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 설피마을엔 언제까지 눈이?
어젯밤에 딸아이가 수리부엉이를 찾으러 나가자고 할 때만 하더라도 약간 눈발이 날리는 정도였습니다. 이러다 말겠지 했죠. 왜냐면 이미 쌓인 눈이 거의 다 녹아가고 있었으니까요. 일기예보는 대설경보가 있었긴 하지만 눈이 많이 와도 영상의 날씨에 다 녹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아침에 눈을 떠보니 겨울왕국의 재림입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늘 학교 휴교하겠네'였습니다. 진동분교 선생님들은 산 아래 동네인 현리에 살고 계시거든요. 현리에서 지방도로를 타고 진동삼거리까지 온 다음에 곰배령 가는 군도로 갈아타고 올라와야 하는데요. 이쪽이 워낙 두메산골이다 보니 제설차량이 출동하는데 한참 걸리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눈 많이 올 때 선생님들이 오시다가 눈길 사고가 나서 휴교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렸고요. 오늘도 오시기 어렵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이 많이 쌓이면 다니기 곤란하니까. 딸내미 아침밥 차려주고 나서 일단 입구 계단을 좀 치웠습니다. 밤 사이에 어찌나 많이 쏟아졌는지 넉가래가 잘 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옆집에 현리로 중학교를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아버님이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십니다. 못 보던 차를 타고 오셨는데. 승용차로는 못 올라올 것 같아서 차를 산 밑에 놓고 친구분 차를 얻어 타고 들어오셨다고 하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 앞만 대충 눈을 치웠습니다. 진입로 비탈길까지 치울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제설 엘보가 악화되면 큰일이니까요. 주말에 테니스도 한번 쳐야 되니까 팔꿈치는 아껴줘야 합니다.
눈을 한참 치우고 나니 선생님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선생님은 현리에서 출근길에 나섰는데 진동삼거리까지 오셔서는 기다린다고 하시더군요. 제설차량이 9시부터 9시 30분 사이에 출동한다고 하니 길 뚫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학교로 오신다고요. 아이들은 등교시간이 한 시간 늦춰졌습니다. 휴교하는 것 아닌지 기대감을 품고 있던 아이들은 학교 가려고 준비해서 도농교류센터(마을펜션) 앞마당에 모여있다가 등교시간이 늦춰졌다는 소식에 제각각 집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눈 치운 지 한 시간 남짓인데 다시 바닥이 보이지 않게 쌓였네요.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학교로 가는 길에 우뚝 솟은 전나무가 눈 쌓인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고요. 눈 쌓인 나뭇가지에서 눈이 떨어져 나가면서 가지가 튀어 오르는 장면도 볼 수 있네요.
5월까지도 눈이 온다는 그 말이 정말 맞나 봅니다. 올해는 5월까지도 굉장히 눈이 많이 올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이 눈 녹도 다음 눈 오고 또 녹고 그다음 눈 오고 녹으면 진짜로 봄이 되겠죠. 그렇다면 인제군 기린면 진동 2리 곰배려 설피마을의 봄은 굉장히 짧은 것 같다는 짐작을 해봅니다. 지금 곰배령은 산불예방 기간 때문에 입산이 통제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눈이 쌓여서야 누가 억지로 불을 지르려고 해도 불이 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적인 입산통제기간 설정이 필요할 것 같고요. 눈 쌓인 곰배령도 한 번 보고 싶네요. 아마 이건 4월에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