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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2024 설날 팩트체크

값진 한 해 보내시기를...

by 선정수

1. 오늘은 설맞이로 설날에 관한 팩트체크를 준비하셨네요.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새해 복~) 설날에 관해 잘못 알려진 정보들이 많이 있나 봐요?


- 네 그렇습니다. 잘못 알려진 사실도 많고요. 오 이게 사실이었어? 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오늘은 설날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2. 즐거워야 할 명절이 어깨를 짓누르는 가장 큰 이유. 바로 차례 음식 장만 아닐까 싶습니다. 어르신들은 예전에 하던 대로 푸짐하게 한 상 차려서 차례를 지내고 싶고요. 젊은 세대들은 이게 굉장히 피곤하단 말이죠. 어떻습니까. 차례상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야 한다. 이거 사실입니까?


-차례는 조상에게 예禮를 올리는 간단한 의식이고, 제사는 기일을 맞은 조상의 영혼을 기리고 달래는 추모의례라고 합니다. 예법 지침서인 주자가례에도 차례상에는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원래 간결했던 차례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고 유통구조가 발달하면서 점차 늘어난 거죠.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차례상은 사라지고 제사상만 남게 됐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17년부터 제례문화 현대화 사업을 위해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의 설 차례상 음식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 설 차례상 역시 <주자가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경북 안동의 퇴계 이황 종가(윗 사진 왼쪽)에서는 술,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다섯 가지 음식을 차렸습니다. 과일 쟁반에는 대추 3개와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를 담았다. <주자가례>와 비교하면 차를 생략했고, 떡국과 전, 북어포를 추가했습니다.


3. 차례는 간소하게 지내는 게 원래 유교의 예법이다. 이런 이야기군요. 그럼 고인의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는 어떻습니까?


- 국학진흥원은 설날을 앞두고 조상 제사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안동지역 40개 종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종가에서는 보통 4대 봉사를 지내왔는데요.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 이렇게죠. 이번 조사에서는 4대 봉사를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4대 봉사를 3대 봉사, 2대 봉사로 바꾼 사례가 11개 종가였고요. 이 가운데 10개 종가가 조부모까지의 2대 봉사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변화 내용을 결정할 때 대면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니까 조상님 살아계실 때 얼굴을 뵈었는지를 기준으로 제사 모시는 기준을 정했다. 이런 이야기죠.

조상 제사는 밤 11~12시에 지내는 것이 전통적 관행이었는데요. 조사에 따르면 40개 종가 모두 저녁 7~9시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 저녁으로 시간을 변경하자 사람들의 부담감이 훨씬 줄어들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제사시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부부의 기제사를 합쳐서 지내는 합사(合祀) 방식도 등장했다. 돌아가신 부모님 따로 제사를 지내지 않고 합쳐서 지낸다는 말인데요. 40개 종가 가운데 약 90%에 달하는 35개 종가에서 합사 형태로 바꿨다고 합니다.


4. 시대가 변하면서 제사도 바뀐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네요. 본질은 추모와 감사이니까요. 다음 주제는 음력설은 중국의 것이다. 이런 이야기인데요. 사실 중국은 모든 것이 다 자기네 거라고 하잖아요.


- 매기 잉 장 서부오스트레일리아 대학 교수는 중국과 주변국들 사이의 문화 충돌과 지정학적 갈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예컨대 ‘음력설’ 주장에는 중국 주변국들이 자신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우고 알리려는 노력이 깔려 있는 반면, 중국은 이들이 자신들의 고유문화를 빼앗아가려 한다고 의심한다는 것인데요.

음력설은 음력에서 비롯된 것이고 동북아시아에서 태음력을 만들어 전파한 것은 중국이 맞습니다. 그런데 나라마다 설날을 부르는 이름부터가 다르고, 기념하는 방식도 다르고, 각 나라의 사정에 맞춰서 설날이 변화해 오늘날에 이른 거잖아요. 설날이 중국의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죠.

많은 영어권 언론사에서 기사 작성할 때 참조하는 AP통신의 스타일북을 비롯해 많은 기관에서도 이런 이유로 대체로 음력설이란 표현 사용을 권고합니다. UN은 올해 유엔본부 공휴일을 발표하면서 설날을 유동적 휴일로 표시했습니다. 여기서 설날의 영어 표현은 Chinese New Year가 아니고 Lunar New Year로 표시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설날은 중국에서 시작됐을 수 있지만 현재의 설날 Lunar New Year는 각국의 고유한 사정에 맞춰 변화 발전했으므로 중국의 것이라고 하는 것 무리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5. 설 명절엔 떡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떡국 먹으면 나이 한 살 더 먹는 거다. 이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되는 것 같은데요.


- 지난해 6월 28일 ‘만 나이 통일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민법이 시행됐습니다. 태어날 때 한 살을 먹고 1월 1일이 되면 또 한 살을 먹는 한국식 나이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사용한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에다가 연 나이라고 하는 태어난 연도에서 올해 연도를 뺀 나이를 사용할 때도 있고, 만 나이까지 함께 사용하면서 세 가지 나이 세는 방식이 뒤섞여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죠. 외국인들과 말할 때 헷갈리기도 하고요. 이런 복잡함을 없애고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이 세는 법을 만 나이로 통일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새해에 떡국 먹으면 한 살 더 먹는 거라고 헤아렸다면 이제는 생일날 미역국 먹으면 한 살 더 먹는 거라고 기억하면 편할 것 같네요. 더 정확하게 나이를 말하고 싶다면 “아홉 살 9개월이에요.”와 같이 나이와 개월을 함께 말하면 좋겠네요.

떡국 이야기 나왔으니까 한 가지 말씀을 드리면 옛날에는 떡국에 꿩고기가 주로 쓰였다고 합니다. 고려 후기 때 귀족들 사이에서 매사냥이 유행하면서 매가 물어온 꿩고기로 육수를 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꿩고기를 구하기 어려운 일반 백성들은 기르던 닭으로 떡국을 끓였는데, 여기서 ‘꿩 대신 닭’이란 속담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6. 설 전날을 까치설이라고 하잖아요. 오늘인데요. 이 까치설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나요?


- 까치설이라는 말은 1923년 동아일보에 처음 등장합니다. 이 이전에는 어떤 문헌에서도 나오지 않아 역사가 짧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 정확한 어원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는데요. 국어학계에서 가장 힘을 얻는 설은 '작은설'이라는 뜻을 가진 '아찬설, 아치설'이 세월이 흐르며 '까치설'로 변했다는 겁니다. 이 설대로라면 까치설은 동물 까치와는 큰 관계가 없는 거죠.

다음으로 많이 알려진 설은 고려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가 배경인데요.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승려와 내통해 왕을 죽이려고 했으나 왕이 까치와 쥐, 돼지, 용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했다. 쥐, 돼지, 용은 모두 십이지에 드는 동물이라 공을 인정받았으나, 까치만은 여기에서 제외돼 이를 안타깝게 여긴 왕이 설 전날을 까치의 날로 정해 까치설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삼국유사 원문을 찾아보면 관련 설화의 주인공은 알려진 것처럼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라고 합니다. 최근 까치설의 유래를 설명하는 글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잘못 전해졌을 개연성이 높다네요.


7. 벌써 고향 앞으로 출발하신 분도 계시고 아직 출발 안 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번 설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는 어떻게 됐습니까? 무료입니까?


- 이번 설 연휴 기간 민자고속도로를 포함한 전국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무료입니다. 제3경인고속화도로 등 지자체가 관리하는 유료 도로는 지자체 여건에 따라 자율 시행한다고 하니까 그쪽으로 가실 분들은 사전에 알아보시는 게 좋겠네요.

8일 12시 59분에 고속도로에 진입했거나, 연휴가 끝나는 12일 자정 이후에 톨게이트를 빠져나왔다면 돈을 내야 하는 거냐는 물음이 있을 수 있는데요. 2월 9일 0시에 진출하는 차량부터 통행료 면제가 시행됩니다. 2월 13일 0시에 진입하는 차량까지 면제고요. 하이패스 차로 이용자는 단말기 장착 후 전원을 켜 둔 상태로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면 됩니다. 일반 차로 이용자는 진입 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발권하고 진출 요금소에서 통행권 제출하면 되고요.


8. 연휴 마지막인 12일이 대체공휴일인데요. 이날 일하는 분들은 휴일수당 가산이 되는 겁니까?


- 올해는 설날 다음날이 일요일이라 휴일과 겹치게 됨에 따라, 12일 월요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대체공휴일도 유급휴일이기 때문에 이날 일을 한다면 휴일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사업장이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휴일대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 휴일수당을 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 다른 근로일에 대체휴일이 지급됩니다.

2022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되면서 공휴일이 '유급휴일'이 됐습니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휴일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 대체공휴일도 근로일로 계산됩니다. 달력에는 분명 빨간 날이지만 출근해서 일해야 하고 휴일수당도 못 받는다는 뜻이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적용하자는 논의가 시작은 됐는데 진행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거든요. 속도를 좀 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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