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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Dec 20. 2023

[팩트체크] 노인 40%가 빈곤?

사실!!

1. 노인 40% 빈곤 보도는 사실인가?... 사실 

OECD는 최근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s at a glance 2023)’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의 노인 소득과 빈곤 실태가 실려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이 가장 심각한 걸로 나타납니다. 이 보고서는 65세부터를 노인으로 보는 우리나와는 달리 66세부터를 노인이라고 보는데요.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0.4%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OECD 1위입니다. 66세부터 75세까지 연령대의 빈곤율은 31.4%, 76세부터는 무려 52.0%가 빈곤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pensions at a glance 2023, OECD

보고서에 들어있는 그래프(윗 그림)를 살펴보죠. 한국은 전체인구 빈곤율(15.3%)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래프 x축이 전체인구 빈곤율을 나타내고 있으니까 그래프의 오른편일수록 전체 빈곤율이 높은 나라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오른쪽에 찍혀있는 나라들은 코스타리카(20.3), 이스라엘(16.9), 멕시코(16.6), 칠레(16.5) 라트비아(16.0), 에스토니아(15.8), 일본(15.7), 스페인(15.4) 정도입니다.      


그래프 y축은 노인빈곤율을 나타내는데요.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노인빈곤율이 높은 겁니다. 그래프를 보면 한국(40.4)이 압도적으로 높죠. 에스토니아(34.6), 라트비아(32.2), 리투아니아(27.0)가 아래에 있고 미국(22.8), 호주(22.6), 코스타리카(22.4)가 그 뒤를 따릅니다. 


2. 빈곤의 기준은 뭔가?

빈곤(貧困)은 ‘가난하여 살기 어려움’이라는 뜻입니다. 가난한 것도 살기 어려운 것도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니냐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부자보다는 마음이 부자인 가난뱅이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통계적으로 ‘빈곤’을 따지는 기준이 있습니다. OECD는 “Percentage with income lower than 50% of median equivalised household disposable income”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소득이 중위가구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50% 미만인 비율”입니다. 한번 더 쉬운 말로 바꾸면 우리나라 가구를 쭉 줄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절반보다 버는 돈이 적으면 빈곤한 상태로 본다는 겁니다. 처분가능소득은 번 돈에서 세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대출이자, 교육비송금 이런 것들을 뺀 나머지를 말합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구 중위소득은 2998만 원입니다. 가구 중위소득의 50%를 넘지 않으면 빈곤으로 보니까 연 소득이 1499만 원, 월 소득으로 환산하면 124만 9167원이 넘지 않으면 빈곤한 겁니다. 한 달에 124만 9167원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노인가구가 전체 노인가구의 40.4%라는 이야기죠.      


3. 왜 한국은 가난한 노인이 많나?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합니다. 또 모든 국민은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죠. 기초연금에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4명은 빈곤 상태일까요?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32만 3180원입니다. 여기에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인 61만 8863원을 더해도 100만 원이 안 되죠. 그러니까 별도로 소득이 없는 노인가구는 대부분 빈곤상태라고 봐도 된다는 이야깁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지만 복지 수준은 내세울 것이 없는 형편이죠. 그러니 노인들은 일터로 나갑니다. 2021년 기준 OECD 65세 이상 평균 고용률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34.9%로 가장 높습니다. 다음으로는 일본(25.1), 미국(18.0), 호주(14.7), 캐나다(14.7), 영국(10.3) 순입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고용률은 36.2%로 지난 10년간 6.1% p 상승했습니다. 이는 OECD회원국 38개국 평균(15.0%)을 두 배 이상 웃도는 겁니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이 현재 일을 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이 73.9%를 차지했습니다. 용돈 마련이 7.9%, 건강유지가 8.3%를 차지했습니다. 게다가 일평생 벌어놓은 돈은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2년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총자산은 4억 5364만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4. 일하는 노인이 뭐가 어때서?

일하면 건강하고 좋지 않냐는 분 많이 계실 텐데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원치 않아도 계속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하는 것이죠.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면 일을 오래 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입니다.


2023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취업자의 37.5%는 스스로 건강이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비취업자는 21.9%만 좋다고 응답했고요. 취업자의 43.3%는 보통, 비취업자는 38.0%가 보통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나쁘다는 응답은 취업자 중 19.2%에 그쳤는데요. 비취업자는 40.0%가 나쁘다고 응답했습니다. 


향후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는 응답은 취업자 18.1%, 비취업자 27.1% 였고요.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취업자 81.9%, 비취업자 72.9%로 나타났습니다. 노후준비 항목에서도 취업자는 68.1%가 준비하고 있다 또는 준비돼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비취업자는 51.4%만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준비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취업자의 31.9%, 비취업자는 48.6%였습니다. 일하는 노인이 덜 의존적이고,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 더 자신 있어하며 남은 여생에 대해서 더 자신 있어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거죠.     


5.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노인빈곤율은 2011년 46.3%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점차 낮아져 2022년엔 38.1%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한 세대, 그러니까 30년 정도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2050년에 노인이 되는 1980년 대생들은 노후 준비를 잘해서 노인 빈곤율이 낮아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세금 내는 사람들이 줄고 재정이 위축되고 복지 지출이 쪼그라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는 ‘성장’과 ‘분배’ 양면에서 큰 어려움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효과적인 정책대응이 없는 경우 2050년대에 0% 이하의 성장세를 보일 확률이 68%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뜻입니다. 1954년 이후 우리나라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낸 해는 1980년 1차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20년 코로나19 세 차례밖에 없었습니다. 경기가 위축되면 약자들의 고통이 더 커지는 걸 목격했죠.


분배 측면에서도 세대 내의 불평등 수준이 높은 고령층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반의 불평등도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소수의 부자 노인들이 엄청난 부를 쌓아놓는 것에 비해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많은 평범한 노인들은 연금에 기대서 생활해야 하는데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도 심각해지는 상황입니다.     


6.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해법은 이렇습니다. “노인 빈곤문제는 고령층 내의 건강(근로가능 여부)-자산 측면의 이질성을 감안하여 3대 축(근로소득 확충-부동자산 유동화-기초연금 보강)을 중심으로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게 또 무슨 소리냐고요. 건강하신 분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일을 해 돈을 벌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산은 있는데 부동산에 묶여서 쓸 돈이 없는 분들은 묶여있는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요. 주택연금, 농지연금 이런 것들이 나와있거든요. 집, 땅 같은 부동산을 담보로 맡기고 돌아가실 때까지 연금을 받는 형태입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부동산을 갖고 있다가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팔아서 집 장만을 도와주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수요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층 30% 정도(2018년 조사, 28.5%)만 집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응답했습니다. 2022년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는 11만 5000명이고 평균 나이는 72세, 평균 월 지급금은 118만 원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마지막은 기초연금을 보강하는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12월 12일 3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는데요. 기초연금은 2028년까지 4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보수 언론에서는 재정위기를 초래한다며 지급 대상을 축소하라고 주문하고 나섰습니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7. 노인이 아닌 나는 어떻게 준비할까?

일단 장래인구 추계 같은 데이터를 보면 30~40년 후의 우리나라는 정말 어려움을 겪게 될 걸로 보입니다. 물론 아주 부자인 사람들은 큰 타격이 없겠지만요. 정부에 큰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 우려와 많은 연구들 정책 과제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똑같이 되풀이된 말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2004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인구고령화와 거시경제>라는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보고서에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구조의 고령화는 향후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최근에 들어서는 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부 역시 대책 수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향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라고 언급합니다. 요즘 나오는 이야기랑 똑같습니다. 도대체 정치권은 20년이 넘도록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나라의 비전을 만드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기는 한 걸까요? 지금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요?


어차피 각자도생의 시기이니 시대에 맞춰 생존할 계획을 짜야겠습니다. 일단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중요합니다. 금연, 절주,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 건강관리에 힘써야겠습니다. 건강해야 일할 수 있고 늙어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여력이 있는 분들은 노후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사적연금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창출되는 무언가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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