4%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이 가운데 26.7%는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청년 전체의 평균 자살생각률이 2.3%인 것과 비교하면 고립은둔 청년들은 심각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고립·은둔 청년들은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응답자 중 80%가 현재 상태를 벗어나길 원한다고 대답했고, 67.2%는 실제로 탈 고립은둔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7. 우리나라만 유독 심각한 건가요?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떻습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통계 가운데 ‘사회적 지지’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다고 보고한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내는데요.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사회적 지지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80.5%이고요. 가장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 73.6%입니다. 연령층을 세분해서 보면 50세 이상은 63.8%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5~29세는 상황이 좀 나은데요. 93.1%로 뒤에서 11등을 차지하고 있죠.


8. 일본은 히키코모리라고 부르는 같은 문제를 먼저 겪었단 말이죠. 일본의 해법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본 정부는 15∼64세 인구 중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를 146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방에서 거의 나가지 않는다', '방에서는 나가지만, 집에서는 나가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편의점 등에는 외출한다', '취미와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만 외출한다' 등의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히키코모리의 사회참여를 위해 당사자를 위한 지원과 함께 가족을 위한 단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히키코모리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 내 기관 간 연계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교육기관, 보건기관, 아동복지기관, 복지기관, 시민 단체 등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지지 여부를 떠나 이 정책만큼은 꼭 효과를 거뒀으면 합니다. 여태껏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정책이 전혀 펼쳐지지 않았다는 데 놀라움을 느낍니다. 이런 정책이 성공을 거둬 우석이도 조속히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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