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와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팩트체크
- 파업은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조직적인 방법으로 근로의 제공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가장 전형적인 쟁의행위를 뜻합니다. 의사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근로계약을 맺지 않죠. 노동조합도 결성하지 않았고요. 개원의들이 진료 거부를 한다고 해서 ‘파업’이라고 하는 것은 단어의 의미에 맞지 않습니다. 의사 집단행동, 집단 진료거부, 집단 사직 뭐 이렇게 표현하는 게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겁니다.
- 의대에 들어가서 6년 배우고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의사가 됩니다. 일반의라고 하는데요. 특정 분야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1년 기간의 수련의, 인턴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요, 그다음에 전문과목을 선택해서 3~4년 동안 전공의, 레지던트 생활을 합니다. 그다음에 전문과목 자격시험에 합격을 하면 전문의가 되는데요. 우리나라 대형병원들은, 특히 응급실이나 병동 야간당직은 전공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전공의들이 진료거부에 나서면 큰 병원들이 멈추게 되는 거죠. 그래서 매번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이 전공의들이 전면에 나서는 건데요. 이번에도 전공의들이 회의를 했습니다. 회장을 빼고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간다. 이런 결론이 났고요. 집단행동 여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이와 관련된 루머가 돌았습니다. 전공의 회의장에 부모가 난입해서 학부모 회의가 됐다. 인생 바쳐 의사 만들어 놨는데... 이런 분위기로 성토장이 됐다. 집단행동은 학부모들의 뜻에 따라 대통령 하고 맞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런 결론이 났다. 이런 내용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했는데요. 의사 집단을 향한 비난 댓글도 많았고요. 그런데 사실이 아닙니다. 이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부모가 개입할 여지가 애초에 없었습니다.
- 네. 의사들 사이에서 이런 루머가 돌았다고 합니다. 지목된 고위 공직자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인데요. 박 차관은 13일 브리핑에서 “딸이 고3인 건 맞다”면서도 “학교는 밝히지 않겠지만 국제반이라 해외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입시와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복지부 차관이 이 중요한 결정을 혼자 다 결정하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이기도 했고요.
정원 확대 규모 2000명에 대해서도 총선용이라는 루머가 많았습니다. 총선 끝나고 나면 의사단체와 확대 규모 줄이기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설인 데요. 이것도 보건복지부는 부인했습니다. 복지부는 “4월 선거 전에 학교별 배정을 확정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해 관련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공의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글의 내용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3년 동안 가장 우울하고 불행했다.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 이런 내용입니다. 법에 정해진 대로 인수인계를 위해 한 달 동안 병원에서 근무하고 3월20일에 떠난다. 이렇게도 써놨는데요.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하겠습니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 모두의 무운을 빕니다.> 이런 말이 눈길을 끕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라고 지령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워낙 강력하게 집단행동에 대해 경고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전국 40개 의대 총학생회들이 만장일치로 1년간 휴학하기로 결의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요. 일부 대형병원 전공의들도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2020년 의료계 집단행동 당시 전공의 80%가 집단 휴업을 하면서 결국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접었습니다. 전공의들은 대형병원의 병동 야간 당직과 응급실 업무 등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전공의 인력이 응급실에서 빠지면 야간 시간대 의료 교대 인력의 공백이 발생합니다. 각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야간 당직 등을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24시간씩 매일 상주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일부 병원에선 전임의와 교수들까지 연쇄 이탈할 수 있습니다. 전공의들을 대신해 응급실 당직 등에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장기간 파업 시엔 대기 환자의 진료·수술을 끝내고 병원을 다시 정상화하는 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걸립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렸습니다. 의료법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복지부는 집단행동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 또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고발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섣불리 나서지 않고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는 전술을 사용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 지금 의료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필수의료 인력 부족입니다. 의사들이 돈은 안 되고 노동강도는 높은 필수의료분야에는 안 갑니다. 그래서 대형병원에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라고 부르는 과목에 의사가 없다는 거죠. 전공의 인기 과목도 힘들고 위험한 수술을 하는 필수분야는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고, 업무 부담이 적고 편한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으로 학교 성적 최상위 학생들의 지원이 몰린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이 이렇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사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데요. 해법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엇갈리는 겁니다. 정부는 의사정원을 확대해야 필수의료분야로 인력이 공급된다. 이런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의사들은 필수의료분야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지원을 많이 해주자는 취지입니다. 수가를 높인다든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비형사적 구제방법을 활성화하자든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필수의료분야를 선택하는 의사가 늘도록 하자는 거죠. 지금 구조를 그대로 두고 의대정원을 늘린다고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가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주장입니다.
- 2022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병원에서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는데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논란이 많았는데요. 아직 뚜렷한 개선책이 나오지 않았죠. 의사들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제도개선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에 적정한 수가 개선과 진료 여건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전공의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합니다.
의협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는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뇌질환 관련 수술 비용을 보더라도 일본에 비해 대부분 20% 내외의 수준이라고 합니다. 대동맥 박리수술 비용의 경우 우리나라는 896만 원가량으로 미국(6335만 원)의 14.1%에 해당됩니다. 환자 입장에선 중요한 수술을 낮은 가격에 받을 수 있으니까 좋은 건데. 의사들이 안 오려한다는 게 문제죠. 그래서 수가를 높이더라도 환자들이 수술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들이 필요한 거죠.
- 보건복지부는 각계와 130회 넘는 협의를 진행했고, 정부-의사협회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28차례 논의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의사단체가 제시한 수가인상, 의료사고 부담완화, 근무여건 개선은 필수의료 대책에 담아 발표했고요. 정부는 공문으로 의사단체에 의대 정원 규모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답변하지 않고, 의사는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의사단체와 합의하지 않았다고 일방적 추진이라고 비판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합니다.
- 반면 의협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연성 있는 자세로 임했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정부와 열린 마음으로 밤을 새워서라도 끝장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수 차례 밝혀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의사인력의 필수·지역의료 유입방안이나 의대정원 증원 규모의 과학적 근거 등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고, 의협이 요구한 끝장토론 제안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합니다.
= 모쪼록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필수의료가 붕괴되지 않도록 의사들이 필수 분야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할 정도로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