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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Dec 21. 2023

[팩트체크] 햇반 용기 재활용 가능?

전용수거함에 잘 모아주면 가능! 일반 분리배출로는 불가!!

2020년 11월 24일 저는 이 브런치에 <[팩트체크] 즉석밥 용기는 분리배출해도 쓰레기?>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무리 즉석밥 용기를 깨끗하게 씻어서 잘 분리배출한다고 해도 결국 선별장에서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3년이 지난 2023년 12월 21일 현재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짚어보겠습니다.

     

0. CJ제일제당의 억울함

- 2023년 4월 CJ그룹은 자체 뉴스룸 홈페이지에 <햇반 용기는 재활용기 가능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CJ는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햇반 용기는 재활용품이 아니라는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힙니다. 이어 “햇반 용기는 분리수거 선별장에서 일반 쓰레기로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재활용이 불가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도로 조경에 쓰이는 검은색 화분과 폐수를 처리하는 정화조 등에 햇반 용기가 재활용되고 있다고도 합니다. CJ제일제당은 본사와 CJ그룹계열사에 햇반용기 수거함을 설치했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용기수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에도 수거함을 설치했고요. 이렇게 모은 햇반용기는 2022년 30만 개의 햇반용기를 수거했다고 합니다. 대단합니다. 30만 개라니... 그런데 한 해 동안 팔리는 햇반은 몇 개 정도나 될까요? 5억 5000만 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비율로 나타내면 햇반 용기 0.054%만 곱게 모여 재활용되고 있는 셈이죠. 이 정도 수치를 갖고 자랑스럽게 “햇반 용기는 재활용품이 맞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 플라스틱 OTHER’는 분리배출 해봐야 쓰레기?

 -도대체 왜 플라스틱을 플라스틱에 분리배출하는데 재활용되지 않는 걸까요? 햇반 그릇을 씻고 말리고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곱게 모아 배출하는 우리의 정성은 왜 닿지 않는 걸까요? 허술한 재활용 체계 탓이 큽니다. 우리가 모아서 배출하는 재활용품은 일단 선별장으로 갑니다. 선별장에 가면 컨베이어벨트에 재활용품을 쫙 펴놓고 작업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재활용품을 분류합니다. 종류대로 모아서 각각 재생공장으로 보내는 거죠. 종이는 재생종이 공장으로, 플라스틱도 PET, PP, PE 이런 식으로 재질별로 각각 재생공장으로 보내는 겁니다. 선별장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을 고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고요. 영리 업체이기 때문에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는 게 목표가 아니고 돈을 벌어들이는 게 우선순위거든요. 그래서 돈이 되는 것 위주로 선별을 하다 보니까 즉석밥 용기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겁니다. 
 

2. 종류대로 분류해서 보내는데 왜 일반 쓰레기로?

 -종류대로 분류해서 재생공장으로 보내는데 왜 즉석밥 용기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냐고요? 우선 재질 때문에 그렇습니다. 즉석밥은 상온에서 보관하도록 설계돼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게 산소 투과를 막는 겁니다. 그래야 밥이 변하지 않게 오래 보관할 수 있으니까요. 즉석밥 용기는 식품용으로 많이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필름 사이에 에틸렌비닐알코올(EVOH) 재질의 필름을 끼워 넣은 샌드위치 구조입니다. PP가 95% 정도, EVOH가 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이 5%의 다른 재질이 재활용을 방해하는 겁니다. 재생공장에선 순도 높은 원료를 만들어내야 제 값을 받는데요. 이런 복합재질의 재활용품이 들어오면 순도를 떨어뜨려서 재생원료의 품질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즉석밥 용기는 선별장에서 골라내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뭉뚱그려서 버리는 거죠. 그럼 소각하거나 매립되는 것이죠. 이렇게 된다면 집에서 즉석밥을 먹고 잘 씻어서 말리고 따로 분리배출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죠. 분리배출하는 게 세제와 물을 낭비하고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짓이 되는 거고요. 그냥 가정에서부터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게 낫습니다. 이 즉석밥 용기를 꼭 재활용해야겠다는 분들은 대형마트에 설치된 전용 수거함에 가져다주면 되겠습니다. 
 

3. 즉석밥 용기 말고 다른 건?

 -가정에선 잘 씻고 말려서 분리배출을 했는데 선별장에선 일반쓰레기로 취급받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첫째는 크기가 작은 것들입니다. 선별장에서 작업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재활용품을 골라내다 보니 작은 것들은 순위에서 밀려납니다. 작은 걸 잡아서 재활용 표시를 식별할 시간이 없는 것이죠. 컨베이어벨트는 돌아가고 재활용품은 밀려드니까요. 

 두 번째는 복합재질로 된 물건들입니다. 화장품 용기, 치약 튜브 이런 것들이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재생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택배 상자 버릴 때 테이프와 운송장을 꼭 분리해 달라고 하는 것도 이게 붙어있는 상태로 재생 공정에 들어가면 재생돼 나오는 종이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상자는 골판지로 만들잖아요. 이물질이 많이 섞일수록 골판지로 만들었을 때 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아예 골판지로 만들 수 없는 경우도 있고요. 분리배출하기 전에 이물질을 제거해 달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세워놓고 눌러서 짜내는 샴푸 용기가 있는데요. 펌프 부분에 철로 된 스프링이 들어있는 것들이 있는데요. 이런 게 섞여있으면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4. 플라스틱 수거함에 플라스틱 아닌 것도 많이 들어간다고 하는데요?

 -플라스틱 이외의 재질이 부착된 완구 문구류, 옷걸이, 칫솔, 파일철, 전화기, 낚싯대, 유모차, 보행기, CD나 DVD, 여행용 트렁크, 골프가방 이런 것들은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합니다. 고무통, 고무대야 이렇게 부르는 빨간 대야도 분리배출 대상이 아닙니다. 고무재질이라도 분리배출 대상이 아니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도 여러 가지 재질이 섞여 있어서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고무장갑, 골프공, 사용 후 랩이나 포일, 일회용 면도기, 보온병, 비닐코팅종이, 사인펜, 스펀지, 시계, 신발, 색연필, 이런 것들은 죄다 종량제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상자의 코팅을 벗겨내는 건 정신건강에 별로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에너지가 많이 투입됩니다. ㅠㅠ 

5. 케이크 상자는 어떻게 버려야 하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요. 가정에서 케이크 드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유독 상자가 화려하단 말이죠. 케이크 상자를 분리배출 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은데요.
 제가 작년 크리스마스에 케이크 상자에 붙은 코팅을 일일이 다 떼어 본 적이 있는데요. 한 2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일일이 비닐을 다 제거하면 마음 놓고 종이로 버릴 수 있을 텐데요. 굉장히 손이 많이 갑니다. 정신건강에도 안 좋고요. 
 환경부가 운영하는 <내 손 안의 분리배출> 앱에 따르면 “케이크 박스와 밑판이 코팅돼 있는 경우는 재활용이 어려우니 종량제봉투로 배출하라”라고 합니다. “코팅여부는 손으로 찢어지는지 확인하면 된다”라고 합니다. 종이는 재생공장으로 보내면 약품을 섞은 물에 풀어서 펄프 상태로 만듭니다. 펄프를 건져내서 종이를 만드는 건데요. 그런데 종이에 코팅이 돼 있으면 물에 잘 풀어지지 않습니다. 종이의 한쪽 면에만 코팅이 돼 있으면 어느 정도 잘 풀어져서 공정에 큰 부담을 주지는 않는데 양쪽면이 코팅돼 있으면 약품과 반응시간도 길어지고 공정도 복잡해지면서 비용이 상승한다고 합니다. 유명 제과 프랜차이즈 한 곳은 제조 당일 팔리지 않아 공장으로 회수한 케이크의 상자를 처리할 때 전문 제지업체에 보내 상자에 코팅된 비닐을 분리해 내 종이를 재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6.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재활용 방식도 있다면서요?

- 대기업 계열 화학회사가 울산에 대규모 플라스틱 재생 공장을 짓고 있는데요. 폐플라스틱에서 다시 석유를 뽑아내는 ‘도시유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할 거라고 하는데요. 이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32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1193만 톤에 이릅니다. 오늘날 우리는 플라스틱에 파묻혀 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인데요. 재활용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죠.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연료로 재활용되는 것을 포함하면 56% 정도, 물질로 재활용되는 것만 집계하면 23%라고 합니다.
 

7. 우리는 얼마나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나요?

- 그린피스코리아는 지난 3월 충남대 연구팀과 함께 국내 플라스틱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소비량은 생수 PET병 109개, 플라스틱컵 102개, 비닐봉지 533개,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개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양으로는 19kg이나 된다고 하네요. 개인컵과 장바구니 사용만으로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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