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차로 응급실 온 3830명 사망
- 전공의 대부분이 의료현장을 떠난 상태에서 응급의료 대응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짜내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응급실 인력이 굉장히 많이 줄어든 상태에서 경증 환자들로 응급실이 붐비면 결국 위중한 응급환자들이 제때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지난달 28일 비상진료 보완대책을 수립하고 상급종합병원에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하고, 경증환자는 질환과 증상에 맞춰 다른 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내용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비상진료 보완방안이 현장에 차질 없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응급·중증환자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는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호소했습니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밝힌 뒤, 보건복지부가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해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가 이송하는 경우와 병원 간에 전원한 경우 등에 한정해서만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스스로 응급실에 가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이므로 이들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 13일 뉴시스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제목은 <대형병원 응급실 걸어오면 퇴짜?…"심근경색 모르나" 반박> 인데요. 정부가 '걸어 들어오는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일분일초를 다투는 응급질환인 급성 심근경색·뇌졸중 환자의 절반 가량은 직접 응급실을 찾고 있어 정교하고 세밀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입니다. 뉴시스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 통계를 인용하는데요. <지난해 기준 119 구급대로 이송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응급실을 이용하는 전체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45.3%에 그쳤다. 또 응급실을 이용하는 전체 급성 뇌졸중 환자의 53.8%만이 119 구급대를 통해 응급실로 옮겨졌다.>고 밝힙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직접 응급실까지 갈 수 있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라면서 대형병원 대신 지역 응급실을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데다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관건인 급성 심근경색·뇌졸중 환자의 절반 가량이 응급실을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라고 보도합니다.
-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의 2022 중증응급질환 응급실 내원 현황 자료를 살펴봤는데요. 중증응급환자 119구급차 이용률 항목이 있습니다. 심근경색 58.7%, 허혈성뇌졸중 56.4%, 출혈성뇌졸중 72.6%, 중증외상 71.1%, 대동맥박리 61.1%, 패혈증 55.2%, 소생술 후 상태 91.4%, 기타 중증응급질환 47.3% 로 나타납니다. 뉴시스 보도와 시점 차이가 있어서 세부적인 수치는 일치하지 않지만 질환에 따라 절반 가까운 응급환자가 119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부 통계를 추적해 봤는데요. 환자가 응급실에 어떻게 왔는지를 구분하는 항목은 '내원수단'이라고 부릅니다. 이 내원수단 항목에는 119구급차, 의료기관 구급차, 기타 구급차, 경찰차 등 공공차량, 항공이송, 기타 자동차, 도보, 기타, 미상 이렇게 구분이 돼 있습니다.
2022 응급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체 응급실 내원자의 23.3%만 119구급차를 이용한 걸로 집계됐습니다. 도보는 1.3%에 그치고요. 의료기관 구급차 0.7%, 기타 구급차 2.9%, 경찰차 등 공공차량 0.1%입니다. 71.5%는 기타 자동차입니다.
가족이 태워서 왔든지 스스로 차를 몰고 왔든지 택시를 타고 왔든지 하면 <기타 자동차>로 분류하는 거죠. '도보'는 교통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증상발생장소로부터 도보로 내원한 경우와 환자본인이 아닌 보조자가 발생장소로부터 부축하거나 업고 도보로 병원에 온 경우만을 말한다고 합니다.
- 그렇습니다.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인 KTAS가 있는데요. 1단계는 즉각적 처치가 필요하며 생명이나 사지를 위협하는 상태, 2단계는 생명 혹은 사지, 신체기능에 잠재적인 위협이 있으며 이에 대한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말합니다. 응급실에 도착하면 응급실 의료진이 최초 중등도 분류를 시행하는데요. 119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 가운데 1, 2단계인 진료우선순위가 높은 환자들이 15.7%를 차지합니다. 반면 기타 자동차를 이용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 가운데 1,2 단계는 3.5%에 불과합니다. 40.2%는 3단계, 56.3%는 4단계에 해당했습니다.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보다 기타 차량을 이용하는 환자의 위중증 비율이 낮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아까는 비율로 살펴봤는데요. 인원수를 갖고 살펴보면요. 119구급차를 이용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KTAS 1, 2 단계인 환자는 18만 5106명이었습니다. 기타 차량을 이용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1,2 단계는 12만 5006명이었고요.
119 구급차를 이용해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 중 38만 명이 입원 조치됐고요, 기타 차량은 61만 명이 입원했습니다. 응급실에 왔다가 사망하신 분은 119구급차 이용자 2만 5313명, 기타 차량은 3830명입니다.
119구급차를 타고 오지 않았다고 응급실 진료를 받을 수 없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 자칫하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을 놓칠 수 있다. 이런 시사점을 주는 통계입니다.
- 119 구급대에 경증 환자의 응급 신고가 폭주해 오히려 중증 응급·외상환자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환자 스스로 응급실에 찾아갈 경우 받아주지 않겠다고 하면 너도나도 119 구급대에 응급 신고를 해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하는 상황이 올 거라는 예측이죠. 소방공무원인 119 구급대가 이송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지만, 거절하면 사설 구급차를 불러 이송료를 내고라도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려고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2차 병원 의사들이 대형병원으로 전원시켜 달라며 진료 의뢰서를 요구하는 환자·보호자들과 중증응급 환자의 전원 의뢰로 업무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 감기나 만성질환 등 위급하지 않는 질환은 동네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은 2차, 3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응급상황에선 구조대를 통해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도록 돼 있죠. 그런데 의료 시스템이 규정하는 응급상황과 일반 사람들이 응급실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서로 달라요.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정의하는 <반드시 119에 연락해 빨리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응급상황>은 기도폐쇄/ 마비환자/ 호흡곤란이나 숨을 쉬지 않는 경우/ 중독 환자/ 심장마비/ 물에 빠졌을 때/ 심장질환이나 흉통 /심한 화상/ 의식이 없는 경우/ 전기 손상/ 심한 출혈/ 자살기도/ 척추손상이 의심되는 경우/ 분만/ 경련환자입니다. 그런데 여기 해당하지 않아도 일반 사람들은 밤에 너무너무 아프면 응급실로 가려고 하죠.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들, 특히 아직 아이가 말을 못 하는 영아들의 경우에는 막 열이 나고 울고 보채면 밤에 응급실 가시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응급실에 가면 딱히 해주는 게 없습니다. 무작정 기다리면서 물수건 대주고 해열제 먹이고 원인 찾느라고 검사를 하죠. 이럴 경우에는 <달빛 어린이 병원>으로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응급의료포털을 검색해서 들어가시면 달빛 어린이 병원 코너가 있는데요. 여기서 검색하시면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 그러니까 상급종합병원 말고도 진료 과목별로 지역별로 중형 병원들이 꽤 있는데요. 이런 곳들은 상대적으로 전공의 비중이 높지 않아서 이번 의사집단행동과는 큰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응급상황이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응급의료포털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