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팩트체크] 귤껍질 일쓰로 버리면 과태료?

헷갈리는 분리수거 팩트체크

by 선정수

1. 오늘은 분리수거에 관한 팩트체크입니다. 사실 헷갈릴 때가 많죠. 화가 난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 우리나라는 자원 재활용률이 굉장히 높다고 자랑하는데요. 2022년 기준 일반폐기물 발생량 대비 재활용된 양을 나타내는 자원재활용률이 87.6%로 나타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건 중에 일반 종량제 봉투로 나가는 것이 12% 정도고, 나머지는 죄다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되고 있다는 건데요. 많은 분들이 분리수거에 적극 참여해 주시고,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지는 분야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게 지나치게 복잡하고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어서 많은 분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죠. 저도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2. 얼마 전에 귤껍질을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렸다가 과태료를 10만 원이 부과됐다는 사연이 보도됐는데요. 귤껍질은 물기가 없으니 일반쓰레기로 버려도 되는 것 아닙니까?


- 안 됩니다. 귤껍질은 수박껍질처럼 물기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물기가 많습니다. 귤로 한 연구는 제가 찾지를 못했는데요. 오렌지껍질로 한 연구를 보면 수분함량이 70%가 넘습니다. 귤 전체로 보면 89~90% 정도 되고요. 집에서 버리는 입장에서는 조금 버리는 건데 뭐 이렇게 쉽게 생각하기 쉽지만요. 물기가 많은 쓰레기가 일반 종량제 봉투에 섞여 들어가서 소각장으로 가게 되면 소각로 온도가 낮아집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다이옥신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각로 온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죠. 그래서 젖은 쓰레기는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면 안 되는 겁니다.


3. 그럼 귤껍질 말려서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과태료 안 무나?


- 그래도 과태료 부과대상입니다. 과태료를 부과할 때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요. 쓰레기와 관련해서는 폐기물관리법이 적용됩니다. 이 법에 보면 생활폐기물 배출 방법은 지자체에서 조례로 정하는 방법을 따르도록 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음식물쓰레기는 별도의 음식물쓰레기봉투나 전용수거함을 사용해 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역에 살고 있는데 말렸다고 해서 음식물쓰레기를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린다고 해도 과태료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규칙이라는 게 자꾸 예외를 두면 복잡해지고 규제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는 음식물쓰레기로 버린다. 이렇게 딱 무 자르듯 자르는 거죠.


4. 정말 궁금한 게요. 귤껍질을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거죠. 이름을 써서 버리는 것도 아닐 텐데요?


- 어쩌다 실수로 정말 조금 귤껍질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렸다면 환경미화원이 적발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분들도 바쁘니까요. 그런데 버리는 양이 많다든지, 반복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린다든지 하면 미화원이 수거할 때 느낌이 팍 오겠죠. 그럼 이 일반 쓰레기봉투를 따로 빼내서 내용물을 쫙 펼칩니다. 그럼 그 안에 영수증이라든지, 공과금 고지서라든지 누가 버렸는지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옵니다. 그렇게 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거죠.


5. 우리나라의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제도가 모범적이어서 프랑스에서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한다. 이런 보도가 많이 나왔었는데요. 사실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단 말이죠. 이건 왜 그런 걸까요?


- 우리나라에서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제도가 도입된 것은 사실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침출수 때문이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수분함량이 많아서 이걸 땅에 묻으면 대량의 침출수가 발생하는데요. 이게 수질오염을 유발하고 악취문제도 있고 해서 굉장히 골머리를 썩었거든요. 그래서 2005년부터 음식물류 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서 사료로 쓰거나 발효시켜서 바이오가스를 만들거나 비료를 만드는 데 사용했습니다. 사료로는 주로 돼지사료나 개사료로 많이 활용됐었는데요. 아프리카 돼지열병 이후로 음식물 쓰레기 즉 잔반을 돼지사료로 주는 일은 거의 없어졌고요. 개사료로 일부 들어가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개식용이 금지되면서 개농장도 이제 사라질 운명이고요. 동애등에라는 파리 비슷한 곤충이 있는데요. 이걸 키우는 사료로 사용합니다. 이 동애등에 애벌레, 구더기죠. 이걸 양계장이나 양어장에서 닭이나 물고기에게 사료로 줍니다. 기름을 짜서 비료를 만드는 데 쓰기도 하죠.

예전에는 돼지에게 줄 사료를 만드는 걸 중심으로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에 흙이 묻은 것, 섬유질이 많은 것 등 사료 품질을 낮출 수 있는 것들은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로 돼지 사료를 만드는 비중이 미미한 요즘 추세와는 맞지 않습니다.


6. 음식물쓰레기 처리하는 기계가 고장 나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면 안 되는 것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어떻습니까?


- 가정과 식당 등에서 배출된 음식물쓰레기는 수거된 뒤 처리장으로 옮겨집니다. 이곳에선 봉투를 뜯고 내용물을 잘게 부순 뒤 사료화, 퇴비화, 바이오가스화에 맞지 않는 것들을 골라냅니다. 처리업체의 말을 들어보면 아직도 온갖 것들이 음식물쓰레기에 섞여 처리장으로 들어온다고 하는데요.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것이 섞여 들면 처리장의 기계를 고장 낸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게 비닐봉지와 칼, 수저 등 철제 물건입니다. 비닐봉지는 기계에 얽히면서 공정을 멈추는 일이 잦고, 철물은 기계에 끼어 고장을 일으킵니다.

서울시는 동물 뼈, 패각류 껍데기, 채소 뿌리와 대(마늘대, 고춧대 등) 등을 재활용 공정상 설비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지목합니다. 통무, 통배추, 통호박 등 부피가 큰 채소 및 대파 껍질의 경우 잘게 자른 후 배출하도록 권고합니다. 부피가 크거나 길이가 긴 상태로 배출하면 기계설비가 고장 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몇 군데에 알아봤는데요. 섬유질이 많은 질긴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기계에 끼면 고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요. 양파껍질 같은 것 때문에 기계고장을 일으킨 걸 본 적이 없다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7. 시민들은 뭔가를 버릴 때마다 이걸 여기에다가 버려도 되는지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굉장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단 말이죠.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 현재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및 처리체계는 사료화보다 비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비료화 특성에 맞는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요령을 강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인데요. 일반 가정에서 상한 음식을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하는 관행에 비춰보면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사료를 동물에게 주는 것이 윤리적이냐는 문제도 뒤따릅니다. 급식소와 대형 식당 등 상하지 않은 양질의 음식물쓰레기가 배출되는 사업장을 묶어 사료용 원료 공급처로 관리하고 일반 가정 등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퇴비화를 전제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퇴비화를 전제로 음식물쓰레기를 관리하게 되면 기계설비 고장의 우려가 없는 것 가운데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것을 음식물쓰레기로 버릴 수 있게 되는 거죠. 독일과 일본에선 생물 유래 쓰레기(bio waste)라는 분류로 음식물쓰레기와 나뭇가지 등 썩는 쓰레기를 분리배출해 퇴비화하고 있습니다.

현행 통계로는 음식물쓰레기는 2019년 기준 퇴비(39.1%), 사료(36.2%), 바이오가스(12.7%) 순으로 재활용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그러나 이 통계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한 시설의 처리방법을 기준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최종 산물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나타나지가 않습니다. 사료화 시설에서 만들어진 최종산물이 퇴비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도 많고요.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행정이 실태를 반영하려면 통계부터 제대로 산출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도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시민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게 필요합니다.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사람들이 포기하거든요.


8. 분리배출 가운데 또 알쏭달쏭한 게 스티로폼인데요. 과일 포장하는 스티로폼은 스티로폼으로 분리배출하면 안 된다면서요?


-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따로 모아 버리는 스티로폼은 폴리스타이렌이라는 합성수지를 성형할 때 기포를 엄청나게 넣어서 부풀린 겁니다. 그래서 이 스티로폼만 따로 모아주면 재생공장에 가져가서 열을 가해 압축해서 작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걸로 건축자재 등을 만들 수 있는데요. 순도가 높을수록 좋은 재료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비결은 재질이 같은 것끼리 모아야 하는 건데요. 사과나 배를 개별적으로 감싸는 그물모양의 포장재나 과일상자 밑에 까는 얇은 스티로폼 같은 포장재는 스티로폼이 아닙니다. 폴리스타일렌 재질이 아니고 발포폴리프로필렌(EPP). 발포폴리에틸렌(EPE) 등 다른 재질이어서 재활용이 안된다고 합니다. 1회용 컵라면용기, 1회용 도시락, 이물질이 묻어 있거나 타 재질로 코팅된 폐스티로폼 등은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게 지구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길이 됩니다.


9. 2024년부터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방법이 바뀌었나요?


- 아닙니다. 그런데 일부 블로거와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서 2024년부터 달라지는 제도, 이것 잘못하면 과태표 폭탄 이런 식으로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투명페트병은 내용물을 비우고 헹궈서 라벨을 뜯은 뒤에 찌그러뜨려서 투명페트병만 따로 배출하면 됩니다. 2021년 모든 주택으로 확대 실시됐고, 계도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적발 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불안감을 조성해 조회수 높이기에 활용하는 악덕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뭔가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팩트체크] 의대정원 늘리면 의사 깡통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