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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노인에 대한 편견, 혹은 고정관념들

나도, 너도, 언젠가는... 노인 팩트체크

by 선정수

1. 오늘은 노인에 관한 팩트체크입니다. 저출생과 고령화. 아이들은 줄어들고 노인은 늘어난다는 이야긴데요. 도대체 아이가 줄고 노인이 늘어나면 무엇이 문제인 건가요?

- 한 사회의 인구가 유지되려면 출산율이 2.1 정도 돼야 합니다. 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입니다. 단순히 생각해 보면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뤄서 아이를 낳으니까요. 두 명이 만나서 아이 두 명은 낳아야지 다음 세대에도 짝을 이뤄서 아이를 낳게 되죠. 그래서 기본이 2인 거고요. 아이가 질병 또는 사고로 사망할 수도 있으니까. 두 명보다는 더 많이 낳아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2.1이라는 숫자가 나오죠. 아이가 줄어든다.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는 겁니다. 인구절벽이니 국가소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죠. 그리고 노인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은퇴자가 늘어난다는 말이 되는 것이고요. 사회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죠. 그래서 노인인구가 늘어나면 사회 전체적으로 역동성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사회복지가 아직 덜 성숙해서 노인들이 가난에 내몰리게 됩니다. 그래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원치 않아도 나이 지긋할 때까지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죠.


2.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회전체적으로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 같고요.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있죠. 노인들을 향한 편견과 혐오. 고정관념 이런 것들입니다. 오늘 팩트체크 주제인데요. 먼저 살펴볼 건 “노인들은 항상 화를 낸다”입니다. 사실인가요?

- 사람마다 다르겠죠. 인자한 노인분들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고요. 그런데 상당수 노인이 큰 소리로 말하는 건 사실입니다. 노인성 난청 때문일 수 있는데요. 난청이 진행해 저음 영역으로 확대되면 본격적으로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 웅얼거리거나 얼버무리는 것처럼 들려, 때로는 자신이 잘 듣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다고 탓하기도 합니다. 난청 환자는 볼륨을 높여야 적당한 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TV나 라디오 등의 볼륨을 크게 올리게 됩니다. 본인의 말소리도 크게 말해야만 적당한 크기로 느껴지기 때문에 말을 할 때 목소리가 커지기도 합니다.

청력 감소가 있는 노인 중 보청기 착용자가 20% 정도밖에 안 되며, 이 중 75%가 60세 이상입니다. 보청기 착용률이 낮은 것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을 나이가 들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체념하는 경우가 많고, 보청기의 기능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등도 이상의 난청을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 위험을 알리는 경보음을 못 들어 위험에 빠질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여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증, 치매 등 이차적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만큼 들을 수는 없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노후의 적응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3. 공원이나 야산에 산책하시는 노인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크게 틀어놓거나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유튜브 시청하면서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 분들이 눈에 띄는데요. 노인들은 매너가 없다.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이건 어떻습니까?

- 저도 이런 경험이 굉장히 많은데요. 나이를 떠나서 노인 아닌 분들도 산에서 핸드폰으로 음악 크게 틀어놓고 가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이거 과태료 부과대상입니다. 공공장소에서 소음을 발생하는 행위는 법으로도 금지돼 있습니다. 국립공원의 경우엔 아예 '소음을 유발할 수 있는 도구를 지니고 입장하는 행위'가 자연공원법 제29조에 금지 행위로 명시돼 있습니다. 서울시의 한강 보존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심한 소음 또는 악취를 내거나 술에 취해 주정을 하는 등 혐오감, 불안감을 주는 행위' 등도 과태료 7만 원을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실상 단속이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죠. 나이와 상관없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노인들이 스마트폰 이어폰을 사용하고 싶어도 어디에 이어폰을 꽂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핸드폰 최신기종은 아예 이어폰 잭이 없거나 핸드폰 충전하는 단자와 같이 생긴 C형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들이 많거든요. 예전 기종에 사용했던 동그란 모양의 이어폰 구멍이 없는 거죠. 이럴 경우엔 핸드폰 대리점에 가서 물어보시면 맞는 이어폰을 추천해 줄 겁니다.


4. 굉장히 오래됐지만 아직도 논란이 뜨거운 주제가 있는데요. 지하철 적자는 노인 무임승차 때문이다. 이건 사실입니까?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내걸었는데요. 개혁신당은 만 65세 이상 시민에게 지하철 요금을 일괄 면제해 주는 현행 방식 대신 이들에게 연간 12만 원의 선불형 교통카드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월 1만 원인 셈이죠.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규모는 2022년 기준 17.6조 원에 이릅니다. 2022년 순손실은 6420억 원에 이릅니다. 서울시의 재정지원금을 제외하면 매년 1조 원 대의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무임승차를 폐지하고 전국 노인들에게 교통 바우처를 지급하겠다고 말합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소도시 노인들은 차별받고 있는 셈이니까요. 이준석 대표와 얼마 전 토론을 벌인 대한노인회 회장은 “지하철 적자 요인하고 노인의 무임승차하고는 상관관계가 없다. 승객 승차 여부와 상관없이 열차는 운행이 되기 때문에 무임승차가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비용이 상승하는 것이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지하철 이용객에 늘어나면 유지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적자의 원인이 오로지 노인 무임승차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노인 무임승차와 지하철 적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노인 무임승차제도로 인해 노인들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고 적당히 외출도 하면서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히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 요인입니다. 문제는 무임승차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5. UN이 노인 기준을 상향했다. 80세부터 노인으로 구분한다. 이런 주장도 있는데요. 사실입니까?

- 굉장히 널리 퍼진 말인데요. 사실과 다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엔 발표 청년기준은 18세부터 65세까지고 66세부터 79세까지는 장년, 노인은 80세부터라고 한다. 100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정확한 출처도 없는 이런 주장은 홍 시장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에서 보도를 했습니다.

AFP가 자세히 팩트체크를 했는데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는 15세에서 24세까지가 “청년,” 60세 이상이 “노인”으로 분류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경제사회국(UNDESA)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청년”으로 구분되는 연령은 15세에서 24세까집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역시 지침을 통해 60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합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에 따라 노인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65세면 아직 한창 일할 나이고, 농촌지역에선 청년회장이 65세인 지역도 있고요. 그래서 학계에선 전기노인 후기노인 이런 식의 개념을 도입하기도 했고요. 일본 노화학회는 노인기준을 75세로 높이자고 했다고 합니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응답자 1만 275명을 대상으로 “노인은 몇 세 이상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응답자 평균은 71.7세로 나타났습니다. 65세 이상부터 노인이라고 규정해 온 현재 우리 사회의 노인 시작 연령보다 노인 스스로는 노인 시작연령은 6.7세 높게 보는 것이죠.


6. 무단횡단을 하는 노인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요. 설왕설래가 많습니다. “노인분들 살만큼 사셔서 안전에 무감각하다.” 이런 혐오성 댓글도 왕왕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건 어떤가요?

-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고, 혐오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노인의 무단횡단 사고가 심각한 건 사실입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2년 보행 사망자 933명 중 노인이 558명으로 59.8%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율은 20%인데요. 보행사망자 가운데 60%가 노인이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죠. 노인의 교통사고 사망 시 상태별로 따져봐도 ‘보행 중’이 가장 많습니다. 2022년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1258명 가운데 보행 중이었던 경우가 558명으로 전체의 44.4%를 기록했습니다. 이어서 ‘자동차 탑승 중’(20.0%), ‘자전거 탑승 중’(10.3%) 등의 순으로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노인 10만 명당 보행 사망자 수는 7.7명(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 평균(1.9명)의 4배나 됩니다. 2위 리투아니아(4.2명), 3위 칠레(3.8명)와도 차이가 큽니다.


7. 노인들이 왠지 가짜뉴스에 더 잘 속을 것 같다는 생각도 널리 퍼져있는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 그것도 역시 편견입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가짜뉴스에 잘 속는 연령층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23년 4월 미국 성인 1516명을 대상으로 20개 뉴스 헤드라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묻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노년층보다 MZ세대가 가짜뉴스에 더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온라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온라인에서 9시간 이상 시간을 보내는 그룹에서 16점 이상 맞힌 사람은 15%에 그쳤지만, 온라인에서 2시간 이하 시간을 보낸 그룹에선 약 30%가 16점 이상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유튜브 보시는 노인분들은 각별히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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